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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16화
PAYLUA ORIGINAL · 제116화

116화. 폐관 십 분 전인데 출구가 퇴근했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59자

오프라인 책장
리넬의 주판에는 특별한 기능이 있었다. 사람 말을 들은 뒤 정산 예정 시각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기능이었다. 딸깍. 딸깍. [일괄 정산까지 00:20:00] “저희도 시간은 볼 줄 압니다.” 내가 말했다. “정산관님. 무엇을 얼마만큼 정리할 계획인지부터 말씀해 주세요.” 리넬은 목소리를 낮췄다. “중앙 교정서고는 장기 미반납 항목을 관리합니다. 수액 도서관에 남아 있는 음성 대출 기록 열세 묶음이 중앙 목록과 불일치합니다. 일괄 정산으로 중복 표식을 제거하고 보관 비용을 줄이려 합니다.” “음성 자체를 지우나요?” “정상 절차라면 대출 표식만 정리합니다.” “그럼 비정상 절차에선요?” 리넬이 입을 다물었다. 이런 침묵은 싫다. 사람의 말을 존중하려는 침묵이 아니라, 답을 모르는 사람이 책임을 피하려는 침묵처럼 들리니까. 비브가 옆에서 말했다. “이 장부에는 본인 확인이 끝나지 않은 자료가 있습니다. 보관자가 실제 소유자인 것처럼 정리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현장 검증을 하러 온 겁니다.” 리넬은 반박했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중지 사유가 확인되면 보류할 수 있습니다.” “그걸 진작 말씀해 주시죠.” 나는 의자를 끌어당겼다. “안전한 절차를 찾는 일이라면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일단 자료 13권의 자동 연장 기록과 원본의 보존 상태를 분리해 주세요.” 리넬이 주판을 튕겼다. 장부 여러 권에서 푸른 빛이 솟았다. 그 순간 서고 천장에 연결된 수액 관이 불규칙하게 떨렸다. 니아가 허둥지둥 기록판을 펼쳤다. “이상해요. 중앙 명령이 원본 서고에까지 전달되고 있어요!” 비브가 안내대의 보존 종을 연달아 울렸다. [도서관 자체 보호 절차 개시] [수액 흐름: 구획별 임시 차단] [출입문 상태: 보존 중] “보존 중이 뭡니까?” 내가 물었다. 비브가 문 쪽을 돌아보았다. 몇 분 전까지 있던 커다란 수피문이 온데간데없었다. 나무 결이 그 자리를 매끈하게 덮고 있었다. “문이 없어졌네요.” 루루가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정말이에요. 완전히 없어졌어요. 와아.” “감탄할 때가 아니야!” 나는 문 쪽으로 달려가려다 멈췄다. 나무가 스스로 잠근 것이라면 억지로 두드리면 안 된다. 세계수가 휴식 중인 걸 떠올리자 심장이 철렁했다. “비브 님. 출입문을 다시 열 수 있습니까?” “보존 절차의 소유자는 도서관입니다. 저는 자체 위험이 해소되면 출입을 복구할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누가 자동 갱신을 명령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리넬의 표정이 바뀌었다. “중앙 장치에는 문을 닫는 권한이 없습니다.” “당연하죠. 그런데 그 장치가 도서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모양이네요.” 나는 비브에게 물었다. “화재 같은 위험이 생기면 비상 출구는 있습니까?” “있습니다. 다만 수액 관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오른쪽 회랑에 구조용 열림부가 열립니다.” “그것부터 표시해 주세요. 사람 먼저.” 아르웬이 하모를 안내대 뒤 안전 구역으로 데려갔다. 니아는 비상 출구를 따라 안전 표식을 띄웠다. 루루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인원수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로딘 님은요?” “밖에서 쫓겨나 계시잖아.” “아, 다행이다!” 이 말을 들었다면 드래곤이 울었을 것이다. 비상 통로 표식은 바로 밝혀졌지만 우리는 아직 이동하지 않았다. 누군가 다쳤는지, 통로가 수액관과 겹치지 않는지 비브가 확인하고 있었다. 하모는 양손으로 자신의 피리를 쥐었다.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무서워?” 내가 물었다. “엄마 노래를 못 찾아가면 어떡하죠?” “원본은 아직 여기 있고 보관 상태도 확인했어. 지금은 네가 다치지 않는 게 먼저야.”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루가 작은 담요를 가져와 어깨에 걸쳐 주었다. “저는 물안개 숲으로 돌아가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할 거예요.” “좋지. 다만 네가 들은 것과 직접 보지 못한 건 구분해서 말해 줘.” “상담원님은 맨날 그 말을 하시네요.” “그걸 안 지키면 드래곤이 산 하나를 날린 것보다 더 큰 소문이 생기거든.” 루루가 킥킥 웃었다. 수액 관의 떨림이 잠깐 잦아들었다. 비브가 모두에게 설명했다. “도서관이 문을 닫은 건 처벌이 아닙니다. 원본 유출 위험이 있을 때 보호 구획을 잠그도록 되어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출입해야 한다는 요구와 충돌했으니 복구가 우선입니다.” “안전 장치가 안전한 사람을 가두면 그건 또 다른 사고죠.” 나는 비상 표식이 켜진 통로를 확인했다. 여기는 자료가 중요해서 생긴 도서관이지만, 자료를 읽으러 온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킬 이유는 없었다. 리넬은 주판을 다시 튕겼다. [자동 정산 대기열: 13] [현재 보관소의 독립 중지 명령: 1] [외부 승인 토큰: 과거 녹음 음성] “토큰이 이번에도 과거 녹음이네요.” 나는 말했다. “이전 목소리를 재생한 것이 오늘의 선택은 아니잖아요.” “기술적으로는 과거 규정에 부합합니다.” 리넬이 대답했다. “법과는 별개로 현재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나는 주판 한쪽의 세로선을 가리켰다. “여기 정산 대기열만 임시 분리할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앙 장부와 현장 장부가 달라지는 걸 책임자가 인정해야 합니다.” “누가 책임자죠?”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리넬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현장 정산관 리넬: 불일치 조사 종료 전 자동 적용 보류] 주판의 불빛이 가라앉았다. 수액 관의 진동도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비브는 독립 보호 상태를 확인하고 수피문을 다시 열었다. 누구도 문을 억지로 열지 않았다. 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정산관님.” “네.” “업무가 끝나면 오늘은 꼭 쉬세요.” 리넬이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왜요?” “지금 보니까 직원이 책임지고 멈춰야 할 때를 아는 부서가 너무 드물어요.” 그 순간 루루가 입을 열었다. 나는 분명히 그녀가 말하는 걸 보았다. “시온 님, 문 열렸어요!” 그런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서가 안쪽의 유리병 하나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시온 님, 문 열렸어요!’ 루루가 자기 목을 만졌다. 이번에는 웃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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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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