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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축하합니다, 거절하셨으므로 동의하셨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165자

오프라인 책장
전력청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마법도 골렘도 아니었다. 친절한 문구였다. [고객님의 소중한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 밑에 달린 작은 글씨. [단, 모든 선택은 서비스 유지 의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나는 문장을 세 번 읽었다. 그동안 세상에는 바보 같은 약관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경지였다. 거절을 해도 찬성하는 계약이라면 차라리 주사위를 던지는 게 정직하다. 우리의 현장 조사에 대한 전력청의 답변은 의외로 빨랐다. 갱신기획국 차장 벨테르가 직접 면담하겠다는 연락을 보낸 것이다. 회의장은 하늘 청사 위층이었다. 바닥에는 구름 카펫이 깔려 있었고 벽에는 웃는 나무 그림들이 걸렸다. "이건 세계수입니까?" 루루가 물었다. "예. 장기 안정 공급의 상징입니다." 벨테르가 대답했다. 나는 그림 속 나무를 보았다. 열매마다 가격표가 달려 있었다. 어쩌면 그가 보는 세계수는 실제 나무가 아니라 요금 청구서일지 모른다. 벨테르는 젊고 정중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대놓고 나쁜 놈이면 쉽다. 웃으면서 서류를 내미는 사람은 서류부터 읽어야 한다. "자동 갱신은 주민의 편익을 위한 제도입니다. 갑자기 힘 공급이 끊기면 도시가 마비됩니다." "그 점은 이해합니다. 저희도 공급을 함부로 끊자는 뜻이 아닙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두꺼운 자료집을 건넸다. 열세 지역의 사용량과 필수 시설 명단이 있었다. 병원, 다리, 온실, 수로. 모두 실제로 필요한 곳이었다. "보십시오. 누구도 중단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이용자가 필요로 한다는 사실과 공급자가 영원히 동의한다는 사실은 별개죠." "계약은 이미 체결됐습니다." "그러니까 갱신 절차를 묻고 있잖아요." 아르웬이 원본 공개 범위 안에서 확인된 부속 제3항의 문구를 보여 줬다. 정지 신호가 있으면 지우지 말고 대체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리넬이 제출한 자동 음성 재생 중지 기록도 붙였다. 벨테르는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지금 갱신에 쓰는 장치와 수액 도서관 장치는 다릅니다." "기계가 다르다고 사람이 같아지진 않죠." "무슨 뜻입니까?" "과거의 목소리가 오늘 동의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같다는 뜻입니다."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전력청은 안전한 공급을 어떻게 보장해야 합니까?" 정말 그가 그 답을 찾는 거라면 협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보조 공급 시험 결과를 보여 줬다. 세계수의 실제 공급량을 바꾸지 않은 모의 시험이었고, 나머지 지역의 준비 상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정확히 말했다. "30일 안에 모든 지역이 대체 공급을 갖출 수 있다는 말은 못 합니다." 나는 말했다. "그러니까 갱신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안전한 임시 공급 조건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벨테르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공급 중단부터 외치는 줄 알았습니다." "전 제 월급이 끊기면 반대합니다. 주민들은 더하겠죠." 루루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월급 얘기 꼭 해야 해요?" "보편적 언어야." 회의 끝에 벨테르는 한 장의 안내서를 건넸다. [갱신 이의 접수 양식 C-9] 드디어 이의 신청서다.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기쁨이 너무 빠르면 반드시 함정이 있다. 신청서 마지막 칸에 적힌 문구를 본 순간 내 손이 멈췄다. [본인은 갱신에 이의를 제기하며, 그 과정에 필요한 잠정 갱신에 동의합니다.] "잠정 갱신이 뭡니까?" "심사 중에는 기존 계약 효력을 보장한다는 뜻입니다." "기간이요?" "심사 종료일까지입니다."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요?" 벨테르는 시선을 피했다. "사례마다 다릅니다." 나는 양식에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별도의 공문에 적었다. 심사 동안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명분으로 새로 400년짜리 갱신을 받아 버리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사라진다. "차장님, 생존에 필요한 임시 공급과 계약 갱신 동의는 다른 문서로 나눠 주세요." "규정 변경이 필요합니다." "그럼 검토 요청으로 남기죠." "절차가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저도 창구에서 일했으니까요." 회의실 문 가까이에 작은 모형이 놓여 있었다. 유리 구슬 열세 개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장식이었다. 벨테르는 그것을 '안정 공급 모형'이라고 소개했다. "어디가 망가지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물었다. "붉게 빛납니다. 전력청이 즉시 조치합니다." 그때 루루가 구슬 하나를 가리켰다. "그런데 나무가 피곤한 건 어디에 떠요?" 벨테르가 잠시 말을 잃었다. 모형에는 지역별 수요량만 있고 세계수의 회복 상태를 보여 주는 부분은 없었다. "그 항목은 다음 개편에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좋네요. 기존 나무가 쉬는 날도 계획표에 넣어 주시면 더 좋겠고요." "그건 계약 주체의 승인이—" "그러니까 먼저 물어보자는 겁니다." 나는 구슬 아래 적힌 설명을 확인했다. [안정이란 공급을 멈추지 않는 것.] 이제 이 문장이 조금은 불편하게 보였다. 공급이 계속되는 동안 무언가가 조용히 닳아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회의실을 나서는데 벨테르가 낮게 말했다. "한 가지는 조심하십시오. 이의 신청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전력청 내부에선 그걸 '공급 거부 운동'으로 기록하려 할 겁니다." "누가요?" "저도 정확한 주관 부서는 모릅니다. 다만 갱신 보고서는 다른 곳에서 이미 취합하고 있습니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복도에서 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문 부착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기쁘게 종이를 흔들었다. [고객의 상담 및 경로 문의는 갱신 동의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좋은 문장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당연한 문장이었다. 그런데 당연한 문장이 관청 벽에 붙자 모두가 승리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로딘이 손뼉을 쳤다. 박수 한 번에 복도의 분수대가 물을 거꾸로 뿜었다. 나는 수리비 장부를 꺼냈다. 승리는 언제나 예산을 먹는다. 그날 저녁, 니아가 전력청에서 넘어온 공문을 내밀었다. [갱신 예정 계약 대상: 최초 계약 1건] [실제 자동 처리 계정: 14개] "계약 하나인데 계정은 왜 열네 개죠?" 루루가 물었다. 나는 숫자를 오래 바라봤다. 열세 지역과, 아직 이름이 없는 하나. 제14 장치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불길한 느낌이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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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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