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교정서고 관리관이 오기 전 아침, 나는 예상보다 일찍 눈을 떴다.
살면서 회사에 가기 싫어서 눈 뜬 적은 수천 번 있었지만, 회사 문서가 내게 소송을 걸까 봐 잠을 설치기는 처음이었다.
왜 그런 걱정을 했냐고?
책상 위에 초록색 봉투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수액 도서관 대출 장부 제13권]
[열람자 최시온에 대한 자료 훼손 이의 신청]
“전 만진 적도 없는데요.”
루루가 아침 빵을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장부가 말하는 ‘훼손’은 뭔가요?”
“자기가 해 온 잘못을 계속하게 두지 않는 거겠지.”
나는 봉투 안을 들여다봤다. 신청 사유는 세 줄이었다.
[열람자가 자동 갱신의 정상 작동을 방해함]
[기록 정산이 지연되어 보관 비용 발생]
[따라서 일괄 정산을 위한 즉시 복구 요구]
다시 읽어도 이상했다. 자동 연장이 진짜 동의인지 확인하자고 했더니 장부가 나를 방해꾼으로 분류했다.
“장부가 자기를 대신해서 고소할 수 있습니까?”
나는 아르웬에게 물었다.
“자료 관리 체계가 이의 신청을 자동 발급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당사자와 제출 책임자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역시. 종이는 잘못이 없고 프린터가 문제군요.”
수액 도서관 입구에는 로딘이 미리 와 있었다. 어제 비브에게 퇴실당한 충격으로 오늘은 입을 굳게 다물고, 대신 등에 [오늘은 정숙]이라고 적은 커다란 팻말을 매달고 있었다. 바람에 팻말이 건물 벽을 쿵쿵 두드렸다.
[시설 진동 경고 1회]
비브가 입구에서 선언했다.
“팻말도 소음을 냅니다.”
로딘은 팻말을 내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이 조금 불쌍해서 나는 그에게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말하지 않아도 의견을 적을 수 있습니다.]
그는 종이에 [내가 옳다]라고 썼다. 수정할 필요가 없는 간결한 문장이었다.
하모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상담원님은 안 무서우세요?”
“뭐가?”
“책이 고소하는 거요.”
“무섭지. 도서관 전체가 달려들면 읽어야 할 서류가 산더미일 테니까.”
“그런데 왜 웃으세요?”
“겁나는 일을 웃으면서 하면 조금 덜 겁나거든.”
나는 아이에게 빈 의자를 내주고 기록 담당자 둘을 불렀다. 하나는 비브, 다른 하나는 니아였다. 이의 신청서가 어떻게 접수됐는지부터 누가 봤는지까지 시각을 기록하게 했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넘기는 일에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나중에 문제를 되짚는 데는 이런 작은 기록이 가장 유용했다.
아르웬이 내 옆에서 서류를 분류했다.
“최시온. 민원인이 이의 신청을 했다고 바로 반박 서류부터 만들지 말고, 신청을 만든 규칙을 보세요.”
“그래서 직원 확인부터 하려고 합니다.”
“잘하고 있어요.”
나는 펜을 멈췄다.
“잠깐만요. 방금 칭찬하셨습니까?”
“업무상 평가입니다.”
“기념으로 복사해 두겠습니다.”
그녀가 못 들은 척 서류를 넘겼다. 이런 순간을 놓치면 상담원 생활의 낙이 없다.
우리는 장부 이의 신청을 심사할 수 있는 담당자를 찾았다. 비브가 안내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제본용 실뭉치를 머리카락처럼 늘어뜨린 정령 페른이었다. 그는 찢어진 책을 꿰매는 일을 담당했다.
“무엇을 잇고 싶으십니까?”
페른이 물었다.
“장부의 책임과 실제 사람의 책임을요.”
“그건 책등보다 어렵겠군요.”
페른은 초록 봉투를 펼쳤다. 그는 문장 사이의 실을 잡아당겼다. 겉으로는 ‘장부 제13권’이 신청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밑에 아주 작은 처리 서명이 감춰져 있었다.
[신청 실행자: 중앙 교정서고 정산 프로그램]
[현재 승인자: 미배정]
“장부가 아니라 자동 프로그램이었네요.”
내가 말했다.
“프로그램이 담당자를 가질 때까지는 보존만 하고 실제 훼손 판단은 하지 못합니다.”
페른이 대답했다.
“그러면 하모의 자장가를 자동으로 수령 처리한 도장도 같은 방식일 수 있겠군요.”
하모가 옆에서 고개를 들었다. 어제는 눈이 붉었는데 오늘은 또렷했다. 나는 아이가 직접 겪은 사실과 장부가 적은 사실을 분리해서 종이에 그려 보였다.
[실제: 하모는 수령한 적 없다고 진술]
[시스템: 13일 전 수령 완료 처리]
[쟁점: 재생된 과거 음성으로 수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페른이 장부의 실을 살짝 들어 올렸다.
“중앙으로 넘어간 건 목소리 원본이 아니라 수령 확인 문장입니다. 원본은 도서관에 있어요. 그래서 아직 돌려줄 수 있습니다.”
하모의 얼굴이 환해졌다가 다시 굳었다.
“그럼 지금 들려주시면 안 돼요?”
비브가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췄다.
“먼저 너의 수령 의사를 확인하고, 어머니가 남긴 보관 조건도 확인해야 해. 지금은 누군가 네 이름으로 잘못 처리한 기록을 바로잡는 중이야.”
하모가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기다릴 수 있어요. 대신 거짓 도장부터 지워 주세요.”
“좋아.”
내가 말했다.
“도장은 보존해야 할 증거라서 지우지 않고, 잘못됐다는 정정 기록을 붙일게. 아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못하게.”
그때 복도 끝에서 구두 소리가 났다.
하나, 둘, 셋. 규칙적이고 딱딱한 발소리였다.
남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도서관 안내대에 섰다. 허리에는 숫자가 빽빽한 주판을 차고 있었다.
“중앙 교정서고 정산관 리넬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자료 13권 일괄 정산을 집행하러 왔습니다.”
나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최시온입니다. 민원 접수 담당이고요.”
리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를 방해한다는 기록을 봤습니다.”
“예. 서류가 저를 싫어하더라고요.”
“그렇다면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협조는 하겠습니다.”
나는 하모의 표를 책상 위에 올렸다.
“대신 사람의 목소리를 지우는 일부터 시작하시면 곤란합니다.”
리넬의 주판이 딸깍 소리를 냈다.
“정산은 이미 예약됐습니다.”
“예약이 동의는 아니죠.”
그 말에 정산관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문밖에서 로딘이 [내가 옳다]라고 쓴 종이를 두 팔로 높이 들었다.
오늘은 뜻밖에도 그 문장에 동의하고 싶어졌다.
제11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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