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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24화
PAYLUA ORIGINAL · 제124화

124화. 열세 마을의 주민 대표가 전부 저를 욕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96자

오프라인 책장
주민 설명회를 열자고 했을 때 아르웬이 말했다. "찬성합니다. 다만 참석 범위를 미리 정해야 합니다." "열세 지역 대표를 부르면 되겠죠." "그 외에 참관인과 통역, 설비 관리인도 필요합니다." "좋아요." "출입 동선과 발언 시간표도 정해야 합니다." "그것도 좋아요." "그리고 의견이 충돌했을 때 적용할 회의 규칙을—" "소장님.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회의의 회의를 열지는 말아 주세요." 아르웬은 못마땅한 얼굴로 수첩을 덮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 엘프는 규칙을 사랑하지만, 규칙이 사람보다 앞서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었다. 배우는 속도가 엘프 기준으로는 눈부시게 빠르다. 인간 기준으로는 아직 서류 한 장 분량이다. 설명회는 세계수 고객센터 앞 넓은 둥근 광장에서 열렸다.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 작은 탁자들을 원형으로 놓았다. 맨 앞에는 투명한 판을 세워 오늘 논의할 내용을 적었다. [오늘 할 일: 자동 갱신의 사실관계 공유, 지역별 안전 우려 수집, 주민 의견 기록] [오늘 하지 않을 일: 세계수 대신 동의하기, 주민 대신 공급 중단 결정하기] "이런 문구까지 적어야 하나요?" 루루가 물었다. "이런 문구를 안 적으면 나중에 우리가 안 한 일을 했다고 기록하거든." 북쪽 얼음밭에서는 다리 관리인 미레가 왔다. 동부 물안개 숲에서는 채소 온실을 관리하는 오크 여인 탄지가 왔다. 서쪽 어업 마을에서는 생선 보관 창고를 운영하는 노인 부부가 왔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마법 등불 관리자, 약초 재배자, 진료소 책임자 등이 도착했다. 문제는 그들이 서로 전혀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데 있었다. "공급이 멈추면 다리에서 아이가 다칩니다!" 미레가 외쳤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쓰면 숲의 나무들이 죽어요." 탄지가 반박했다. "대체 설비가 비싸다니까!" 어업 마을 노인이 말했다. "그 돈을 누가 내는데요?" 사방에서 질문이 날아왔다. 나는 처음부터 발언권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각 지역이 지금 무엇을 쓰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들으려고 만든 자리였다. 그런데 모두의 시선이 내게 돌아왔다. "상담원 양반,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이제야 알았다. 고객센터 직원의 숙명은 세상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회의장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질문의 종착지가 된다. "저는 오늘 여러분 대신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문제를 섞지 않을게요." 나는 탁자를 세 구역으로 나눴다. 첫째, 당장 공급이 끊기면 사람과 동물이 위험해지는 곳. 둘째, 세계수 부하를 줄일 수 있는 보조 설비가 있는 곳. 셋째, 설비가 있어도 비용이나 운영 인력이 부족한 곳. "한 마을이 여러 칸에 들어가도 됩니다." 탄지가 손을 들었다. "우리는 두 번째와 세 번째예요. 온실의 습도 장치는 만들었지만 점검할 인력이 없어요." "적겠습니다." 미레도 손을 들었다. "우린 첫 번째예요. 다리 안전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지난번 모의 시험에서 보조 열원은 제대로 작동했어요." "그것도 적겠습니다." 로딘이 손을 들었다. 손이 너무 커서 그늘이 세 마을 대표를 덮었다. "나는 화염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님은 주민 대표가 아닙니다." "나는 산의 주인이다!" "산 소유권과 공공 시설 안전 검증은 별개입니다." 로딘이 입을 삐죽였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생물인데 표정만큼은 간식 뺏긴 아이 같았다. 그때 어업 마을 노인이 말했다. "우린 전력청이 끊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갱신하면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에게 무슨 선택을 하란 말이오?" 맞는 말이었다. 정보가 없는 선택은 그냥 모르는 쪽을 고르라는 소리다. 니아가 지역별 사용량을 단순화한 표를 꺼냈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마을 정보는 가렸다. 대신 꼭 필요한 유지량의 범위를 공개했다. 탄지는 유지 비용을, 미레는 예비 시설의 점검 주기를 직접 설명했다. 로딘은 끼어들 틈을 못 찾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사백 년 전엔 이렇게 모여서 얘기했지. 나무 옆에 앉아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나눴다." 그 말을 듣고 모두 잠시 조용해졌다. "그때는 나무에게도 물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로딘은 대답하기 전에 긴 숨을 내쉬었다. "물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이번엔 허풍이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들렸다. 우리는 결론 대신 합의된 사실 목록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일상 공급이 유지될 안전 계획을 요구했고, 세계수의 갱신 의사를 타인이 대신 적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상당수가 동의했다. 일부는 여전히 우려를 남겼다. 그 의견도 그대로 기록했다. 설명회가 끝나기 전, 어업 마을 노인이 마지막으로 손을 들었다. "우리 말이 이 서류에 전부 남는다고 했소?" "동의하신 범위에서 요지만 남깁니다. 오늘 말한 게 계약 갱신의 찬반 투표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럼 여기서 반대한다고 내일 전기가 끊어지는 것도 아니오?" "그렇습니다. 현행 공급은 그대로 유지하고, 안전 계획은 별도 절차에서 다뤄야 합니다." 노인은 턱수염을 만지며 웃었다. "이상한 세상이군. 질문하면 혼날까 봐 겁내고 있었는데, 질문을 하니까 처음으로 설명을 듣네." 나는 그 말을 따로 적었다. 민원이라는 건 종종 뻔한 사실을 묻는 일이다. 문제는 묻는 사람이 뻔하다고 느끼지 않는 데 있었다. 질문할 수 없던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첫 문장이다. 끝나고 탄지가 내게 다가왔다. "상담원님, 전 처음엔 당신이 우리 온실 난방을 끊으러 온 줄 알았어요." "그랬겠죠." "오늘은 아니었네요." "오늘은 욕을 접수하러 왔습니다." 탄지가 웃었다. "그럼 다음에는 차를 대접할게요." 그날 저녁, 루루가 민원 장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온 님! 오늘 접수 건수가 엄청나요!" "몇 건인데?" "열세 지역에서 총 백여섯 건이요!" "좋네." "좋다고요?" "사람들이 드디어 질문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장부 맨 아래에 발신 지역이 없는 의견서 하나가 새로 생겼다. [제14 계정 관련 통지: 대표자 확인 불가] [지역 이름: 없음] [유지량 요구: 0] [권한: 전체 계약 갱신 우선] 나는 마지막 줄을 읽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사용하는 힘이 없는데, 모든 계약보다 먼저 결정할 권한을 가진 계정이라니. 이게 정말로 사람의 계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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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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