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공급 모의 시험 날, 북쪽 얼음밭의 하늘은 맑았다.
날씨가 맑다는 건 그곳에서는 위험한 말이었다. 햇빛이 얼음다리 표면을 녹이면 밤에 다시 얼어붙어 미끄러워지기 때문이다. 다리 밑에는 오래된 온수관이 지나갔고, 관에는 세계수의 열기가 조금씩 흘렀다. 주민들은 그 열기를 쓰지 않으면 새벽마다 다리를 다니기 어렵다고 했다.
나는 다리 옆의 점검석에 앉아 보고서를 펼쳤다.
“오늘 목표는 세계수의 열기를 끊는 게 아닙니다. 보조 열원이 정상적으로 켜지는지, 예비 관이 충분한 온도를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그럼 화염은 내가 맡겠다!”
로딘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안 됩니다.”
“왜!”
“고객님 입에서 나오는 열은 일정하지 않잖아요.”
“내 위대한 화염은 언제나 강력하다!”
“그게 문제라고요. 다리를 데우랬더니 아예 녹여 버리실 테니까.”
로딘은 분해서 바닥에 발톱 자국을 남겼다. 그 옆에서 루루가 작은 화로를 가리켰다.
“그럼 저 조그만 열원은요?”
“저건 마을 사람들이 만든 겁니다. 식물성 연료로 천천히 데우고,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자동으로 꺼지게 했어요.”
아르웬은 시험 책임자에게 설명을 들었다. 지역 종지기와 다리 관리인이 각각 점검석에 서명했다. 니아는 시험 전후의 온도와 통행 상태를 독립 기록으로 남겼다.
[시험 범위: 보조 열원과 예비 관 작동 확인]
[세계수 실제 공급량: 변경 없음]
[주민 통행: 기존 안전 통로 유지]
“자. 시작하겠습니다.”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
작은 화로에 불이 켜졌다. 열이 예비 관으로 퍼지고, 관 주변의 결정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나는 긴장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화로가 꺼지면 어쩌지? 예비 관이 터지면? 로딘이 내 뒤에서 재채기하면?
다행히 마지막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온도계의 눈금은 허용 범위 안에 머물렀다. 다리 관리인이 두 번 검사를 마친 뒤 주민들에게 통행 가능을 알렸다. 이 장치만으로 모든 계절을 버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일부 열기 수요를 대체할 여지는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계산해 보니 시험한 구간에선 세계수 부하를 약간 줄일 수 있겠네요.”
아르웬이 말했다.
“다른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니요. 기후와 설비가 다릅니다. 각자 검증해야 합니다.”
“좋습니다. 과장하지 맙시다.”
루루가 입을 삐죽였다.
“오늘 대성공이라고 하면 안 돼요?”
“작은 성공이지.”
“작은 대성공은요?”
“그건 허용.”
“작은 대성공!”
루루가 박수를 쳤다.
세계수 고객센터에 돌아왔을 때 도서관 사서 비브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모의 대출 기록은 정정됐고, 그가 어머니의 자장가를 개인 보관물로 받아 갔다고 했다. 루루의 발언 통로 점유 사건도 재발 감시 항목으로 등록됐다. 리넬은 중앙 제4 보정실의 남은 권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럼 이번 민원은 닫아도 될까요?”
비브가 물었다.
“하모에게 직접 확인한 뒤 닫으세요.”
“이미 했습니다. 본인이 해결됐다고 답했어요.”
“그럼 닫아도 됩니다.”
잠시 뒤 하모가 남긴 짧은 문장이 도착했다.
[엄마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이제 제가 언제 들을지 결정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웃었다. 그동안 우리가 한 일을 길게 요약할 필요가 없었다. 저 한 줄이면 충분했다.
아르웬과 니아는 북쪽 시험 결과를 정리해 세계수에 전송할 준비를 했다. 나는 마지막 줄에 단서를 넣었다.
[오늘 결과는 선택지를 위한 자료이며, 세계수의 현재 동의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자료를 보낸 뒤 기다렸다. 세계수는 언제 답할지 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멀리서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들렸다.
하루가 거의 끝나갈 무렵, 수신석에 문장 하나가 나타났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한 줄.
[오늘은 남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쉬겠습니다.]
“좋아.”
나는 즉시 장부를 덮었다.
루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일 다시 물어볼까요?”
“내일도 쉬고 싶을 수 있지. 다음 문의 날짜를 정하는 것도 세계수가 해야 해.”
수신석이 다시 빛났다.
[도서관에 있는 제3항 해석 사본은 계속 열람할 수 있습니다.]
[원본 열람과 신원 정보 공개는 아직 허가하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허락받은 만큼만 보겠습니다.”
그때 수신석 밑에서 다른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이번엔 세계수의 답변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붉은 테두리, 관청 특유의 비싼 잉크 냄새. 중앙 전력청에서 온 공식 통지서였다.
[계약 갱신 예고]
[대상: 세계수 최초 계약]
[사유: 자동 갱신 주기 도래]
[갱신 예정: 30일 후]
[신청 기관: 천계 전력청]
[제2 서명인의 갱신 의사: 기존 기록으로 확인 예정]
나는 마지막 줄을 세 번 읽었다.
기존 기록으로 확인.
설마 아직도?
“아르웬 소장님.”
“네.”
“법정에서 과거 음성을 현재 동의로 쓰지 말라고 했죠?”
“잠정 중지했습니다.”
“그러면 전력청이 지금 하겠다는 건요?”
아르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조치가 다른 갱신 시스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일 수 있겠군요.”
로딘이 통지서를 바라보다 낮게 으르렁거렸다.
“사백 년 전에도 저들은 날짜를 맞추는 데만 열심이었지.”
“그때 뭘 보셨는데요?”
“그 계약은 처음부터 영원한 약속이 아니었다. 갱신 때마다 다시 물어야 한다고 했어.”
나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빌려 간 목소리를 돌려줬다. 무응답으로 지운 경고도 다시 기록하게 했다. 그러나 가장 큰 계약의 갱신 시간표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좋습니다.”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날짜가 지나기 전에 문의부터 넣어야겠네요.”
루루가 장부를 펼쳤다.
“제목은요?”
나는 잠깐 고민하다 적었다.
[민원 026 — 본인 없는 계약 갱신의 효력 확인 요청]
“자동 갱신은 편리하죠.”
내가 중얼거렸다.
“다만 고객이 해지할 수 있을 때나 그렇지.”
밖에서는 세계수의 잎이 천천히 흔들렸다. 오늘은 나무가 쉬는 날이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 약속을 지킬 작정이었다.
문제는 삼십 일 뒤였다.
그날은 나무가 아니라, 우리가 전력청에 아주 긴 문의를 할 차례가 될 것이다.
제12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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