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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21화
PAYLUA ORIGINAL · 제121화

121화. 자동 갱신은 자동으로 거절할 수 없나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870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자동 갱신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전생에도 그랬다. 무료 체험을 신청한 줄 알았는데 다음 달부터 돈이 빠져나가고, 해지 버튼은 지하 던전 열두 층에 숨겨져 있었다. 상담원인 나는 고객에게 그 던전의 위치를 알려 주는 업무를 맡았다. 정작 회사에서는 위치를 알려 주면 평가 점수를 깎았다. 그런데 이세계에서도 똑같은 광경을 볼 줄이야. [세계수 최초 계약 자동 갱신까지 29일 23시간 41분] 붉은 숫자가 고객센터 창문 한복판에 떠 있었다. 내가 한 시간 전에 받은 통보서를 아르웬이 접수 장치에 넣자 생긴 표시였다. 창문을 통해 세계수 가지들이 아침 햇빛을 받고 있었다. 저 나무가 쉬기로 한 날인데, 회사에서 보내는 문자처럼 통지서만 떠다녔다. 본관 앞에는 며칠 전 아이들이 걸어 둔 작은 나무 방울이 흔들렸다. 나무가 쉰다는 뜻을 아이들도 이해할까 궁금했는데, 루루는 오히려 그게 제일 쉬운 일이라고 했다.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 문제는 나무가 아프다고 말해도 어른들이 계약서부터 찾는다는 점이다. "시온 님, 잎사귀는 여전히 초록색이에요." "겉으로 멀쩡한 사람이 내부에서는 쓰러질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어. 나무라고 다르겠니." "저는 쉬고 싶으면 쉰다고 말할 건데요." "그래. 누가 멋대로 네 답을 대신 써 놓으면 꼭 알려 주고." 루루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한 번 자기 목소리를 잃어 본 정령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선택이라는 건 서류 한 줄 이상의 문제다. "소장님, 이거 끄면 안 됩니까? 나무가 시계를 보고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은데." "통지 내용을 가린다고 절차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알아요. 현실적인 답변은 늘 사람을 우울하게 하죠." 루루는 창틀에 달라붙어 숫자를 셌다. "29일이면 길지 않아요?" "시간은 길어도 신청 버튼이 없으면 짧아." "버튼이요?" "갱신하시겠습니까, 묻는 버튼." 루루는 통보서를 뒤집었다. 접었다. 빛에 비추고 물로 적셨다. 접수 정령이니 자기 직업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더니 아주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이의 신청은 본 계약 등록자의 현행 인증을 첨부하여 서면 접수할 것.] "있어요!" "잘했어. 이제 현행 인증이라는 걸 어떻게 받는지 보자." 바로 밑에 문장이 있었다. [인증이 불가할 경우 기존 인증을 유효한 것으로 추정함.] "와." 내가 감탄했다. "불가능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주 대담하네요." "좋은 거 아니에요?" 루루가 물었다. "아니. 못 물어보면 옛날 대답을 오늘 대답으로 친다는 거야." 아르웬은 표정을 굳혔다. 법정에서 이미 위험하다고 인정받은 방식이었다. 다만 침묵의 법정이 잠정 중지시킨 것은 제2 서명인의 정지 신호를 자동 재생하는 특정 경로였다. 전력청은 갱신 업무가 별도 장치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낸 모양이다. 그때 로딘이 창문 밖에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사백 년 전에는 이런 복잡한 글이 없었다. 계약 당사자에게 직접 묻고 기다리기로 했지." "당시 현장에 계셨으니 증언하실 수 있겠네요." "물론이다!" "다만 법정에서는 당시 보신 것만 말씀해 주세요. 상상으로 장식하지 말고." "내가 왜 상상을 하겠느냐! 그날 하늘에서 황금 용 열 마리가—" "그 부분부터 빼시죠." 니아가 옆에서 수첩을 펼쳤다. 열세 지역 보조 공급 시험의 결과가 적혀 있었다. 북방 온수관 모의 시험은 정상, 동부 습도 장치는 점검 중, 서쪽 어업 마을의 보관 열원은 주민 협의 예정. 우리는 세계수의 힘을 끊지 않고 다른 수단이 얼마나 준비됐는지만 확인해 놓은 상태였다. "갱신을 막겠다고 당장 공급을 차단하면 안 됩니다." 니아가 말했다. "지역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요." "맞아. 나무를 쉬게 하겠다고 사람을 얼려 버리면 그건 휴가가 아니라 재난이지." 나는 통보서 원본을 봉인하고 사본을 세 부 만들었다. 하나는 침묵의 법정, 하나는 중앙 정산관 리넬, 하나는 전력청에 보낼 사실 확인 요청이었다. 제2 서명인의 신원과 목소리는 요구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갱신 절차가 어디서 시작되고 무엇을 승인하는지 알아야 했다. 답신 초안을 쓰는데 로딘이 또 참견했다. "제목을 '천계의 비겁한 도둑들아'로 하여라." "고객님, 제목만으로는 담당자가 누구인지 못 찾습니다." "'천계 전력청의 비겁한 도둑들아'는 어떠냐?" "기관명은 좋아졌네요. 비겁한 부분은 나중에 증거가 나오면 검토하겠습니다." 내가 실제로 쓴 제목은 이랬다. [민원 026-1. 갱신 동의 확인 절차 및 이의 신청 경로 열람 요청] 잠시 후 중앙 전력청에서 회신이 도착했다. [안내문은 '계약 유지 고객 전용 창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 창구가 있네." 루루가 환호했다. 바로 다음 줄을 읽기 전까진. [창구 이용 자격: 갱신에 동의한 등록 계약자.] 우리는 모두 말이 없어졌다. 마침내 아르웬이 말했다. "동의를 검토하려면 먼저 동의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네." 나는 책상을 두드렸다. "이건 서비스가 아니라 입장권 장사잖아." 창밖의 세계수가 잎을 한 번 흔들었다. 그 움직임을 답변이라고 적지 않았다. 바람일 수도 있으니까.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문턱의 잘못부터 접수하는 것. "루루. 고객센터 안내판 새로 달자." "뭐라고요?" "'상담을 받으려면 먼저 찬성할 필요 없습니다.'" 로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문구는 내가 후원하겠다!" 이 드래곤의 후원은 대부분 돌덩어리로 온다. 그래도 오늘은 받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 고객센터 앞에는 바위만 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입구 전체를 가로막았다는 사실이다. 계약 갱신 전에 해결할 민원이 하나 늘었다. [민원 026-2. 안내판으로 인한 출입 방해] 물론 피신청인은 로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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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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