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 바스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가장 먼저 그의 급여를 걱정했다.
오해하지 말자.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미지급 급여가 쌓인 직원은 대체로 중요한 증거도 같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루루, 마지막 통신 위치!”
“천계 기록 반송국 지하 4층이에요.”
“에델 감사관에게 연결해.”
“왜 그분이요?”
“조직 안의 범죄는 조직 안에서 열쇠를 들고 있는 사람이 제일 빨리 찾거든.”
사실 십이 년 동안 상담 일을 하며 배운 건 따로 있었다. 사람들은 담당자를 몰라서 헤매지 않는다. 담당자가 누군지 모두 알아도 책임자가 아니라고 떠넘겨서 헤맨다.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상대가 책임을 떠넘길 출구부터 막기로 했다.
에델의 얼굴이 연결창에 나타났다. 엄격한 표정과 각진 안경이 지난번 그대로였다. 단 한 가지, 그 뒤에는 전력청 경비병 둘이 서 있었다.
“최시온 씨. 현재 제가 독단으로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러면 공무 중 납치 신고부터 해 주시죠.”
“납치?”
“정비사 바스. 4층 작업실에서 연락 두절. 마지막 접속 기록을 지우려는 사람이 있어요.”
에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해당 정비사는 퇴직 처리된 인물입니다.”
“언제요?”
“조금 전.”
“본인이 서명했습니까?”
“전산 기록상으로는.”
“동시에 제게 구조 요청을 보냈는데요. 퇴직하고 첫 일정이 납치라니 은퇴 생활이 바쁘시군요.”
에델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이 화면 아래에서 움직였다.
잠시 후 우리 접수함에 작은 파일이 도착했다.
[조사 협조 대상: 기록 반송국 4층 예비 동력실]
[인원 확인: 바스 / 신원 미상 보안관리자 2명]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정보도 드릴 수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네, 저도 공식적으로는 감사관님과 통화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참 피곤하게 하시는군요.”
“직업병입니다.”
지하에서 바로 천계로 가려면 통로 이동비가 필요했다. 돈은 없었다. 대신 훨씬 경제적인 교통수단이 있었다.
“로딘 님!”
“싫다!”
“아직 말도 안 했는데요!”
“지난번부터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십중팔구 무언가를 태우거나 날라야 했다!”
“이번엔 날라야 합니다.”
“정직해서 더 짜증 나는군.”
우리는 제0 근부를 봉인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밤의 세계수 숲은 은색 안개에 잠겨 있었다. 잎사귀에서 작은 빛이 흘러나와 사람들의 창문으로 들어갔다. 멀리 베르나 치료소에서는 임시 전력이 정상 공급되고 있다는 신호등이 켜져 있었다.
아르웬이 위를 올려다봤다.
“이 불빛을 유지하려면 정지 기한이 끝나기 전에 대체 관로를 늘려야 해요.”
“알아요. 그러니까 바스 씨가 필요하죠.”
로딘은 등 뒤에 사람을 태우는 걸 싫어했다. 정확히는 돈 안 내는 사람을 싫어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빚진 목욕탕 보수 공사를 계약서에 한 줄 더 써 주자 그제야 날개를 펼쳤다.
“대신 네놈은 내 온천의 홍보 문구를 써라.”
“세계 최초, 드래곤이 화내면 자동 온수!”
“좋다!”
루루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건 허위 광고 아닌가요?”
“실증 시험만 하면 됩니다.”
“정말 그렇게 할 거예요?”
“말을 아끼자.”
구름을 뚫고 올라간 천계는 여전히 눈부셨다. 퇴근 시간이라 거대한 수정 전차들이 정류장에 늘어서 있었다. 천사들은 날개를 접고 줄을 섰고, 구름 청소부들은 하늘길 끝에서 빗자루로 별빛 가루를 쓸고 있었다.
나는 긴 줄을 보며 감탄했다.
“날개가 있어도 출퇴근길은 똑같네.”
“전용 비행로 이용료가 비싸거든요.”
아르웬이 설명했다.
그렇게 고급스러운 곳인데 직원 복지는 그리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반송국 4층으로 올라가는 승강기 앞에서 우리는 경비병과 마주쳤다. 창끝에는 푸른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출입 목적을 밝히시오.”
나는 허리를 꼿꼿이 폈다.
“정비 보증 확인입니다.”
“작업 허가서는?”
“정비사 바스의 고용 상태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해고됐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퇴직 인수인계가 끝나지 않아서요.”
경비병은 머리를 긁적였다.
“퇴직자는 출입 불가입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퇴직자가 아직 안에 있으면 경비 규정 위반이지요. 확인만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확인서를…….”
“제가 써 드리죠.”
실은 나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반쯤 몰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는 규정 앞에서 자신감을 잃는다. 나도 십이 년 동안 그 덕에 살았고.
루루가 투덜거리며 종이를 꺼냈다.
“시온 님, 진짜 아무 서류나 만들면 안 된다니까요.”
“실제 있었던 사실만 적어.”
'당직자 확인 요청.' 아주 건전한 문서였다.
경비병은 서명을 하려다 갑자기 벽에 비친 통신 문장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권한 취소자 최시온. 긴급 체포 대상.]
나는 그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여기에는 제가 먼저 왔네요.”
“꼼짝 마시오!”
창끝이 움직이기도 전에 위쪽 계단에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아르웬이 빛나는 나무뿌리를 바닥에서 솟게 했다. 경비병의 무릎 아래를 감아 넘어뜨리는 대신 두 사람을 벽에 고정했다.
“부상은 없을 겁니다. 소장 권한이 정지됐을 뿐, 마법 실력까지 정지된 건 아니니까요.”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멋있는데요, 소장님.”
“빨리 가세요.”
3층과 4층 사이 계단에는 낯선 표지판이 몇 개나 붙어 있었다.
[정비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출입자 생체 확인]
[이전 기록 자동 폐기]
나는 세 번째 문장에서 멈췄다.
“왜 이전 기록을 자동 폐기합니까?”
아르웬이 표지판을 살펴봤다.
“민감 정보 보존 기간을 최소화한다는 뜻이에요.”
“민감한 건 정보가 아니라 저 안에서 하는 짓 같은데요.”
바깥에는 천계의 밝은 햇빛이 넘쳐났는데, 이 복도에는 손을 뻗어도 빛이 닿지 않았다. 벽면 곳곳에 긁힌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 무거운 것을 끌고 들어간 흔적도 보였다.
루루는 안내판 아래 쓰레기통에서 구겨진 점검 일지를 주웠다. 날짜만 다르고 같은 말이 반복되어 있었다.
[정상. 이상 없음.]
[정상. 이상 없음.]
[정상. 이상 없음.]
그런데 마지막 장에는 작은 글씨가 눌러 쓰여 있었다.
'정상이라면 왜 목소리가 들리나.'
나는 그 쪽지를 접어 증거 보관 주머니에 넣었다. 누군가 여기에 오랫동안 머물며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4층 동력실은 기름과 오존 냄새로 가득했다. 벽면에는 심장 박동에 맞춰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수정관이 수십 개 늘어서 있었다. 그 가운데 바스가 한쪽 날개를 결박당한 채 앉아 있었다.
“살아 계셨네요!”
“죽었다고 했소?”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모셔가려고요.”
바스는 자신을 묶은 끈을 내려다봤다.
“저건 절연 쇠사슬이오. 아무나 끊어서는 안 되오.”
“왜요?”
“전력청 안전장치로, 전류를 역방향으로 흘리면…….”
퍽.
로딘의 작은 인간형 주먹이 문틈에서 나왔다. 쇠사슬이 두 동강 났다.
바스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드래곤 가죽은 절연체였나?”
“귀찮아서 인간형으로 왔다.”
“그게 이유가 됩니까?”
“용이라서.”
내가 인정하기 싫지만 강력한 논리였다.
우리는 바스를 일으켰다. 그때 동력실 한가운데의 유리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여기 누구 있어요?”
맑지만 숨이 찬 목소리였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유리관 안에는 손바닥만 한 푸른 빛이 떨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빛 안쪽에 작은 얼굴이 있었다.
“정령?”
루루가 유리관에 다가갔다.
“아니에요. 저 아이는…….”
바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설비의 목소리요. 제14 장치를 감시하도록 남겨 둔 안내 정령.”
“그럼 우리한테 민원을 보낸 것도?”
작은 빛이 고개를 들었다.
“다른 애가 보냈어요. 저는 그 애가 끌려간 길을 알아요.”
나는 주위를 살폈다. 벽의 수정관 사이사이에서 붉은 불이 켜지고 있었다.
[보안 격리 절차 개시.]
[동력실 내 모든 생명체를 감금합니다.]
“이야.”
나는 문이 닫히는 걸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납치범이 서비스가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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