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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06화
PAYLUA ORIGINAL · 제106화

106화. 고객님, 음소거는 치료가 아닙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57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고객센터에 기묘한 민원이 열세 건 들어왔다. 내용은 똑같았다. [종이 울려야 하는데 울리지 않습니다.] 발신자는 서로 다른 마을이었다. 북쪽 얼음밭의 종지기, 동부 숲의 소형 정령, 남쪽 농장의 물길 관리자. 민원이 온 지역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쪽에서 저쪽까지 용을 타고도 하루가 넘게 걸렸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아르웬이 지도를 펼쳤다. “동시에 열세 곳?” 내가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다만 단순 통신 장애일 수도 있으니 원인을 확정하지는 마세요.” “네. 그 정도 신중함은 익혔습니다.” 루루가 옆에서 기침했다. “어제는 바로 ‘수상한 놈의 소행’이라고 하셨는데요.” “그건 사적인 의견이야.” “업무 장부에도 쓰셨는데요.” “……이 정령은 왜 이렇게 기억력이 좋지?” 니아가 통신에 들어왔다. 그녀는 열세 곳의 종이 물리적으로 고장 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종은 진동했고, 주변 공기도 울렸다. 그런데 그 소리를 다른 기록으로 넘기는 경로가 막혀 있었다. “음소거가 됐다는 거네.” ‘표현은 그렇지만 조금 달라요. 출력은 존재해요. 다만 외부 감시 기록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됩니다.’ 나는 머리를 긁었다. “말은 했는데 장부에는 조용했다고 적힌다?” ‘맞아요.’ “그걸 지금까지 누가 운영했는데?” ‘외부 관리 표기는 침묵의 법정 관할로 나와요. 다만 실제 승인 주체는 확인해야 해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법정 출입을 시작하니까 이제 전 세계 종이 고장 나는군.” 로딘이 끼어들었다. “내가 직접 가서 큰 소리로 울려 주마!” “그럼 청력 손실 민원이 추가됩니다.” “나는 종보다 소리가 크다!” “그걸 자랑하실 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먼저 위험 지역부터 확인했다. 북쪽 얼음밭에서는 빙하가 갈라질 때 울려야 하는 경고 종이 외부 기록망에 잡히지 않았다. 현장의 종지기는 수동으로 횃불을 올리고 있었고, 아직 주민 대피 경로는 살아 있었다. “경보 전달은 됩니까?” 내가 묻자 종지기가 대답했다. “횃불과 사람 전령은 됩니다. 하지만 자동 알림이 안 가니 야간에는 위험합니다.” “수동 경보 유지, 야간 감시자 추가부터 요청하겠습니다. 자동 장치를 고치기 전에 사람이 다치면 안 되니까요.” 서쪽 협곡의 종탑도 문제였다. 그곳에서는 바위가 무너지기 전 소리의 높이가 바뀌는데, 외부 기록기에는 계속 ‘평온’이라고 표시됐다. 다행히 현장 파수꾼이 소리를 직접 듣고 우회 경보를 보내고 있었다. “정리하면 소리가 없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소리를 지웠다는 뜻이네요.” 루루가 말했다. “장부에서만 지운 거지. 현장 소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야.” 그 차이가 중요했다. 나는 틀린 안심을 주는 장치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그냥 고장 난 기계보다 ‘정상’이라고 거짓말하는 기계가 훨씬 위험하니까. 모은에게 긴급 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그날 오후 돌아온 답변은 놀라웠다. [침묵 보전망 외부 연동 13개] [최근 정지 신호 감지 후 자동 필터 실행] [연동 규칙 작성 연도: 17년 전] [기준 규칙: 최초 계약의 제2 서명인 권한 말소] “잠깐.” 나는 읽던 문서를 내려놓았다. “열세 곳에서 누군가 멈추라고 신호를 보냈는데, 장부에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고요?” 아르웬이 문장을 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볼 정황은 있습니다. 신호를 누가 보냈는지, 실제 경보인지, 시험 신호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모은이 원격으로 말했다. ‘법정은 원래 증인을 보호하는 장소입니다. 외부 경보를 지우는 데 쓰여서는 안 됩니다. 제가 관리하는 범위 안에서 연동 경로를 분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분리하면 다른 보호 기록이 위험해지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관련 증거를 보전하고 독립 시험을 거치겠습니다.’ 이런 대답이 좋다. 멋있게 단추 하나 누르면 전부 해결된다는 말보다 훨씬 믿음직하다. 하지만 중앙 기록국의 바르셀은 급히 반대 의견을 보냈다. [정지 신호 필터는 오래된 계약 안정화 절차의 일부임] [임의 중단 시 세계수 에너지 공급의 변동 위험] 나는 답신 초안을 썼다. [경보 누락으로 주민이 위험함. 공급 안정성도 고려해야 하므로 영향 분석과 안전 우회가 우선임.] 루루가 고개를 내밀었다. “시온 님, 왜 화내는 말이 없어요?” “공식 답신엔 없어야 해.” “그럼 어디 있어요?” “내 머릿속.” “많아요?” “수십 장.” 우리는 안전 우회 계획을 만들었다. 열세 지역에서 발생하는 진동 자체는 그대로 두고, 그 복사본을 독립 감시관에게 보내는 시험이었다. 원래 필터나 공급 회선을 건드리지 않으니 현장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니아와 테른이 분리 측정을 맡았다. 첫 번째 지역에서는 종 진동과 독립 기록이 일치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같았다. 네 번째 지역에서 붉은 경고가 나타났다. [정지 신호 추정 감지] [기존 관제 기록: 무응답] [독립 측정 기록: 명확한 진동] “이게 그 신호야?” 내가 물었다. 니아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형태는 정지 요청과 비슷해요. 하지만 아직 발신자를 알 수 없어요. 절대 그 신호에 답해 실행하지 마세요.’ “알겠어. 듣기만 할게.” 그때 로딘의 인간형 꼬리가 우뚝 섰다. “이 소리…….” “아시는 겁니까?” “사백 년 전 그 은종과 같다.” 독립 기록판에 진동의 간격이 떠올랐다. 세 번 짧게. 한 번 길게. 마지막에 아주 약한 떨림. 나는 세 번이나 들었다. 종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떨림 밑에서 낯선 문장이 자동으로 복구됐다. [정지 요청이 접수되었습니다.] [처리 결과: 권한 없는 발신자. 무응답으로 수정.] 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누군가의 요청을 거절한 게 아니네요.” 아르웬이 나를 바라봤다. “무슨 뜻이죠?” “받아 놓고, 받지 않았다고 다시 적은 거잖아요.” 그날부터 사건의 이름을 바꿨다. [024-부속 — 정지 신호 누락 조사] 공교롭게도 법정의 공식 사건 분류에서는 이걸 ‘소음 정리’라고 불렀다. 나는 분류명 옆에 작게 적었다. [소음이 아니라 구조 요청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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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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