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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22화
PAYLUA ORIGINAL · 제122화

122화. 해지 버튼은 마왕성보다 깊이 숨어 있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858자

오프라인 책장
로딘의 후원 안내판을 치우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알아낸 사실이 있다. 드래곤은 산을 들 수 있지만 자기가 가져다 놓은 돌을 치우는 데에는 놀라울 만큼 게으르다. "나는 후원자다!" "후원하셨으면 사후 관리도 좀 해 주세요." "왜 위대한 용이 잡역부가 되어야 하느냐!" "고객센터 출입구 막은 분이 누구신데요?" 결국 로딘이 돌을 밀어 냈다. 밀다가 바닥이 조금 깨졌다. 나는 수리비를 적었다. 그는 나를 배은망덕한 인간이라고 불렀다. 직원 평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 점수는 이미 바닥이다. 우리는 전력청의 '계약 유지 고객 전용 창구'를 찾아갔다. 하늘에 떠 있는 청사로 가려면 북쪽 승강 구름을 타야 했다. 구름은 분명 이동 수단인데 경치가 좋은 대신 바닥이 축축했다. 이동하는 내내 양말이 젖었다. 이세계를 누비며 배우는 중요한 교훈은 마법과 방수가 별개라는 점이다. 청사 문앞에는 선명한 안내문이 있었다. [신규 동의: 오른쪽 출입구] [해지 및 이의: 안내 직원 문의] 오른쪽에는 널찍한 문 다섯 개, 창구 열둘, 친절한 미소를 띤 구름 정령들이 줄지어 있었다. 안내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안내 직원은 어디 있죠?" 내가 물었다. 경비 골렘이 벽을 가리켰다. [안내 직원을 찾는 방법 안내: 지하 4층] "창구를 찾으려면 창구에 가라는 소린가요?" 골렘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듯한 돌머리가 약간 갈렸다. 루루가 웃음을 참았다. 나는 웃지 않았다. 오래된 트라우마는 사람을 무뚝뚝하게 만든다. 지하 4층에는 대기표 발급기가 있었다. 대기표를 받으려면 용건을 골라야 했다. 목록에는 갱신 신청, 갱신 혜택, 갱신 감사 행사, 갱신 기념품 신청만 있었다. "이의 신청은요?" 루루가 물었다. 발급기가 대답했다. [기타 항목을 선택하십시오.] 기타를 누르자 작은 글씨가 떴다. [기타: 갱신 관련 일반 문의. 등록자의 유지 의사를 확인합니다.] 내가 손을 멈췄다. "선택하는 것만으로 찬성한 걸로 처리될 수 있어." 우리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계 옆에 써 있는 담당 부서 표시부터 살폈다. 등록자는 권리자일 수 있지만, 현장에 온 우리는 대리 확인을 위임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의를 신청할 절차를 묻는 것과 나무 대신 계약을 끝내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달랐다. 아르웬은 공식 공문을 내밀었다. "본 관리소는 계약 당사자의 갱신 의사를 대신 표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개된 안내 경로의 적법성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경비 골렘이 공문을 스캔했다. [업무 분류: 안내 경로 문의] [담당: 민원 미로 관리과] "미로 관리과?" 루루가 중얼거렸다. "무슨 미로요?" 그때 벽이 움직였다. 복도에 있던 문들이 빙그르르 돌았다. 방금 우리가 올라온 계단이 창고로 바뀌었다. "이거 설마 실제 미로야?" 아르웬이 턱을 굳혔다. "본관 설계도상 이런 시설은 없습니다." "없다고 해서 제 눈앞의 벽이 사라지지는 않네요." 잠시 뒤 가슴에 '안내 도우미'라는 명찰을 단 작은 구름이 나타났다. 이름은 몰리라고 했다. 몰리는 우리에게 얌전하게 따라오라고 했다. 다만 그녀도 길을 헷갈렸다. "작년에 구조를 바꿨거든요. 갱신 찬성 창구를 최대한 가깝게 배치하고, 이의 창구는 불필요한 혼잡을 피하도록 분산했다고 들었어요." "혼잡을 피해서 사람들이 못 찾게 된 거군요." "그건…… 그렇게도 들리네요." 우리는 안내도에 길을 손으로 그렸다. 다섯 번 꺾고, 세 번 계단을 내려가고, '동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아치 밑을 지나야 이의 창구가 나왔다. 아치가 불길했지만 몰리는 구경만 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아치 앞에서 멈췄다. 돌 표면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감지 룬이 박혀 있었다. "이 문을 통과하면 무엇이 기록됩니까?" 몰리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원래 구름은 하얗지만 더 하얘졌다. "통과 기록이요." "그 기록의 이름은요?" 그녀는 내미는 장부를 읽고 침을 삼켰다. [유지 의사 표시: 감사 아치 통과 완료] 루루가 팔을 벌렸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맞아.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기록이 동의로 바뀌는 거야." 나는 룬에 손을 대지 않고 니아에게 외부에서 촬영을 부탁했다. 몰리에게는 자기 업무 범위에서 증언할 수 있는지 물었다. 몰리는 처음엔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매일 길을 잘못 안내했다고 혼났거든요. 실제로는 길이 매번 바뀌는 거였는데." 그 표정이 낯익었다. 불가능한 업무 지시를 받고도 사과부터 해야 하는 상담원의 얼굴이었다. "우리 쪽에선 길을 잘못 안내한 게 아니라, 길을 찾기 어렵게 만든 게 문제라고 기록하겠습니다." 나는 바닥에 앉아 임시 이의 안내서를 써 붙였다. 공식 창구 명칭과 실제 이동 경로, 아치의 통과 기록 기능을 구분했다. 단, 사람들에게 아치를 억지로 통과해 보라고 시키지는 않았다. "이런 걸 붙여도 됩니까?" 아르웬이 물었다. "일단 민원 증거 표시는 허가를 받아야죠. 몰리 씨, 이 구역 현장 담당자에게 중립 안내문 부착을 요청해 주실래요?" 몰리가 안내서를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제가 신청할게요. 저도 매일 사람들에게 미안했으니까." 그날 우리는 갱신 해지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건 애초에 우리 권한도 아니었다. 대신 누구도 모르게 동의를 수집하던 통로 하나를 밝혀냈다. 나가는 길에 로딘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봐라. 내가 있었다면 벽을 부수고 바로 갔을 것이다!" "고객님. 저런 미로에서 벽을 부수면 건물 전체가 무너집니다." "그럼 건물째 고소하면 된다!" "그런 소송은 누가 처리합니까?" 로딘이 웃으며 나를 가리켰다. 나는 이 드래곤의 입을 일단 묶고 싶어졌다. 물론 고객의 발언권은 소중하다. 내 귓구멍의 휴식권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오늘 법정에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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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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