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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00화
PAYLUA ORIGINAL · 제100화

100화. 고객님, 질문할 권리는 환불되지 않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234자

오프라인 책장
배에서 맞은 아침은 전날과 완전히 달랐다. 어제는 모두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난간을 붙들었다. 오늘은 선원들이 자기 이름이 적힌 명패를 닦고, 까마귀가 견과류 창고에 새로운 자물쇠를 달고 있었다. “왜 자물쇠를 바꿨어?” 내가 물었다. “관리 권한을 양도하지 않았다고 확인받았으니까!” “그럼 이제 내 것도 아니라고?” “원래 네 건 아니었다!” 까마귀는 참 정확한 사람이다. 아니, 새다. 하여튼. 모아는 갑판에서 새 당직표를 작성했다. 가장 위에는 화물 보호 견습이라는 직책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괄호가 있었다. [이 업무는 언제든 안전을 이유로 중지 요청 가능] 나는 그 괄호를 보고 웃었다. “누가 썼어?” “제가요. 선장님이 괜찮다고 하셨어요.” “좋네.” 나바가 옆에서 말을 보탰다. “아까는 당직을 두 시간만 서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네 시간 서려고 했더니 시온 님이 쉬라고 하실 것 같아서요.” “잘 배웠다.” 루루가 즉시 손을 들었다. “저도 고객센터에 적을래요! 야근 거절 가능!” “그건 내가 제일 먼저 적겠다.” “시온 님, 그럼 업무 끝나고 진짜 가실 거예요?” “갈 수 있으면 가야지.” “하루 더 계시면 배에서 축하 파티를 하는데요.” 나는 잠시 고민했다. “출장비에 포함되나요?” 모아는 진지하게 장부를 뒤적였다. “식비는 지급 가능하고, 숙박은 선원 손님 규정이 있어요.” “……좋아. 파티는 참석하는 걸로.” 아르웬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일관성은 있네요.” “공금 낭비는 막아야죠.” 그 말을 하고 나니 어째 내가 훌륭한 공무원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르웬은 동의하지 않았다. 파티에서는 거창한 음식 대신 따뜻한 수프와 검은 빵이 나왔다. 까마귀는 견과류를 세 그릇이나 먹었고, 로딘은 검은 빵을 한입 먹고 “석탄이냐?”고 물었다. 요리사 항로 정령이 굉장히 상처받아 보여서 나는 드래곤의 접시를 급히 빼앗았다. “고객님, 맛이 마음에 안 드시면 의견을 말씀하세요. 재료의 출생을 공격하지 마시고요.” “나는 정직하다!” “정직과 무례는 다른 겁니다.” 모아가 웃다가 수프를 조금 흘렸다. 그녀는 허둥지둥 닦으려 했지만 나바가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그릇은 씻으면 돼.” 나는 그 광경을 한동안 바라봤다. 근무 기록과 접수번호가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지만, 저런 평범한 저녁이 계속되도록 하는 게 결국 목적이겠지. 우리는 마지막으로 검은 우편선의 운항 기록을 정리했다. 17년 전부터 삭제됐던 항적을 되살리되, 봉인된 화물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나바는 화물마다 진짜 수신자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임을 명확히 표시했다. 근처의 작은 마을에는 안전 항로가 복구됐다는 공공 경보만 전달했다. 백색 중계소의 세이에게서는 시험 운용 결과가 도착했다. [실제 수신 확인된 통지: 124건] [거절 후 반송된 통지: 19건] [보류를 선택한 수신자: 43명] [근접 감지만으로 처리 완료된 통지: 신규 0건] 나는 그 숫자를 몇 번이나 읽었다. 예전이라면 성적표가 엉망이라고 평가했을 것이다. 성공한 배달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절하거나 보류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안다. “세이.” 나는 답신을 보냈다. “이게 진짜 성적표야.” 종이인형은 먼 곳에서 잠깐 침묵했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도 열심히 했어. 이제 방향이 맞아진 거지.” 세이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제로에게서 다른 연락이 왔다. ‘시온 님. 어제 화물 0-17의 외부 보호 기록을 대조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무슨 일인데?” ‘라에의 보호 문구 맨 마지막 부분에 삭제된 표식이 하나 있었어요. 내용은 아직 읽을 수 없고, 서류 종류만 복구됐습니다.’ “종류?” ‘출석 통보예요.’ 나는 어제 갑판에 남겨졌던 봉투를 떠올렸다. 체르딘이 가져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기관의 이름. 침묵의 법정. 나바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선장실의 금고를 열었다. 검은 봉투는 여전히 닫혀 있었다. 봉투 바깥에는 수신자가 적혀 있지 않았고, 낡은 문양 하나가 있었다. 세 갈래로 뻗은 뿌리. 그 끝에 찍힌 작은 점 두 개. “이 문양 알아요?” 내가 묻자 로딘이 다가왔다. 드래곤은 평소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오래 침묵해서 이상했다. “사백 년 전, 그 나무의 첫 계약식에서 본 문양이다.” “최초 계약 원본에도 있었습니까?” “아니다. 공개된 계약서에는 하나만 있었지.” “그럼 점이 두 개라는 건…….” “그 자리에 서명한 자가 둘이었다는 뜻이다.” 아르웬이 고개를 들었다. “기록에는 대리 서명인 하나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거다.” 로딘이 낮게 말했다. “첫 번째는 모두가 안다. 하지만 두 번째는, 계약식이 끝나기도 전에 이름이 지워졌다.” 나는 봉투를 바라봤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수가 동의했는지, 누가 대신 서명했는지, 어떤 답변이 먼저 작성됐는지를 추적했다. 하지만 누가 그 기록을 ‘지울 권한’을 가졌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저 봉투를 열어 볼까요?” 루루가 물었다. “아니. 수신자 확인부터.”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남의 출석 통보를 읽고 나중에 왜 봤냐고 혼나긴 싫다.” “시온 님답네요.” “칭찬으로 듣겠다.” 모아가 선실 뒤쪽에서 작은 거울 같은 검은 판을 가져왔다. “이건 봉투를 열지 않고 겉면의 봉인 흔적만 보는 검사판이에요. 선장님이 허락하셨어요.” 나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 표식에만 한정한 검사였다. 판 위에 봉투를 올리자 두 점 가운데 하나가 흰빛을 냈다. [제1 서명인: 대리권 검토 중] [제2 서명인: 등록 말소] [말소 지시처: 침묵의 법정] 나는 숨을 멈췄다. “그럼 우리가 찾는 건 계약을 맺은 사람뿐 아니라, 사람의 이름을 지운 곳이기도 하네요.” 니아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럴 수 있어요. 다만 이 표식만으로 서명인의 신분을 알 수는 없어요.” “알아. 그래서 다음에 확인해야지.” 마레인은 원격 통신으로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의 보호 범위를 다시 확인해 주었다. 침묵의 법정 출석 통보의 유효성은 별도 절차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나바는 조용히 물었다. “그러면 검은 우편선을 떠나실 겁니까?” “네. 이번 사건은 일단 안전해졌으니까요.” 모아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또 오실 거죠?” “관할 사건이 생기면. 대신 그전에는 잘 쉬고.” “네!” 우리는 출항이 아니라 하선을 준비했다. 로딘이 날개를 펼쳤고, 루루는 편지봉투 모양 모자를 기념품이라며 챙겼다. 나는 출석 통보를 손대지 않고 별도 보호 신청만 제출했다. 언제나처럼, 서류를 남기는 게 이별 인사의 일부였다. 바람다리 위에 올라서자 검은 배가 천천히 멀어졌다. 위에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옆에서 보면 분명히 있었다. 누가 없다고 적는다고 존재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시온 님!” 루루가 내 옷깃을 당겼다. “이제 진짜 돌아가는 거예요?” “응. 드디어.” “침묵의 법정은요?” “내일 접수하자. 긴급 소환도 아니고, 당사자 확인이 먼저야.” 내 대답이 끝나자 고객센터의 접수 종이 멀리서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신규 민원 024] [발신처: 침묵의 법정] [내용: 기록에서 사라진 제2 서명인의 발언을 복구해 주십시오] [접수 상태: 일반 문의] “일반 문의!” 나는 눈을 반짝였다. “이건 내일 해도 되는 거잖아!” 아르웬은 내게 잠깐 시선을 주더니 아주 작게 웃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퇴근하셔도 됩니다.” “세상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법과 상식이 동시에 나를 도와주는군.” 루루가 장부에 큰 글씨를 썼다. [최시온 — 출장 종료, 귀환 후 휴식] 그 아래에 작은 글씨를 덧붙였다. [단, 내일 새로운 민원 처리 예정] 나는 그냥 웃었다. 사백 년 묵은 계약을 하루 만에 없앨 수는 없다. 누군가가 훔친 목소리도, 지워 버린 이름도 당장 되돌릴 수 없겠지. 하지만 받지 않았다고 말할 권리, 질문할 권리,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정도는 하나씩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상담원은 잠도 좀 자야 한다. 침묵의 법정이 얼마나 거창한 곳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 밤은 나를 소환하지 못한다. 나는 출장비 정산서 맨 끝에 한 줄을 적었다. [금일 업무 종료. 답변은 내일 드리겠습니다.] 처음으로 그 문장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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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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