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법정은 아침보다 시끄러워졌다.
사람들이 떠들어서가 아니었다. 장치가 멋대로 작동한 사건을 조사하러 온 감사관이 셋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지만, 서류를 쌓는 소리가 폭포처럼 들렸다.
나는 한쪽 구석에서 차를 마셨다. 이곳 차는 정말 맛있었다. 아르웬이 왜 내가 업무 중에 차만 마시느냐는 눈빛을 보내기에 대답해 주었다.
“조용한 법정에서 차 소리가 안 나게 마시는 것도 능력입니다.”
“일하는 능력을 보여 주세요.”
“그게 어렵네요.”
옆에서 루루가 과자를 우적거렸다. 그건 소리 내는 능력으로 따지면 이미 최고 수준이었다.
예비 출석은 끝났다. 증인도 떠났다. 오늘 수집된 건 신원이나 진술이 아니라 안전 사고와 외부 등록 시기 정도였다. 그런데 바르셀은 정식 보전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 회의를 요구했다.
“우리가 증인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이름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중앙 기록국은 공공 계약에 관한 기록을 조사할 의무가 있습니다. 원본이 영구히 봉인되면 계약 분쟁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맞는 걱정이었다. 나는 그 사실 때문에 더 짜증이 났다. 악당이면 말도 안 되는 말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반박이 쉽잖아.
모은이 답했다.
“그러니 신원 공개와 사실 확인을 분리하는 겁니다. 외부 표식, 시간, 절차 기록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호 당사자의 발언 내용은 허락 없이는 안 됩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내부에 있다면?”
“당사자가 선택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거절하면 대체 증거를 조사해야 합니다.”
“대체 증거만으로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기록해야지요.”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죠.”
바르셀이 나를 봤다.
“무엇이 말입니까?”
“자료가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거요. 제가 원래 하던 일입니다. 확인되지 않았는데 확인했다고 말하면 나중에 고객이 더 화를 내거든요.”
“지금의 논의는 고객 응대가 아닙니다.”
“그렇겠죠. 고객 응대였으면 차라도 무료로 더 줬을 테니까요.”
모은이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
회의는 예상보다 생산적으로 흘러갔다. 모은은 공개가 가능한 외부 기록을 네 묶음으로 나눴다. 최초 설립일, 접수 번호, 보호 명령의 존재, 명령 변경 이력. 바르셀은 각 묶음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독립 검증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아르웬이 동의했다.
“좋습니다. 대신 검증관이 해당 원본의 내용이나 신원을 읽지 않는다는 제한을 명시해 주세요.”
“그 제한은 검사 보고서에도 남기겠습니다.”
이 사람들, 싸우면서도 결국 합의하네. 나는 불필요한 서류가 하나 줄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때 로딘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나도 증언하겠다!”
모은이 물었다.
“무엇에 관한 증언인가요?”
“사백 년 전, 그 계약식에서 내가 본 것을 말하겠다!”
“누구의 증언이었는지 특정할 수 있습니까?”
“당연하다! 거대한 나무와 작은 사람 하나가 있었지!”
“정확한 이름은요?”
“…….”
드래곤이 입을 다물었다. 그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나는 웃지 않았다.
“나는 얼굴을 봤다. 목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그 이름만은 떠올리지 못한다.”
그의 말이 뜻밖이라 나는 물었다.
“기억이 흐릿해진 겁니까?”
“아니다. 내 기억은 내가 모은 금화보다 정확하다.”
“그건 비교 대상이 믿음직하지 않은데요.”
“그날 분명 이름이 들렸다. 그런데 이름을 떠올리려 할 때마다 머릿속에 종소리가 난다.”
니아가 원격 통신으로 끼어들었다.
‘그 증상은 강제로 봉인된 이름 표식에서 나타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바로 기억 조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오래된 마법 보호도 비슷한 반응을 냅니다.’
“검증할 방법은?”
‘당사자 동의 없이 이름을 강제로 끌어내는 건 안전하지 않아요. 대신 그날의 시각, 장소, 참여한 사람들의 위치처럼 별개의 기억을 대조할 수 있어요.’
좋다. 이름을 쥐어짜는 대신 주변부터 확인한다.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다.
로딘에게 시간과 장소를 물었다. 그는 계약식이 해가 지는 방향으로 기운 무렵, 세계수 서쪽 굽은 뿌리 위에서 열렸다고 했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작은 사람은 꽃다발을 들지 않았고, 두 손에 은빛 종 하나를 쥐고 있었다.
“종이 왜 필요했습니까?”
“계약을 멈출 수 있다는 표시였다.”
내가 펜을 멈췄다.
“계약을 시작하는 종이 아니라요?”
“그래. 나도 이상해서 물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러더군.”
로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정지할 수 없는 약속은 약속이 아니다.’”
법정 안이 조용해졌다.
모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벽에 새겨진 오래된 문구를 바라봤다. 잘 보면 가장 아래쪽에 낡은 종 그림이 하나 있었다.
바르셀도 기록을 남겼다.
“그 문장은 외부 목격 증언으로만 표기하십시오. 원본 계약의 내용으로 확정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말했다.
“하지만 원본을 볼 수 없더라도 조사할 가치는 있죠.”
그때 모은이 뒤쪽 문을 열었다. 안에는 끝없이 늘어선 서류장이 아니라 작은 탁자 하나와 낡은 은종이 놓여 있었다. 종은 여러 번 떨어뜨린 것처럼 한쪽이 찌그러져 있었다.
“이건 법정 설립 때 들어온 비품입니다. 공개 목록에도 있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울릴 수 없어요.”
“왜요?”
“누가 종을 울릴 권한을 가졌는지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로딘이 코웃음을 쳤다.
“종은 그냥 치면 울리는 것이다!”
그가 손을 뻗자 모은이 얼른 막았다.
“손대지 마세요!”
“나는 시험만…….”
“고객님.”
나는 로딘의 손목을 잡았다.
“도구가 신기하다고 함부로 작동시키면 나중에 장비 훼손 보고서 쓸 사람은 접니다.”
로딘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손을 거뒀다.
그런데 은종 밑에서 아주 약한 진동이 일어났다. 니아의 통신판에 분석 결과가 떴다.
[종의 표면에 남은 공명 기록: 두 층]
[첫 번째 공명: 400년 전]
[두 번째 공명: 17년 전]
[최근 외부 접촉: 없음]
“라에가 이것도 조사했나 봐요.”
루루가 속삭였다.
모은은 낡은 장부를 펼쳤다.
“열일곱 해 전, 라에는 이 종을 울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가지 신청서를 냈어요.”
“무슨 신청서요?”
모은이 우리를 바라봤다.
“침묵이 자유로운 선택이었는지 재심사해 달라는 신청이었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신청 대상은 이름이 지워진 그 사람뿐만이 아니었어요.”
내 입이 저절로 열렸다.
“또 누가 있었는데요?”
“세계수 전체였어요.”
제10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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