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제 목소리를 찾는 분은 2번 창구로 오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199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지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할까? 나는 일단 사라진 사람부터 확인했다. 루루는 멀쩡하게 내 앞에 있었다. 손가락도 움직였고 눈도 깜박였다. 다만 입을 열어 말할 때 소리만 나오지 않았다. [저 지금 말을 못 해요?] 루루가 나무판에 썼다. “아니. 말은 하고 있어. 소리가 여기까지 오지 않을 뿐이야.” 이 차이를 알려 주는 게 중요했다. 무음은 루루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소리가 없는 동안 루루의 의사까지 없어진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비브가 여러 병을 검사했다. “도서관 원본이 루루의 목소리를 가져간 건 아닙니다. 방금 발언이 복제되어 음성 대출 장부의 외부 확인란으로 전달됐어요.” “그럼 왜 실제 소리는 안 들리죠?” “장부가 원본 발신 통로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안전 회수 명령으로 해제할 수 있지만, 대출 기록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루루지.” 내가 답했다. “입으로 말한 사람은 루루잖아.” “맞아요.” 비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회수 신청을 본인이 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루루가 나무판에 거대한 글씨를 썼다. [당연히 돌려받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도 느낌표가 다섯 개다. 나는 그걸 보고 조금 안심했다. 그런데 비브가 회수 신청서 첫 장을 펼치자 이상한 항목이 나왔다. [신청인의 현재 음성으로 본인 확인] “잠깐.” 내가 서류를 탁 쳤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사람한테 목소리를 내서 인증하라고요?” 비브가 얼굴을 붉혔다. “과거 절차가 남아 있었습니다. 다른 확인 수단을 사용하겠습니다.” 루루는 손으로 서명을 했다. 니아는 그녀가 방금까지 함께 있었다는 연속 기록을 첨부했다. 아르웬은 외부 장부가 실제 발언 통로를 점유한 시각을 증명했다. 확인이 끝나자 비브는 루루에게 물었다. “반환 절차를 지금 진행해도 괜찮으세요? 반송 후 잠시 목이 아플 수 있습니다.” 루루가 고개를 끄덕인 뒤 종이에 [네]라고 썼다. 도서관 서가가 숨을 한 번 들이쉬듯 울렸다. 유리병에 맺힌 작은 빛이 빠져나와 루루 앞에 멈췄다. 빛은 루루의 손끝에 닿았고, 그녀는 세 번 기침했다. “아, 아. 들려요?” “들려.” “시온 님!” 루루가 내 팔을 붙잡았다. “제가 말하려던 건 문이 열렸다는 것뿐이었어요!” “알아.” “그런데 그 말을 아무도 안 듣는 게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나는 잠깐 대답을 고르다가 말했다. “다음부터 누가 네 목소리를 가져가려 하면 먼저 네 허락을 받아야 해. 그리고 지금 한 말은 네 잘못이 아니라 장치가 잘못한 거야.” “그럼 신고해요!” “이미 준비 중이지.” 목소리를 되찾은 루루는 작은 종을 들고 이리저리 걸었다. 종을 울리는 게 아니라 자기 목소리와 종소리가 따로 들리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시온 님, 제 말이 저기 병에서는 이제 안 나와요!” “좋아. 한 번 더 확인하자.” 루루가 갑자기 멈췄다. “예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요. 제 말이 저장되면 제가 더 잘 말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잊히지 않는 거잖아요.” “기억해 주는 건 좋은 일이지. 그런데 네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는 네가 결정해야지, 어제 녹음한 네 목소리가 대신 정하면 안 돼.” 내가 한국에서 받았던 마지막 상담 전화가 생각났다. 상담을 마친 고객은 '기록 남겨 주세요'라고 했다. 그때 나는 상담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고객이 원한 건 녹음 파일이 아니라, 내일 다시 전화했을 때도 자기 사정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기억과 대신 말하기는 다른 거구나.” 루루가 말했다. “그래. 그리고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비브가 옆에서 나무판을 들었다. [재발 방지 항목: 음성 점유 확인 시 현재 발신 통로 우선 복구] 나는 그 문장에 동그라미를 쳤다. 우리 민원의 목적은 잘못된 장치를 혼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사람이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하모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도 수령표를 고쳐 달라고 다시 말해도 되나요?” “물론.” “루루 누나처럼 말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제 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어요.” 루루가 아이를 바라봤다. “그럼 우리 둘이 같이 접수하자.” 나는 두 민원을 나란히 적었다. [025-A: 실제 수령하지 않은 자료의 수령 완료 처리] [025-B: 현재 발언 통로의 동의 없는 점유] 비브는 복구 장부를 보여 주었다. 회수 절차를 실행하면서 그동안 기록된 외부 토큰의 표지가 드러난 것이다. [외부 연계 토큰 017] [만든 시각: 17년 전] [원본 시각 표기: 400년 전] [현재 대출자로 오인된 항목: 제2 서명인 정지 신호] “시간이 두 개예요?” 루루가 물었다. “하나는 처음 생긴 기록, 하나는 나중에 그 기록을 가져다 새로 만든 토큰인 것 같아.” 아르웬은 장부 옆에 구분선을 그었다. “동일한 목소리가 두 번 나왔다고 동일 시각의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본을 들려주지 않아도 시각 정보는 비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리넬에게 물었다. “이 토큰을 만든 담당자를 추적할 수 있습니까?” “외부 발급 시스템은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본 음성을 복원하거나 당사자 이름을 알아내려는 절차는 아직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목소리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게 아니라 누가 그것을 멋대로 썼는지 알아내려는 거니까.” 리넬은 주판을 쓸어내렸다. “발급 기관은 중앙 교정서고의 이전 운영망입니다. 그런데 기관 지정란이 공백입니다.” “또 담당자가 없다고요?” “이번에는 다릅니다. 발급 서식 자체가 담당자의 서명 없이도 효력을 내도록 바뀌어 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힌 발명품이었다. 책임질 사람이 없어도 권한은 생기는 기계라니. 만든 사람에게 상을 주고 싶다. 물론 내가 맡은 부서의 '올해의 최악의 발명' 상이다. 그때 페른이 조용히 실 한 가닥을 올렸다. “끊어진 책등은 실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보면 됩니다. 이 토큰도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가느다란 실 끝에는 작은 표식이 달려 있었다. [자체 연장 명령의 출발점: 중앙 교정서고 제4 보정실] 리넬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제4 보정실은 열일곱 해 전에 폐쇄됐습니다.” “폐쇄됐는데 계속 일한다고요?” 나는 수첩을 열었다. “그 부서 직원, 노동청에 신고부터 해야겠는데요.”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17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1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