14번째 계정을 찾기 위해 나는 중앙 정산관 리넬을 다시 찾아갔다.
"또 오셨군요."
그녀는 주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가 귀찮으십니까?" 내가 물었다.
"아니요. 통계적으로 당신이 오면 정산 오류가 발견됩니다."
"좋은 거네요."
"오류를 고치는 담당자는 저입니다."
"그럼 조금은 귀찮으시겠군요."
리넬이 말없이 차를 따랐다. 내 잔에는 미지근한 차가, 자신의 잔에는 식어 버린 차가 들어 있었다. 이 사람도 야근 중이었구나. 괜한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제14 계정의 비식별 회계 정보를 요청했다. 수취인 이름이나 보관된 음성을 알아내려는 건 아니었다. 권한이 무엇이고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만 확인하려 했다. 리넬은 당사자 정보와 운영 지표를 분리해 조회했다.
[통합 계정 14]
[실제 에너지 사용량: 0]
[수수료 청구 권한: 13개 지역 전체]
[계약 갱신 일정 생성 권한: 있음]
[계정 유지 비용: 세계수 생장 분담금에서 차감]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 "힘은 하나도 안 쓰는데 돈은 모든 마을에서 받나요?"
"수수료는 계약 관리 비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럼 실수요자도 아닌 관리 계정이군요."
리넬은 장부를 한 장 더 넘겼다. 기록에는 수백 년 동안 관리비 항목의 명칭이 여러 번 바뀐 흔적이 있었다. 유지비, 조정비, 보정비, 그리고 지금의 갱신 수수료. 서류상으로는 전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비용이었다.
"명칭은 바꿨는데 청구 계정은 그대로네요." 내가 말했다.
"시스템 이전 시 과거 계정을 승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승계할 때 검증은요?"
"그 부분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나는 진열대에 걸린 낡은 주판을 봤다. 리넬이 쓰는 새 주판과 달리 그건 모든 구슬에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내 시선을 따라가더니 설명했다.
"예전에는 돈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려고 구슬 하나하나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번거롭지만 추적할 수 있었죠."
"지금은 너무 편해진 나머지 책임자가 사라졌군요."
"편리함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책임을 버린 것이 잘못이죠."
나는 조금 놀랐다. 처음 봤을 때 리넬은 숫자와 마감 시간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젠 그녀도 숫자에 적히지 않은 사람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정산관님, 그 말 보고서 첫 줄에 쓰세요."
"제 보고서는 첫 줄부터 제목입니다."
"역시 철저하시네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네. 원본에는 관리자 등록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루루가 눈을 크게 떴다.
"관리 계정은 누가 관리해요?"
리넬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다 좋은 대답은 없었다. 나쁜 의미로.
정산 장부에는 또 이상한 항목이 있었다. 열세 지역의 사용량이 줄어들면 그에 비례해 세계수의 생장 분담금이 늘어나도록 계산돼 있었다. 에너지를 적게 써도 나무가 회복하는 양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었다. 아직 원인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돈의 흐름만큼은 확실히 이상했다.
"세계수가 아끼면 계정이 가져간다는 건가요?"
"금액이 관리비로 옮겨지는 구조입니다. 생명력의 실제 이전과 동일한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리넬이 정확하게 말했다. 이런 태도가 좋았다. 의심스러운 걸 보자마자 악당이라고 외치는 건 쉬워도, 사실과 추측을 구분하면 훨씬 멀리 갈 수 있다.
"그럼 계약 관리자 지정 서류를 열람할 수 있습니까?"
"운영 권한 부여 시각과 근거 유형까지만 공개할 수 있습니다. 개인 정보는 보호됩니다."
조회 결과가 떠올랐다.
[최초 계정 생성: 400년 전]
[권한 재확인: 17년 전]
[재확인 방식: 제2 서명인의 저장된 정지 신호 재생]
내가 눈을 감았다. 좋아. 또 같은 토큰이다. 이제 이 물건이 우리를 따라다니는 건지 우리가 이 물건을 따라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정지 신호로 관리 권한을 재확인했다고요?"
"그렇게 기재돼 있습니다."
"정지하라고 한 말을 계속하라는 허락으로 쓴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변환 규칙을 확인해야 합니다."
옆에서 제로의 목소리가 작은 제0 회선 수신석에서 흘러나왔다.
'열일곱 해 전 재확인이라면 제가 태어나기 전이네요.'
"너는 그 회선에 남겨진 기억을 조금씩 확인하고 있지?"
'네. 그런데 저한테 물어볼 때마다 왜 저는 기억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죠?'
나는 뜨끔했다. 정말 그랬다. 제로를 보자마자 오래된 시스템의 빈칸을 메워 줄 열쇠처럼 생각했다. 이 정령은 기록이 아니라 지금 말하는 당사자인데.
"미안. 네게 책임을 떠넘길 뻔했어.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도 괜찮아."
'그럼 오늘은 모릅니다. 대신 지금 제 말을 듣고 있다는 건 알아요.'
"그걸로 충분해."
리넬은 별도의 자료를 찾아냈다. 관리자 권한을 행사한 최근 기록이었다. 갱신 예정일이 가까워질 때마다 사용량과 상관없이 한 차례 '확인' 명령이 내려갔다. 북방 예비 화로의 표준 온도표를 바꾼 것도 그 명령의 하위 작업이었다.
[권한 집행 위치: 미확인]
[명령 경유: 중앙 교정서고 제4 보정실]
[최종 전송처: 갱신실]
"갱신실이란 게 따로 있네요." 루루가 말했다.
"행정실일 수도, 장치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리넬이 답했다. "지금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조회가 끝나기 직전에 발생했다. 리넬의 주판에서 붉은 빛이 튀며 화면 한쪽이 검게 변했다.
[열람 권한 초과 경고]
[운영 계정 14의 관리자 권한에 대한 질의가 접수됨]
[자체 방어 절차 시작]
"우리가 뭘 건드렸죠?" 루루가 물었다.
"사실 확인 질의요." 리넬이 답했다.
"질문하면 자기를 방어한다고요?"
나는 검은 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단하네요. 답변 대신 화부터 내는 고객은 봤지만, 질문받았다고 보안 경보를 울리는 관리자는 처음입니다."
그 순간 제14 계정의 수수료 항목 아래에서 새로운 숫자가 나타났다.
[계약 갱신 사전 집행을 위한 관리비 선징수 예정]
이번에는 열세 마을의 이름이 전부 붙어 있었다.
질문의 대가가 청구서로 돌아온 셈이다.
제12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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