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교정서고 제4 보정실이 폐쇄된 지 열일곱 해가 지났다고 했다.
그런데 그 방에서 보낸 동의 확인은 어제도, 오늘도, 바로 조금 전에도 접수됐다. 일하지 않는 부서에서 처리량이 늘어난다니. 이 세계의 공무원들이 야근에 미쳐 있다는 내 편견이 또 하나 증명됐다.
“폐쇄했다는 건 문을 닫았다는 말인가요, 기능을 멈췄다는 말인가요?”
내가 물었다.
리넬이 주판에 입력했다.
“문서상으로는 둘 다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에서 이전 프로그램을 완전히 회수했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거예요. 간판을 내린다고 프로그램이 꺼지진 않죠.”
우리 앞에는 서로 다른 기록 세 가지가 놓였다. 하나는 하모의 수령표, 하나는 루루의 목소리 점유 기록, 마지막은 제2 서명인의 정지 신호를 연장했다고 쓰인 오래된 장부였다. 문제가 생긴 시각은 달랐지만 처리 방식은 비슷했다.
[저장된 과거 음성 재생]
[현재 본인 확인으로 대체]
[후속 행정 처리 자동 승인]
나는 기록을 섞지 않으려고 책상 위에 칸을 세 개 그렸다. 첫 칸에는 당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둘째에는 기록 장치가 받아 적은 사건을, 셋째에는 그 기록을 근거로 나중에 실행한 명령을 적었다.
하모: 도서관 방문 없음. 장치: 과거 인사말 재생. 후속 명령: 수령 완료.
루루: 말하기를 선택함. 장치: 목소리 복제 후 보관. 후속 명령: 발언 통로 점유.
제2 서명인: 현재 의사 미확인. 장치: 옛 정지 신호 재생. 후속 명령: 자동 연장.
세 줄을 적고 나니 손이 서늘해졌다. 세 번째 사건의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작동 방식은 분명했다. 시스템이 과거를 현재로 착각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과거를 현재처럼 쓰도록 규칙을 만든 것이다.
“정산관님.”
나는 리넬을 불렀다.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기계 고장으로 분류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규칙을 바꾼 행정 결정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리넬이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동의합니다. 저는 오늘까지 결과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보니 결과가 그렇게 나온 이유를 먼저 봐야 하겠군요.”
“결과가 사람이라서요.”
리넬의 주판 소리가 멈췄다. 그녀가 처음으로 숫자가 아닌 사람들을 바라봤다.
나는 종이에 동그라미를 세 개 그렸다.
“이 셋의 공통점이 뭐죠?”
아르웬이 말했다.
“과거에 기록됐다는 사실과 지금 선택했다는 사실을 구분하지 않았어요.”
비브가 덧붙였다.
“처리 결과를 되돌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잘못된 수령 표식이 계속 다음 명령의 근거가 됐습니다.”
“그럼 지금 필요한 건 책을 불태우는 게 아니라 연결을 끊는 거네요.”
나는 리넬을 바라봤다.
“외부 정산 승인을 보류하신 데 이어, 저장 음성이 현재 인증으로 쓰이지 않게 막을 수 있습니까?”
리넬이 종이에 권한 범위를 적었다.
“현장 위험이 확인된 열세 대출 기록의 자동 판정은 중지할 수 있습니다. 중앙 교정서고 전체 규정까지 바꾸려면 심리 결정과 기술 검증이 필요해요.”
“열세 개부터 합시다.”
“이용자 개별 동의가 필요한 자료는 그대로 보존합니다.”
“동의합니다.”
루루가 장난스럽게 손을 들었다.
“이번 동의는 진짜 동의예요?”
“응. 방금 내가 한 거니까.”
비브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하모의 수령표부터 현재 상태와 비교할까요?”
하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처음 도서관에 방문한 날과 기존 표식의 생성 날짜가 다르다는 걸 기록으로 확인했다. 그 차이는 거짓된 과거 음성 토큰이 만든 수령 표시 때문이었다. 비브가 새 줄을 붙였다.
[기존 처리: 수령 완료]
[검증 결과: 실수령 확인 불가]
[정정: 수령 완료 표식의 효력 정지]
“지워 버리지는 않는군요.”
하모가 말했다.
“잘못된 기록도 왜 잘못됐는지 남겨야 다음 사람이 안 당하거든.”
소년이 한참 읽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 목소리를 돌려받을 수 있나요?”
비브는 보관 조건을 확인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스스로 원한다고 밝히는 날 들려주라고 해 두었다. 나이 제한은 없었다. 어릴 적 하모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의미였던 모양이었다.
“원하면 지금 돌려줄게.”
비브가 말했다.
하모는 피리를 꼭 쥐었다.
“네. 듣고 싶어요.”
도서관 가장 안쪽의 작은 병이 열렸다. 그 안에서 부드러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나는 가사를 알아듣지 못했다. 물안개 숲의 오래된 방언이었다. 하지만 하모가 첫 음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마지막 음에서 울음을 참는 모습을 보고 그게 어떤 노래인지는 알 수 있었다.
“엄마가 저 잠들기 싫다고 하면 늘 마지막을 두 번 불러 줬어요.”
그가 중얼거렸다.
비브가 물었다.
“보관된 음성을 개인에게 전달할까요, 아니면 오늘만 듣고 다시 보관할까요?”
하모는 오래 생각했다.
“제가 갖고 갈래요. 그래도 나중에 다시 듣고 싶으면 또 올 수 있겠죠?”
“물론.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본을 만들 수도 있고.”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서류에서 눈을 뗐다. 오늘 우리가 한 일 중 가장 큰 성과는 어쩌면 사건 024가 아니었다. 열두 살짜리 아이에게 자기 몫의 목소리를 돌려준 일이었다.
리넬의 주판이 다시 울렸다.
[현장 대출 토큰 13건: 자동 재생 인증 중지]
[원본 음성: 보존]
[수령·정정 기록: 분리 보관]
비브가 긴장하던 어깨를 내렸다.
“도서관이 다시 조용해졌어요.”
“조용한 게 곧 안전한 건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이 조용함이 좋아요.”
그때 페른이 돌돌 말린 실 한 가닥을 가져왔다. 실에 붙은 원본 표지에 새겨진 말은 짧았다.
[부속 제3항 해석 보정 명령]
[원문 변경: 없음]
[현행 운영 지침에서 ‘대체 수단 검토’ 문장 생략]
[발급: 제4 보정실]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그림이 이어졌다.
원래 계약은 정지 신호를 듣고, 주변 생명이 다치지 않도록 대체 공급을 검토하라고 했다. 누군가는 실제 문장은 그대로 두고, 업무 지침에서 그 부분만 빼 버렸다. 그다음 정지 신호를 무응답으로 바꾸었다.
법은 책장에 꽂아 두고 현장에서는 다른 지시서를 읽게 한 셈이었다.
“이건 계약 위반을 확인할 자료가 될 수 있겠네요.”
내가 말했다.
아르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누가 지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오늘은 적어도 무엇이 바뀌었는지 확실해졌으니까.”
리넬이 서류를 내려다봤다.
“이 기록은 제가 중앙에 직접 보고하겠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정산관님, 보고서 제목은 정하셨습니까?”
“아직입니다.”
“그럼 ‘사람 말을 재생 버튼으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어떠세요?”
리넬은 잠시 생각했다.
“너무 깁니다.”
“그럼 ‘동의 오류’로 하시죠.”
“그건 너무 짧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공무원과 제목을 정하는 일은 연체료보다 무섭다.
제11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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