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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03화
PAYLUA ORIGINAL · 제103화

103화. 증인이 없는데 증언석이 꽉 찼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523자

오프라인 책장
없는 사람이 들어왔다고 했다. 정확히는 모은이 그렇게 말한 게 아니다. 안쪽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증인 출석 표시만 들어왔다는 말이었다. 두 문장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아주 다르다. ‘직원이 출근하지 않았다’와 ‘출근부에 없는 직원이 찍혔다’ 정도의 차이랄까. 후자는 보통 급여 담당자가 먼저 비명을 지른다. “누가 출석 처리했죠?” 내가 묻자 모은이 벽면에 난 손잡이를 당겼다. 대기실 안쪽에 오래된 증언석 세 개가 나타났다. 첫 번째에는 검은 천이 덮여 있었고, 두 번째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세 번째는 투명한 방이었다. 방의 가장자리로 흐릿한 빛만 지나갔다. “출석은 법정이 스스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모은이 설명했다. “이곳은 누군가가 직접 들어오지 않아도 남아 있는 기록이나 선택 의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나타난 표식이 실제 사람을 뜻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좋다. 적어도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이름표를 붙이진 않는군. 바르셀은 콧방귀를 뀌었다. “자동 보호 장치입니다. 소속이 불분명한 출석 기록은 중앙 기록국에 귀속됩니다.” “증인이 물건입니까?” 아르웬이 물었다. “기록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기록 보전권과 증인 본인의 발언권을 구분해 주세요.” 바르셀이 종이를 뒤적였다. 신기하게도 그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유난히 컸다. 법정 안이 워낙 조용해서 그런가. 모은은 세 번째 방 옆으로 다가갔다. “예비 증인. 원한다면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방의 가장자리가 한 번 반짝였다. [발언 보류 유지] “예비 증인.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것이 불편하다면 퇴실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또 한 번 반짝였다. [퇴실 의사: 확인 불가] 루루가 내 소매를 잡았다. “저분을 살려 달라는 민원이 아닌가요?” “아직은 알 수 없어. 여기 있다는 표식만 나왔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부터 알려 드려야지.” 나는 모은에게 허락을 구해 작은 판을 들고 방 앞에 섰다. [듣기만 하겠습니다] [기록으로 전달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셋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쓰자니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설문조사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설문조사가 늘 좋은 건 아니었다. 고향에서 일할 때는 ‘동의합니다’ 버튼이 색깔도 크고 예뻤다. ‘거절’ 버튼은 회색으로 구석에 숨겨져 있었다. 그 결과 상담원에게 욕하는 고객들이 생겼다. 대부분 버튼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전화를 받은 사람이 욕을 먹었다. 루루가 입으로만 숫자를 셌다. 우리는 기다렸다. 한참 뒤, 투명한 방 표면에 점 두 개가 나타났다. 왼쪽 점은 짙은 검정이었다. 오른쪽 점은 아직 색이 없었다. 니아의 원격 통신판이 작게 울렸다. ‘시온 님. 외부 형상 정보만 보면 저건 검은 우편선의 봉투에 있던 두 점 문양과 일치해요. 내용은 아직 모르겠어요.’ “좋아. 그렇게만 기록해 줘.” 바르셀이 앞으로 나섰다. “문양이 확인됐으니 계약 제2 서명인의 복구가 개시된 것입니다. 법정은 즉시 보관 기록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가 지팡이를 들자 두 점이 일제히 붉어졌다. [외부 이관 명령 감지] [보호 대상 식별을 위한 강제 조회 시도] 모은이 빠르게 손잡이를 내렸다. “중지하세요! 본인 의사 확인 전 강제 조회는 금지입니다.” “행정상 필요한 행위요.” “행정상 필요가 보호 대상의 의사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높아졌다. 그 순간 대기실 바닥의 돌이 조금 떨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밑을 봤다. 방금 흔들림은 마법 싸움의 기운이라기보다 어딘가에서 큰 기계가 돌기 시작하는 감각이었다. “니아, 장치 가동?” ‘맞아요. 강제 조회가 들어오자 오래된 자동 응답기가 발동했어요. 출석된 증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주변 목소리를 모두 저장하려고 합니다.’ “저장만 해?” ‘지금은요. 하지만 위험합니다. 저장한 목소리를 임의 회답으로 판정하는 과거 규칙이 남아 있어요.’ 안 되지. 남의 말이 계약으로 변하는 건 벌써 충분히 봤다. “모은 님. 저희가 무슨 조치를 하면 좋습니까?” “외부 조회를 끄면 됩니다. 다만 지팡이는 이관관의 물건이라 저희가 빼앗을 수 없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중단을 요청하죠.” 나는 바르셀 앞에 섰다. “이관관님. 지금 그 조회가 주변 사람들 말까지 임의 답변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일단 멈춰 주세요.” “근거는?” “법정 감시판과 니아의 안전 관측 기록이요. 확인 가능하게 남기겠습니다.” 바르셀이 감시판을 읽었다. 처음에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두 번째 줄을 보자 눈썹이 꿈틀했다. [강제 조회에 따른 음성 수집 범위: 방문자 전체] [제2 서명인의 명시적 승인: 미확인] “이런 작동은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그럼 꺼 주세요. 모르고 켰으면 끄는 것도 기술입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지팡이를 내렸다. 빨간 점이 사라졌다. [강제 조회: 종료] [수집된 임시 음성: 봉인, 계약 회답으로 사용 불가] 루루가 긴 숨을 내쉬었다. “와. 모두 말도 안 했는데 하마터면 대답했다고 할 뻔했네요.” “여기 오자마자 장르가 공포가 되는구나.” “무슨 장르요?” “나중에 설명해 줄게.” 모은은 바르셀에게 공식 보고를 작성해 건넸다. 그는 반박하는 대신 자기 서류에 사고 번호를 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 의외였다. 완전히 무책임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지만. 나는 투명한 방으로 돌아갔다. “아까는 죄송합니다. 원하지 않은 조회가 들어왔어요. 다시는 같은 일이 없도록 우선 임시 보호를 신청하겠습니다.” 잠깐의 침묵. 방 표면에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오늘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모은에게도 그대로 전달했다. 사람을 구하겠다는 열의가 사람을 붙잡는 핑계가 되면 안 되니까. 모은은 빈 증언석 앞으로 가서 작은 종을 세 번 울렸다. 투명한 방의 빛이 서서히 꺼졌다. [예비 출석 종료] [증인 신원: 확인하지 않음] [증언 내용: 수집하지 않음] [보호 선택: 오늘 중단] 마지막 줄이 기록되는 순간, 의자 아래로 작은 종잇조각이 하나 떨어졌다. 루루가 주우려 하자 내가 손을 뻗어 막았다. “잠깐. 누가 흘렸는지부터.” 모은이 비접촉 집게를 가져왔다. 종잇조각은 오래된 법정 비품에서 분리된 외부 표식이었다. 본문이나 증언은 아니라고 했다. 그녀가 검증판 위에 올리자 문장이 떠올랐다. [보호 사건 최초 등록 연도: 400년 전] [재접수 발생: 17년 전] [당시 담당 정령: 라에]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라에가 여기에도 왔었군요.” 모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분은 이 법정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무슨 기록이요?” “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압니다.” 모은은 한참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열일곱 해 전, 라에는 증인을 찾아온 게 아니었어요.” 나는 눈을 들었다. “그럼요?” “증인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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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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