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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11화
PAYLUA ORIGINAL · 제111화

111화. 도서관에 가려면 나무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732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이 퇴근을 선언하면 우주는 세 가지 중 하나를 한다. 긴급전화를 건다. 상사를 보낸다. 아니면 내가 쉬는 시간에만 나타나는 이상한 물건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번에는 세 번째였다. 세계수의 잎 한 장. 잎맥 사이에 깨알 같은 글씨가 박혀 있었다. [수액 도서관 이용 안내] [대출 신청은 가능하나 이용 허가를 뜻하지 않습니다.] [목소리 반납 의무를 숙지하십시오.] “이게 무슨 소리죠?” 루루가 잎을 거꾸로 들고 물었다. “말 그대로야. 도서관인데 말을 빌려 간다는 소리지.” “말을요? 말 타는 그 말이요?” “발음은 같아도 운송 수단은 아닐 거야.” 식당 창문 밖에서 로딘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말을 빌려 준다면 천 년 전 내 위대한 연설도 보관돼 있겠군.” “그건 돌려받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왜냐!” “아무도 빌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로딘이 분해서 콧김을 뿜었다. 나는 뜨거워진 차를 냉큼 옆으로 밀었다. 이 드래곤과 함께 있으면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대신 화재보험료가 든다. 수액 도서관은 세계수 내부 깊숙한 곳에 있다고 했다. 세계수의 뿌리가 처음 물을 빨아올렸을 때 생겨난 기억의 공동을 나중에 서고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지도를 보니 고객센터 본관에서 동쪽으로 곧게 뻗은 회랑 끝, 오래된 수피문 너머였다. 나무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으니 문인지 벽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여기를 출입하지 못한 지 백십 년입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그녀는 출입 금지선을 한 번 확인하고 자신의 장갑으로 손잡이를 만져 보았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돌아갈까요?” 내가 물었다. 루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벌써요?”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는데 억지로 들어가면 침입이야. 우리가 지난 열 화 동안 배운 게 뭐였더라?” “남의 말을 먼저 듣는다.” “그다음은?” “드래곤을 서명란에 앉히지 않는다.” “그건 안전 수칙이고.” 아르웬이 목을 가다듬었다. “도서관에 대한 문의를 세계수에 전송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수는 휴식 중입니다. 답이 없으면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출입 금지선 바깥에 앉았다. 통신 정령 니아가 가져온 작은 수신석에 나는 한 줄을 적었다. [문의: 부속 제3항 사본 열람 신청] [목적: 사건 024의 권리 보전 절차 검토] [입장 거절 시 재촉하거나 우회하지 않음] 종이 위에 글씨가 사라졌다. 세계수의 잎 한 장이 천장에서 떨어졌다. [오늘은 쉬고 싶습니다.] “좋아.” 나는 단번에 신청서를 접었다. “돌아갑시다.” “진짜요?” 루루가 물었다. “지금은 진짜.” 한참 뒤 돌아서려는데 잎 뒤쪽에 문장이 하나 더 떠올랐다. [내일 해가 두 번 흔들리기 전, 안내인에게 다시 문의하십시오.] 내일이라. 답을 받을 권리가 있듯 답을 미룰 권리도 있다. 그걸 인정해 줬더니 나무가 예약 날짜까지 알려 준다. 고객센터로 돌아왔을 때 로딘은 자기 위대한 연설을 정리하겠다며 세 장짜리 두루마리를 펼쳤다. 세 장이 아니라 세 층짜리였다. 책상 다리가 삐걱거렸다. “사백 년 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수여, 그대는…….” “고객님.” “뭐냐.” “대출 신청은 반납 계획부터 작성하셔야 합니다.” 루루가 박장대소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세계수 아래의 작은 과수원을 지나쳤다. 마을 사람들이 과수원 가지에 방울을 달아 놓았는데, 바람이 불면 한 번씩 조용히 울렸다. 나무가 아픈 날에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와 그 밑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평범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자료 한 장을 급히 가져오기 위해 남의 휴식을 깨우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알 것 같았다. 과수원 지기 노인이 우리를 불렀다. “도서관 열렸습니까?” “내일 다시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허허. 나무도 예약제로 사는 세상이 되었군.” “예약제로라도 쉬면 다행이죠. 저희는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세계수는 몇백 년 동안 사람들이 물어보기 전에 물을 올리고 그늘을 내줬어요. 우리 손녀도 저 나무 덕에 열병을 넘겼지. 그런데 난 단 한 번도 나무가 쉬고 싶냐고 묻지 않았소.” 나는 대꾸하지 못했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말은 참 쉬웠다. 정작 세상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에게 휴가를 주자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문이 열리더라도 서류는 잠깐만 보고 나오겠습니다.” 노인이 웃었다. “그럼 돌아올 때 내 손녀가 만든 대추 과자를 받아 가시오. 일을 늦게 끝내는 젊은이들은 가끔 먹어야 하니까.” “저희는 일을 빨리 끝내는 젊은이입니다.” 아르웬이 옆에서 기침했다. “이의가 있습니다.” 이럴 때만 정확하게 말을 하는 상사라니. 그날 저녁 우리는 일이 없어서 처음으로 제시간에 밥을 먹었다. 아르웬은 내일 서고 조사 때 지킬 수칙을 적고, 니아는 잎맥에 남은 예약 시각을 기록했다. 제로는 제0 회선을 통해 짧게 전했다. ‘오늘 세계수는 아무 답도 강요받지 않았네요.’ “그게 제일 중요한 성과지.” ‘그런 날도 업무 보고에 적나요?’ “물론. 사고 0건, 강제 답변 0건. 완벽해.” 이상한 일이었다. 무엇도 해결하지 않은 날인데, 처음으로 일이 제대로 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도서관 문 앞에 작은 팻말이 생겼다. [오늘의 안내 담당: 비브] [정숙을 지키지 못하는 분은 퇴실시킵니다.] [드래곤에게도 동일 적용.] 로딘이 팻말을 읽더니 내게 속삭였다. “나는 이 건물과 사이가 나빠질 예감이 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물게 저와 의견이 일치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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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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