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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01화
PAYLUA ORIGINAL · 제101화

101화. 퇴근한 상담원에게 법원은 예의를 지켜 주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13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다음 날 아침 여덟 시까지 잤다. 정확히는 일곱 시 오십구 분까지 잤다. 마지막 일 분 동안은 창문에 붙은 안내문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금일 예약된 긴급 민원: 없음] [일반 민원: 1건] [소속 기관: 침묵의 법정] 좋은 아침이었다. 드디어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계약서에 강제로 서명당하지 않고, 용 한 마리가 관공서를 태울 생각도 없는 아침. 그런데 누군가 내 방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시온 님, 일어나셨어요?” 루루였다. “아니. 자고 있어.” “그럼 문 열어도 돼요?” “자는 사람이 문을 어떻게 열어.” “말은 하시잖아요!” 맞는 말이라 화가 났다. 문을 열자 루루가 커다란 은색 접시를 들고 있었다. 그 위에는 버터를 바른 빵 두 개와 김이 나는 차가 놓여 있었다. 루루가 직접 준비한 아침이란다. 나는 순간 감동했다. “웬일이야?” “소장님이 사건 접수 전에 꼭 식사하시래요.” “아르웬 소장님이?” “네! 법정에서 보내온 출석 권유장도 같이요.” 루루가 빵 밑에서 검은 봉투를 꺼냈다. 감동은 불과 십 초 만에 사라졌다. “식사와 업무 서류를 같은 접시에 올리는 거 금지.” “왜요?” “민원 맛이 나거든.” 세계수 고객센터는 거대한 세계수의 몸통을 따라 세워진 건물이었다. 복도에는 잎맥을 타고 물이 흐르고, 창밖에는 나뭇가지보다 커다란 구름이 지나갔다. 아침이면 층마다 새들이 울었다. 새들의 울음이 아름답다는 건 관광객 이야기다. 직장인은 그 새들이 오늘 무슨 민원을 가져올지부터 걱정한다. 나는 차를 마시며 봉투를 뒤집었다. 수신자란은 비어 있었다. 그러나 표지의 문장은 읽을 수 있었다. [제2 서명인의 발언 복구 요청] [임의 동행 권유] [출석에 대한 회답 없음은 참석 승낙으로 해석하지 않음] “어라?” 나는 세 번째 줄에 손가락을 올렸다. “여긴 좀 마음에 드는데?” 루루가 고개를 기울였다. “안 가도 된다는 말인가요?” “정확히는 답을 안 했다고 갔다고 처리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럼 가실 거예요?” “일단 아침부터 먹고.” 봉투 아래에는 작은 글자가 있었다. [단, 초대에 응한 경우 발언권 배정 전에 침묵 보전 절차가 적용됩니다.] “침묵 보전?” “말을 못 하게 하나 봐요.” 나는 루루를 바라봤다. “세상에. 나를 위해 만들어진 법정인가?” “왜요?” “상대가 조용하면 상담이 빨리 끝나거든.” “시온 님도 말씀 못 하시는 거 아니에요?” “…….”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건 생각 못 했다. 아르웬은 사무실에서 이미 관련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책상에는 어제 검은 우편선에서 받은 보고서와 백색 중계소 시험 운용 결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떤 사람이 책상을 이렇게 깨끗하게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 책상에서는 지난주에 잃어버린 펜이 오늘 퇴직하겠다고 선언할 정도인데. “임의 동행이고 강제 출석은 아닙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오늘은 절차 안내와 증거 보전 범위를 확인하는 예비 면담입니다. 원본 계약의 효력 심판은 아닙니다.” “좋군요. 그럼 두 시간 안에 끝납니까?” “모릅니다.” “정직하시네요.” “대신 정식 출장으로 처리합니다.” “역시 최고의 상사십니다.” “방금 전까지는요?” “그때도 최고의 상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표정은 아니던데요.” 그녀는 내 변명을 무시하고 마지막 서류를 내밀었다. [동행 인원: 최시온, 아르웬, 루루] [기술 증인: 니아, 원격] [외부 참고인: 로딘, 신청 여부 미정] “로딘은 왜 미정이에요?” “법정이 좁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명백했다. 그때 창밖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인간! 좁다는 게 무슨 뜻이냐! 나는 고귀한 드래곤이다!” 아르웬이 서류를 덮었다. “고귀한 분께 대기실 크기를 설명하는 데만 아침을 다 쓰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로딘은 작은 인간 형태로 모습을 줄이고 따라오기로 했다. 머리의 뿔과 꼬리는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문은 부수지 않을 크기였다. 문제는 옷이었다. 로딘은 제 몸보다 훨씬 화려한 금색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법정에는 위엄이 필요하다.” “그건 맞는데, 망토에 ‘모든 소송 승리’라고 쓰진 않거든요.” “사실이다!” “이전에 패소하신 기록 세 건 있습니다.” “그건 심판들이 나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감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병이다. 출발 직전, 제0 회선에서 제로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온 님. 법정 안내문의 마지막 문구를 다시 읽어 주세요.’ “어느 부분?” ‘침묵 보전 절차요. 그 법정은 사백 년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열일곱 해 동안 접수인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오래 일하셨네. 명절 상여금은 받으셨을까?” ‘그게 아니라…… 접수인의 이름이 공란이에요. 존재했던 기록은 있는데 이름만 없습니다.’ 내 손끝이 멈췄다. 이름이 공란인 사람이 출석 권유장을 보내고 있다. 수신자도 공란. 계약 서명인의 이름도 공란. 공란이 셋이면 우연이라기보다 업무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제로. 방금 확인한 건 외부 표제 기록이지?” ‘네. 보호 중인 본문은 열지 않았어요.’ “좋아. 우리가 법정에서 뭘 볼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올게.” ‘그 사람을 만나면, 억지로 이름을 물어보지 말아 주세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제로는 한때 자기 이름조차 선택할 수 없었던 존재였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런 부탁을 할 자격이 있었다. “약속할게.” 통신이 끊긴 뒤, 나는 민원 번호를 적었다. [024 — 제2 서명인 발언 복구 요청] [첫 조치 — 본인 확인 전 원본 미개봉] 그 아래에 개인 메모를 덧붙였다. [그리고 출석 전에 빵을 먹자. 배고프면 정의감도 낮아진다.] 그런데 접수 장부 구석에서 새로운 문장이 저절로 떠올랐다. [법정 안내: 발언 복구 대상자는 현재 발언할 수 없습니다.] [사유: 침묵 선택의 등록 주체가 말소됨.] 이상했다. 말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과 말을 할 수 없도록 된 사람은 다르다. 나는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오늘 상담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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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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