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얼음밭에서 연락이 온 것은 설명회 다음 날이었다.
[긴급 점검 요청: 보조 열원 제어판 오류]
세계수 공급량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예비 관에 연결된 보조 열원이 이유 없이 켜졌다 꺼졌다 한다고 했다. 미레는 고장 난 장치를 실전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주 현명했다. 고장이 났는데도 '일단 돌아가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자주 불탄다.
얼음다리로 이어지는 길에는 두꺼운 털옷을 입은 아이들이 나무 썰매를 끌고 있었다. 한 아이가 내 망토 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아저씨, 다리 안 없어져요?"
"다리는 그대로 있어."
"그럼 따뜻한 것도요?"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확답할 수 없는 걸 확답하는 버릇이 상담원의 가장 오래된 악습이다. 나는 멈추고 무릎을 굽혔다.
"오늘은 기존 온수관이 정상이라고 확인했어. 예비 장치를 고치는 중인데, 고치기 전에는 사용하지 않을 거야."
아이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눈사람은 만들 수 있어요?"
"그건 마음껏. 다만 다리 한가운데에는 만들지 마."
아이가 웃으며 달려갔다. 등 뒤에서 미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아이는 작년에 다리에서 미끄러져 팔을 다쳤어요. 그래서 온수관이 멈춘다는 소리에 예민해졌습니다."
"그렇군요."
그제야 사람들이 계약 갱신 소식을 듣고 화를 내는 이유가 선명해졌다. 이곳에선 안전이라는 단어가 종이 위 숫자가 아니었다. 학교 가는 아이가 다리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일이다.
"현장에 가야겠네요." 내가 말했다.
"오늘 예비 설비 점검 일정이 있었습니다." 아르웬이 답했다.
"그럼 정당하게 야근하는 겁니다. 더 싫어지네요."
우리가 도착한 얼음다리에서는 바람이 은빛 눈가루를 날리고 있었다. 다리 밑에서는 세계수의 온수관이 평소처럼 미세한 김을 뿜었다. 별도로 설치한 보조 화로 쪽에서만 경고음이 울렸다.
"켜졌다 꺼졌다 하다가 지금은 보호 정지 상태입니다." 미레가 설명했다. "다행히 실제 다리 난방은 기존 공급을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점검이 끝나기 전에는 예비 장치를 쓰지 않을 겁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한 고장은 멈출 줄 아는 고장이다.
니아가 기록석을 들고 온도 변화를 적었다. 아르웬과 미레는 제어판 봉인이 훼손되지 않았는지 살폈다. 루루는 화로 안에서 낑낑대는 작은 불씨 정령을 발견했다.
"불씨가 아픈가 봐요!"
화로 속 정령이 콜록거리며 말했다.
"아픈 게 아니라 업무 지시가 이상해요. 낮에는 켜라고 하고, 낮인데도 야간 표준을 맞추라고 해요. 어느 쪽이 맞아요?"
"누가 지시했는데?"
"중앙 표준 온도표요. 자꾸 갱신돼요."
제어판을 열어 보니 두 개의 규칙이 번갈아 적용되고 있었다. 지역 설비 관리인이 정한 안전 범위와, 중앙 전력청 표준 온도표였다. 지역 기준은 눈과 얼음 상태에 맞춰 열량을 조절했지만 중앙 기준은 월별 평균값만 보았다.
"평균이야 무슨 죄가 있겠어." 내가 중얼거렸다. "다만 평균을 절대 명령으로 쓰는 사람이 문제지."
미레가 고장 기록을 가리켰다.
"표준 온도표가 오늘 새벽부터 갱신됐어요. 저희가 요청한 적 없는데."
[발신: 전력청 통합 갱신 계정]
[적용 근거: 계약 안정화 사전 준비]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계약은 아직 갱신되지 않았다. 그런데 부속 설비 지침부터 바뀌고 있었다.
"좋아요. 제어판을 임의로 조작하지 말고 기존 지역 관리인이 승인한 범위로만 복귀해 주세요. 바뀐 표준은 증거로 보존하고."
"그리고 예비 장치는?" 미레가 물었다.
"원인 확인 전에는 자동 운전을 걸지 마세요. 실제 공급을 끊고 시험할 일도 없고요."
그때 로딘이 의기양양하게 날개를 펼쳤다.
"이럴 때 내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내 화염으로 다리를 덥히면—"
"안 됩니다."
"말도 다 안 했는데!"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습니다. 용암 온천에서 남아도는 뜨거움과 아이가 걸어야 할 다리의 적정 온도는 다릅니다."
로딘은 상처받은 얼굴로 눈밭에 앉았다. 몸에서 새어 나온 열기 때문에 앉은 자리만 동그랗게 녹았다. 잠시 후 발밑에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루루가 그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저 정도면 계란은 삶을 수 있겠어요."
"뭐?" 내가 물었다.
로딘이 눈을 반짝였다.
"그렇지! 나의 위대한 힘으로—"
"아니."
나는 생각하다 덧붙였다.
"다리 난방 말고 비상 급식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네요. 별도 안전 규칙을 만들고요."
결국 로딘은 마을 회관 앞 야외 화덕을 맡았다. 마을 조리사 감독 아래 냄비를 올리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열을 내는 일이었다. 처음엔 분통을 터뜨리더니, 사람들이 따뜻한 수프를 받아 들고 웃자 코끝을 벌름거렸다.
"내 화염을 마을에서 환영하는구나!"
"조리사님이 열량을 통제하셨으니까요."
"칭찬을 하다가 왜 빼앗느냐!"
"협업의 미덕입니다."
본래 점검 목적도 잊지 않았다. 아르웬과 미레는 중앙 갱신 계정이 지역 표준을 덮어씌운 기록을 확보하고, 현장 승인 없이 적용되는 경로를 임시 차단했다. 니아는 실제 공급의 안정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어떤 주민도 이번 점검 때문에 열기를 잃지 않았다.
귀환 준비를 할 때 미레가 말했다.
"저는 세계수가 쉬었으면 좋겠어요. 그 나무가 우리를 얼마나 도왔는지 아니까요. 다만 우리 아이도 안전해야 해요."
"두 가지를 함께 지키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 다 해내진 못했지만요."
미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는 길에 루루가 로딘에게 물었다.
"오늘 일당 받으셨어요?"
"수프 세 그릇을 받았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예요?"
"위대한 영광은 값으로 헤아릴 수 없다!"
나는 장부에 적었다.
[로딘 — 비상 조리 지원. 보수: 수프 3그릇. 본인 만족도: 과도하게 높음.]
웃고 넘길 수 없는 건 다음 줄이었다.
[통합 갱신 계정의 사전 명령 적용 시작: 계약 갱신 27일 전]
아직 동의도 확인하지 않은 계약이 벌써 설비를 바꾸고 있었다. 갱신은 미래 일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였다.
제12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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