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북쪽 얼음밭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얼음층 아래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주민들이 사용하는 다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현장 종지기는 정지 요청과 유사한 종을 울렸지만 관제 화면에는 여전히 정상이라고 나왔다. 독립 감시판에는 진동이 기록되어 있었다.
“다리부터 통제해야겠군요.”
나는 말했다.
아르웬이 즉시 북방 안전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현장 접근 제한과 대체 통행로 확보를 요청합니다. 계약 분쟁은 나중입니다. 지금은 사람부터 안전하게 옮겨야 합니다.”
루루가 지도를 가져왔다.
“여기 주민이 마흔두 명이에요. 어린아이도 다섯!”
“그럼 아이들과 보행이 어려운 사람부터 대피시키자.”
로딘이 날개를 펴려 했다.
“내가 모두 싣고 날아가겠다!”
“안전 좌석은 있습니까?”
“내 등에 올라타면 된다!”
“그걸 안전 좌석이라고 부르시면 교통 관리국에서 항의합니다.”
“그럼 내가 바구니를 들겠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커다란 드래곤이 사람을 태운 바구니를 들고 날아가는 모습은 끔찍해 보였지만, 긴급 수송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안전 감독과 현장 승인 없이 바로 해서는 안 됐다.
결국 로딘은 다리 아래에서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막는 역할을 맡았다. 불을 뿜지 말고 바람막이와 날개만 쓰라는 조건이었다.
“왜 항상 내 불만 못 쓰게 하느냐!”
“얼음 다리니까요.”
“……그건 그렇군.”
그가 순순히 물러나자 나는 오히려 조금 놀랐다.
한 시간 뒤 주민들은 안전한 언덕으로 옮겨졌다. 니아는 북쪽 종의 진동을 독립 기록망에서 확인했고, 안전 담당자는 다리 통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긴급 정지 요청은 여전히 자동 제어 시스템에 전달되지 않았다.
“다리도 멈춰야 하고, 공급도 위험하고.”
루루가 머리를 감쌌다.
“이제 어떻게 해요?”
“다리 출입부터 막았잖아. 위험한 걸 먼저 하나씩 해결하면 돼.”
그때 테른이 제안을 냈다. 현장의 제어를 직접 바꾸지 않고, 정지 신호가 어디에서 사라지는지 모형에 복사해 보자는 것이었다. 원래 공급망과는 완전히 분리된 시험 장비에 신호의 형식만 흘려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럼 실험 때문에 정전이 날 위험은 없습니까?”
“실제 공급로와 분리돼 있으면 없습니다. 다만 자료를 잘못 해석하면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소.”
“그거면 제가 잘못 결정하지 않으면 되겠네요.”
아르웬이 나를 쳐다봤다.
“너무 쉽게 말씀하시네요.”
“쉽게 말하는 게 제 유일한 재능이라서요.”
우리는 법정 독립 절차관 헤이든에게 실험 계획을 보냈다. 그는 두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보호 증언 내용을 검사하는 기능은 완전히 꺼 둘 것. 실제 정지 명령을 보내는 기능은 시험 장비에도 넣지 말 것.
“좋습니다. 데이터의 길만 확인하겠습니다.”
테른이 말했다.
그리고 실험이 시작됐다.
첫 번째 모형은 사백 년 전 은종 수신 규칙을 흉내 낸 것이다. 열세 지역 가운데 한곳에서 나온 시험용 패턴을 흘려보내자 수정판에 글씨가 떴다.
[정지 요청 접수]
[발신자 식별: 미확인]
[본안 검토 대상]
두 번째 모형은 열일곱 해 전 변경된 자동 필터를 흉내 냈다. 같은 패턴을 보내자 문장이 바뀌었다.
[등록된 발신자 없음]
[무응답]
루루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거 완전 틀렸잖아요!”
“틀린 게 맞아. 하지만 왜 그렇게 바뀌는지 봐야지.”
테른은 두 모형 사이의 규칙을 한 줄씩 대조했다. 차이는 의외로 작았다. 예전 방식은 발신자의 권한이 불명확해도 접수 기록을 남겼다. 새 방식은 발신자를 등록 명단에서 찾지 못하면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처리했다.
“명단에 없다고 말을 안 한 게 되는군요.”
아르웬이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다만 같은 오류가 실제 모든 사건에 적용됐는지는 별도 확인해야 합니다.”
니아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했다. 모형 하나로 지난 사백 년을 심판할 수는 없으니까.
바르셀이 실험 기록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중앙 기록국의 정합성 검사도 문제가 있었군요. 등록 주체가 말소되면 권한 검증이 실패하고, 요청 자체가 없는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그 차이를 이제라도 인정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내가 답했다.
“아직 원인과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네. 그렇죠.”
“하지만 오류 검토는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좋습니다.”
나는 이관관이 아주 조금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적어도 검사 결과를 보고 말을 바꿀 줄은 아는 사람이어서였다.
안전 심리는 곧바로 다시 열렸다. 헤이든은 실제 공공 경보망에 누락된 신호를 그대로 송출하는 대신, 발생 여부를 별도 확인하고 현장 관할자에게 확인 요청을 보내는 임시 절차를 승인했다. 정지 명령의 법적 효력은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신호가 없었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게 됐다.
한편 북쪽 얼음밭의 다리는 점검 결과 안전하지 않다고 판정됐다. 수리팀이 도착하기 전까지 통행은 금지됐고, 주민들은 우회로를 이용했다. 애초에 종지기가 경고를 보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시온 님!”
루루가 신나게 달려왔다.
“열세 지역에서 처음으로 접수번호가 붙었어요!”
그녀가 수정판을 내밀었다.
[정지 신호 추정 기록 13건]
[외부 관측 원본 보전 13건]
[발신자 확인 0건]
[강제 정지 실행 0건]
나는 숫자들을 천천히 읽었다.
0이 나쁜 숫자만은 아니다. 마지막 줄의 0은 안전하게 검사를 끝냈다는 뜻이었다.
모은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시온 님. 독립 심리의 결과로 열일곱 해 전 변경 이력의 감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뜻밖의 기록이 발견됐어요.’
“무슨 기록이요?”
‘승인서에 서명한 공무원 이름이 없습니다.’
“또 공란입니까?”
‘아니요. 그보다 이상합니다. 서명 칸에는 담당자의 이름 대신 한 문장이 들어 있어요.’
모은이 화면을 돌렸다.
[당사자가 말하지 않았으므로, 대리 응답을 승인함.]
나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거요.”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대리 응답을 누가 승인했는지, 이제 진짜 물어봐야겠네요.”
제10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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