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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14화
PAYLUA ORIGINAL · 제114화

114화. 연체료는 사백 년 치로 청구하지 마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948자

오프라인 책장
하모의 민원을 받은 다음 날, 비브는 수액 도서관 가장 아래층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아래층에는 문학 작품이 없었다. 대신 오래된 행정 장부가 벽에 박혀 있었다. 수액 관들이 장부마다 이어져 있어 마치 나무가 직접 서류를 읽는 것 같았다. 장부 위로 뿌리의 그림자가 느리게 지나갔다. “서고 이름이 뭡니까?” 내가 물었다. “미반납 대출물 보관실입니다.” 비브가 답했다. 루루가 손가락으로 몇 장을 셌다. “여기 있는 건 전부 연체예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연기 신청, 반환 대기, 보존 중지 등 여러 사유가 섞여 있습니다.” “그럼 통째로 ‘미반납’이라고 적으면 오해받잖아요.” 비브가 말없이 루루를 보았다. “맞습니다. 그래서 분류명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령을 바라봤다. 이제 루루가 업무를 배워 가는 게 느껴졌다. 곧 내 월급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내 월급의 절반은 로딘이 부순 문 수리비로 빠진다. 이곳에는 부속 제3항의 표지 사본이 있었다. 한 장의 투명한 껍질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제3항 — 정지와 대체 공급의 책무] [열람 등급: 외부 해석 가능] [권리자 확인 자료: 별도 보호] 비브는 앞부분만 보여 주었다. [생명의 힘을 빌리는 자는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돌봄을 중단할 수 없다.] [정지 요청이 있을 때에는 요청 자체를 삭제하거나 무응답으로 변경하지 않는다.] [정지의 방법과 시점은 당사자의 선택, 주변 생명의 안전, 대체 수단을 함께 검토하여 정한다.] “원래부터 이런 문장이 있었다고요?” 아르웬이 얼어붙은 얼굴로 물었다. “네. 다만 현행 운영 규정은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요약이 아니라 잘라 먹은 거죠.” 내가 중얼거렸다. 아르웬이 수첩에 문장을 옮겼다. 세계수의 정지 신호를 무응답으로 고치던 절차가 원래 계약의 취지와 충돌한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계약을 무효로 만들 수는 없었다. 서명한 자의 신원도, 현재 공급을 받는 마을들의 사정도 남아 있었으니까. 나는 해석문을 한 번 더 읽었다. 세상은 한 문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힘을 끊을 수 있다’만 남기면 계약을 지키는 마을들이 위험해지고, ‘힘을 계속 빌릴 수 있다’만 남기면 나무가 영원히 쉬지 못한다. 두 문장 사이에 놓인 '함께 검토한다'는 표현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약속이었다. “로딘 님은 왜 사백 년 전부터 이런 계약을 봐 오셨습니까?” 루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드래곤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소음 경고가 아직 남아 있어서였다. 그는 빌린 나무판에 글씨를 썼다. [당시 나는 증인이 아니라 구경꾼이었다.] “구경꾼인데 왜 계속 기억하죠?” 로딘이 오래 망설인 끝에 덧붙였다.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게 아직 걸린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이 드래곤은 백 년마다 산을 옮겼다고 자랑하면서 정작 자기 후회는 조그만 글씨로 적었다. 사람이나 드래곤이나 마음속에 남은 후회는 왜 늘 그렇게 작게 적는 걸까. “이번엔 같이 제대로 읽읍시다.” 로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브가 그 모습을 보고 경고 표식을 한 칸 지웠다. [자발적 정숙 유지 — 협조 확인] 드래곤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대단한 칭찬을 받은 어린아이 같았다. “자료 사본을 가져가도 됩니까?” 내가 물었다. “권리자가 허락한 범위의 외부 해석문만 가능합니다.” 비브가 답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루루가 옆 서가에 꽂힌 거대한 장부를 가리켰다. “그런데 저건 왜 손잡이가 열세 개예요?” 열세 개. 나는 그 숫자에 지쳤다. 잎 열세 장, 정지 신호 열세 지역, 은종을 둘러싼 열세 개의 복원 회선. 이 세계는 숫자 열세를 좋아하나 보다.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행운의 숫자는 영이다. 민원 영 건, 야근 영 시간. 비브가 그 장부를 보자 표정이 굳어졌다. “부속 제3항의 외부 대출 기록입니다. 각 손잡이는 지역의 보호된 접수 경로입니다.” “왜 열쇠 구멍처럼 생겼죠?” “일부는 지역이 다시 선택해야 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설명을 끝내기도 전에 손잡이 하나가 스스로 돌아갔다. [자동 갱신 절차] [보존 동의: 이전 녹음 음성으로 대체] 아르웬이 즉시 기록석을 비췄다. 비브도 안내대의 작은 종을 눌렀다. 보존된 자료가 실제로 재생되거나 이동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는 신호였다. “중앙 교정서고가 아직 이전 방식으로 갱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비브가 말했다. “정지할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이 도서관이 관리하는 대기열은 멈출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이미 받았다고 기재한 기록까지 지우지는 못합니다.” “그럼 여기선 안전하게 멈추고, 외부 오기재는 따로 정정해야겠네요.” 나는 하모의 수령표를 꺼냈다. 똑같은 오래된 음성 토큰을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그때 장부 맨 아래에서 먼지 낀 반환표 하나가 튀어나왔다. 표에는 열일곱 해 전 날짜가 적혀 있었다. [반환 시도자: 라에] [반환물: 제3항 해석에 관한 반대 의견] [반환 실패 이유: 기존 접수자의 발언 없음] “반대 의견을 내려고 했는데, 반대할 사람이 말하지 않는다고 반납을 못 했다고요?” 루루가 말했다. “그럼 그냥 영원히 못 돌려주잖아요.” 비브가 천천히 표를 접었다. “그래서 라에는 새 절차를 설계하려 했습니다. 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권리 포기와 같은 뜻이 되지 않도록.” 나는 장부를 바라봤다. “설계도라는 게 이거였군요.” “예. 아직 완성된 것으로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이때 갑자기 안내 종이 울렸다. [사전 통지] [중앙 교정서고 관리관 현장 방문 예정] [목적: 장기 미반납 자료 일괄 정산] 방문 시각은 내일 아침이었다. “이분들 주말도 없나요?” 내가 한숨을 쉬었다. “서류를 고치러 온 게 아니라 서류를 치우러 오는 냄새가 나는데요.” 비브가 다시 안경을 썼다. “상담원님. 도서관의 냄새는 원래 나무 향입니다.” “오늘부터는 감사 향도 추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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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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