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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1화
PAYLUA ORIGINAL · 제11화

11화. 민원인의 정체는 비밀입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977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에는 듣기 싫은 말이 있다. '잠깐만요.' '담당자가 자리에 없습니다.' '규정상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방금 하나가 추가됐다. [민원 내용: 세계수를 살리지 마십시오.] 나는 세계수 심장 아래에서 번쩍이는 글씨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는 나무를 살려 달라는 민원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정반대의 민원을 넣었다. 이쯤 되면 고객센터가 아니라 이혼 조정 위원회다. “루루, 발신자 조회.” “해 봤어요. 익명이에요.” “익명 민원도 받아?” “모든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는 창설 규정 때문에요.” “그럼 이쪽도 생명이야?” “그게…….” 루루는 손바닥만 한 민원 접수함을 거꾸로 흔들었다. 서류 대신 회색 먼지가 떨어졌다. 녀석은 그 먼지를 손끝에 묻혀 맛을 봤다. “철 냄새가 나요.” “민원을 혀로 분석하는 건 처음 보는데.” “정령계 정식 감식법이에요!” “기준은?” “제 혀요.” 믿음직하지 않은데 이상하게 지금까지는 잘 맞았다. 제0 근부는 거대한 동굴보다도 오래된 성당 같았다. 머리 위에서는 세계수의 뿌리들이 살아 있는 천장처럼 호흡했고, 발아래 투명한 지층 너머로 은빛 수액이 천천히 흘렀다. 그 수액 한가운데에 검은 점이 보였다. 열세 개의 추출 고리와는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장치. 제14 장치. 지도에는 빨간 점 하나로 표시됐지만, 뿌리를 통과해 내려가는 검은 관의 크기를 보니 웬만한 성 하나는 들어갈 것 같았다. “아르웬 소장님, 기존 관리 기록에는 정말 없습니까?” 그녀는 손전등 대신 쓰는 빛의 씨앗을 들고 기록판을 훑었다. 머리카락 끝에 지하의 먼지가 묻어 있었다. “고리의 정식 번호는 열셋에서 끝납니다. 제14 장치는 회계에도, 설비 목록에도 없어요.” “장부에 없는 기계가 세계수 심장에 박혀 있군요.” “제가 관리소장인 동안 이런 일이…….” “잠깐. 자책은 나중에요. 지금은 고장 난 시설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아르웬이 턱을 다물었다. 내가 할 말을 예상한 것 같았다. “그리고 소장님은 현재 직무 정지 중입니다.” “……그 사실은 굳이 상기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마음은 현직이시잖아요.” 그녀는 나를 한 번 노려본 뒤 기록판을 다시 들여다봤다. 좋은 징조다. 잔소리가 나오는 동안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니까. 지상에서는 로딘의 포효가 메아리쳤다. “인간! 번개 인형 세 마리를 잡았다! 이제 어디에 둘까?” “부수면 안 됩니다! 증거물로 묶어 두세요!” “이미 한 마리는 부서졌는데?” “……나머지 둘만이라도요.” “다섯 마리 중 셋을 잡은 건데?” 이 용은 산수에도 악의가 있었다. 나는 접수번호 000이 찍힌 세계수의 잎을 꺼냈다. 시들어 가던 잎맥에 조금 전보다 밝은 녹색이 돌았다. 제삼 고리의 공급을 열두 시간 멈춘 덕분이었다. “고객님, 저 민원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아세요?” 잎맥이 세 번 깜박였다. [들립니다.] “그럼 보내신 분은 적입니까?” 한참 대답이 없었다. 대신 바닥 깊은 곳에서 금속 심장이 다시 뛰었다. 쿵. [아프게 하는 자와 도우려는 자의 소리가 겹쳐 있습니다.] 모호했다. 하지만 오래된 고객들은 가끔 자신이 당한 일을 설명할 단어부터 잃어버린다. 나는 어설픈 확신 대신 질문을 바꿨다. “장치가 돌아가면 더 아파지세요?” [네.] “멈추면요?” [……모르겠습니다.] 죽어 가는 거대한 나무조차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적어도 솔직한 고객이었다. 그때 지하 벽면의 오래된 기록판 하나가 켜졌다. 화면에는 세계수가 태어나던 시절의 풍경이 남아 있었다. 지금의 도시도, 천계의 탑도 없던 시절. 작은 샘을 중심으로 숲이 퍼지고, 짐승들은 뿌리 근처에서 물을 마셨다. 마른 땅에 처음 핀 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정말 오래 살았군요.” 내가 중얼거리자 아르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종족이 이 숲으로 오기 전부터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옛 기록에 따르면 세계수는 모든 마을의 경계가 되기도 전에 이미 그곳에 서 있었어요.” “그런 분한테 계약서도 제대로 안 보여 주고 사인을 받았다는 거네.” “사인을 받았다고 하기도 어렵죠. 할머니가 남긴 증언대로라면 임시 비상 공급을 허용한 것뿐이니까요.” 나는 기록판 위로 손을 뻗었다. 오래된 꽃잎은 손끝에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저 발전소가 아니다. 뿌리 주변에 생겨난 마을들, 그 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그 세월 자체가 저 나무의 몸에 연결돼 있었다. “진짜 고객 한 분만 살리는 일이 아니네요.” 루루가 조용히 답했다. “그래서 제가 세계수 민원은 제일 먼저 처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접수는 왜 000번이야?” “최우선 순위라서요.” “그런데 담당 상담원은 나 혼자?” “채용 공고에 아무도 지원 안 했거든요.” 아, 원래 인력 부족 부서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거구나. 포그가 그때 먼지투성이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는 지하 뿌리들을 관리하는 흙빛 정령으로, 사백 년 동안 밀린 급여 서류까지 고스란히 보관해 온 기묘한 생명체였다. “이런 봉투가 있었지.” 봉투 겉에는 오래된 인장이 찍혀 있었다. [특별 예비 설비. 발신자 열람 불가.] “왜 지금 꺼내요?” “열람 권한이 없어서.” “사백 년 동안?” “그러니 내가 월급을 못 받는 게지.” 설득력이 있어 화가 났다. 봉투를 만져 보니 봉인에 촘촘한 검은 실이 둘러져 있었다. 아르웬이 놀라 내 손을 잡았다. “함부로 뜯지 마세요! 저건 수신자만 열 수 있는 봉인입니다.” “수신자가 누군데요?” 포그가 봉투 뒷면을 가리켰다. [세계수 원천 제공자 대리인에게.] 잠깐. 그건 나잖아. 나는 엄숙하게 봉투를 들었다. “드디어 내 앞으로 온 우편이군.” “주소가 없는데 어떻게 자기 앞으로 온 우편이라고 하세요?” “대리인이라고 써 있으니까.” “사기꾼도 그렇게 말해요.” 루루는 가끔 정곡만 찔렀다. 봉인을 잎에 접촉시키자 검은 실이 풀렸다. 안에는 빛이 거의 죽은 수정 조각과 한 줄의 메모가 있었다. [주의: 회복 신호 감지 시 제14 장치가 자동으로 깨어남.] [수동 정지 시 열세 고리 동시 역류 위험.] [보호 신호를 먼저 확보할 것.] “회복시켜도 위험하고, 끄면 더 위험하다?” 아르웬이 목소리를 낮췄다. “누군가 세계수가 회복할 때 반응하도록 만든 장치예요.” “그럼 내가 방금 살려 놓은 하루 때문에 저게 깨어난 건가.” 나는 무심코 주머니 속 젖은 잎을 만졌다. 기뻐할 일이었던 수명 24일이 갑자기 위협처럼 느껴졌다. 그때 천장에 작은 빛이 번졌다. [제삼 고리 임시 정지 잔여 시간: 11시간 17분] [제14 장치 준비율: 3%] “시간이 줄어드는 건 익숙한데 숫자가 하나 더 오르네.” 루루는 내 얼굴을 살폈다. “시온 님, 무서우세요?” “당연하지.” “그런데 왜 웃어요?” “고객 앞에서 울 수는 없잖아.” 엄밀히 말하면 멋진 이유는 아니었다. 웃지 않으면 다리가 떨리는 걸 들킬 것 같았다. 나는 한 손으로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민원번호 014. 발신자 미상. 요구 내용: 세계수 구호 중단.] [현장 관찰: 회복에 반응하는 미등록 장치 존재.] [판단: 악성 민원 여부 미확정. 발신자 보호 필요.] 아르웬이 마지막 줄을 읽었다. “발신자를 왜 보호합니까?” “저 문장을 보낸 게 우리를 속이려는 범인인지, 위험을 알려 주려는 사람이 아직 갇혀 있는 건지 모르니까요.” 바스에게 통신을 보냈다. 수정 화면 너머로 기름 묻은 얼굴이 떠올랐다. “제14 장치라고?” 그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그 번호는 쓰지 마시오.” “왜요?” “공식 도면에서 지워진 게 아니라, 이름을 말한 정비사들이 지워졌으니까.” 통신 뒤편에서 철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스 씨?” 그는 입술만 움직였다. '감사망이 듣고 있소.' 그리고 회선이 끊겼다. 루루의 접수함이 또 울렸다. [발신자: 미상] [민원 내용: 방금 연락한 정비사를 구해 주세요.] 나는 접수함을 빤히 바라봤다. 이쯤 되니 확실해졌다. 우리 고객센터는 오늘도 쉬는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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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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