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에 일을 하는 사람을 존경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밤에 깨어 있는 병사가 있으면 더 열심히 일하라고 명령했다. 지금은 그가 낮에 언제 잘 수 있는지부터 묻는다.
중계탑의 회로를 분리하기로 한 밤, 마왕성에서는 세 번의 교대가 있었다. 시각시의 귀환 문마다 최소 두 명이 남아 기록 상태를 확인했고, 회색다리 시장에서는 에데와 세브가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다시 점검했다.
엘다는 자발적으로 자기 기록을 확인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직접 다른 사람의 생존을 증명하도록 요청하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역할이 아니니까.
“전하, 모든 준비가 됐습니다.”
마렌이 통신석 너머에서 말했다.
“확인된 위험을 읽어라.”
“중계 출력이 중단되면 후보 등록은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8경로 관찰창이 함께 닫힐 가능성이 있고, 오래된 귀환 기록의 동기화에 지연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귀환자 당사자들에게 알렸나?”
“네. 엘다는 자신의 기록이 사라지지 않도록 복제 보관에 동의했고, 에데와 세브는 외부 장부 확인을 맡았습니다. 루멜은 관찰창이 잠시 닫힐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괜찮다고 답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자.”
***
성왕국 옛 신전의 지하에는 오래된 기계음이 가득했다.
라기스는 커다란 동륜 앞에 섰다. 바퀴 가장자리에 붙은 작은 태엽들은 하나하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수신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중 빈 요람 표시가 있는 가지 회로만 붉게 빛났다.
나는 첫날 이곳에서 느꼈던 충동을 떠올렸다.
전부 태워 버리고 싶었다.
내게는 그럴 힘이 있었다. 하지만 장치를 파괴하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돌아갈 길도 함께 끊길 수 있었다.
“후보 등록 출력만 막는 걸 우선한다.”
라기스가 금속 고리를 천천히 돌렸다.
첫 번째 바늘이 멈췄다.
[등록 자동화 지연.]
두 번째 고리가 돌아가자 구체 안의 붉은 점 하나가 꺼졌다.
[제3후보 자동 배정 실패.]
나는 안도의 숨을 쉬려다 멈췄다.
실패했다는 표시가 안전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외부에서 확인해라.”
세브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색다리 시장의 이름 장부 변동 없습니다.”
“마왕성은?”
미아가 대답했다.
“레온은 잠들었고, 성내 피란민 명부에도 변동이 없어요.”
“동쪽 관문?”
나딘이 통신석에 답했다.
“이안은 다리아와 함께 집에 있습니다. 진료소 명부의 이름도 그대로예요.”
나는 어깨에 힘을 풀었다.
***
그때 세 번째 문이 저절로 열리려 했다.
금속판에 내 얼굴이 떠올랐다.
“카르딘.”
익숙한 목소리였다. 여덟 번째 문의 관찰창에서 보았던 그 남자.
“지금 멈추면 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나는 라기스에게 손짓했다. 작업을 멈추게 했다.
“너는 지금 어디에서 말하고 있지?”
“제8경로.”
“그 안에서 나오는 법은 알고 있나?”
“모른다.”
“네가 말하는 '사라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나?”
“관찰 신호가 끊기면 더는 너에게 말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의 얼굴을 한 존재를 믿을 이유는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도 없었다.
“관찰 경로가 끊기기 전에 네 진술을 기록하겠다. 원하면 마지막으로 남길 말도.”
남자는 한참 침묵했다.
“나는 네가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무슨 실수?”
“레온에게 언제나 정답을 알려 주려 했던 것.”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모든 위험을 먼저 겪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레온이 나처럼 후회하지 않게 하려고 앞길을 다 정했다. 결국 그 아이는 내 말을 따르느라 자신의 목소리를 잃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네가 정말 미래의 나인지는 아직 모른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경고는 기록하겠다.”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거면 된다.”
마렌이 모든 진술을 기록한 뒤 확인 신호를 보냈다. 나는 라기스에게 작업을 계속하라고 했다.
금속 고리가 마지막 눈금을 지나갔다.
그 직전, 두 번째 시계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복귀 경로 수신 지연.]
라기스가 움직임을 멈췄다.
“전하. 이 상태에서 회로를 더 돌리면 첫 번째 문의 기록이 늦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영향을 받나?”
“확실하지 않습니다.”
나는 즉시 중단을 명했다. 마렌은 외부 장부의 마지막 확인 시각을 읽었고, 세브는 회색다리 시장의 독립 시계를 대조했다. 엘다가 실제로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그녀가 동의한 범위 안에서 진행했다.
“엘다는 제빵소에 있습니다.”
세브가 말했다.
“그렇다고 기계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야. 지금 막힌 것은 기록 수신일 수 있으니까.”
라기스는 출력을 중단한 채 우회 저장부에 새 장부를 연결했다. 작은 수정이 푸른 빛으로 바뀌자 두 시계의 차이가 줄기 시작했다.
“수신 지연 해소. 이 상태라면 마지막 고리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너 자신은 괜찮겠나?”
“네. 다만 손이 조금 떨립니다.”
“그러면 교대하자. 다른 기술자에게 눈금을 한 번 더 확인받아라.”
라기스는 억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대신 한 발 물러나 물을 마셨다. 두 번째 기술자가 도면과 현재 위치를 대조한 뒤, 서로 다른 목소리로 같은 눈금을 읽었다.
나는 그제야 다음 단계 진행을 허락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끝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빠름을 성공과 혼동하지 않으려 했다.
찰칵.
붉은 빛이 멎었다.
[후보 자동 등록 출력 중단.]
[기존 귀환 기록 보존. 외부 검증 대기.]
그와 동시에 여덟 번째 문 관찰창이 어두워졌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남자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건가?”
바르톨이 물었다.
“모른다. 관찰이 끊겼다는 것만 확인했다.”
나는 정확히 그렇게 말해야 했다.
***
새벽이 될 때까지 아무도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시각시의 일곱 문은 따로 점검했고, 루멜이 있던 일곱 번째 문에는 약속했던 상태 확인 신호를 보냈다. 한동안 답이 없어 나도 모르게 손을 쥐었다.
그러다 작은 두드림이 들렸다.
똑, 똑.
루멜이었다.
“괜찮니?”
마렌이 물었다.
“네. 잠깐 조용해졌어요. 지금도 여기 있어요.”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그날 밤 실험의 성공 여부는 모든 기록을 비교한 뒤에도 최종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 확인한 범위에서 누군가 사라졌다는 증거는 없었다. 아이들이 강제로 새 후보가 되는 출력은 멈췄다.
나는 고된 밤을 보낸 사람들을 돌아봤다.
“수고했다. 교대조는 쉬어라.”
바르톨이 물었다.
“전하께서는요?”
나는 창밖을 보았다.
새벽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도 돌아가야지. 잠들기 전에 아들에게 아침 인사를 해 주고 싶다.”
성문을 통과할 때 통신석에 마지막 문장이 도착했다.
[자동 등록 출력: 정지. 제8경로 원본 관리자: 미확인.]
일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새 아이에게 억지로 번호를 붙이는 기계는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을 일기에 적기로 했다.
제9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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