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을 정복해 본 적이 없다.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른 적은 있지만, 별은 늘 너무 멀리 있었다. 어릴 적에는 언젠가 저 하늘까지 내 깃발을 꽂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른 이유로 올려다본다.
별빛 아래에서 잠드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하, 붉은 별의 빛이 성왕국 옛 신전 쪽으로 모입니다.”
바르톨이 보고했다.
“실제 별이 움직이는 건가?”
“관측소마다 설명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별이 움직였다고 단정하지 마라. 빛을 보여 주는 장치가 옮겨졌을 수도 있다.”
마렌이 지도 한 장을 펼쳤다. 성왕국 옛 신전은 산허리에 세워져 있었고, 오래전에는 구호소와 기록위원회의 관측대가 같은 시설을 사용했다고 한다.
“붉은 빛이 강해진 위치가 세라크의 설계도에 적힌 중계탑과 겹칩니다.”
“중계탑은 아직 남아 있나?”
“건물은 폐허로 알려져 있지만 지하 설비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나는 검을 챙겼다.
“공동 조사 요청을 보내라. 그 땅은 성왕국의 영토니까.”
바르톨이 한숨을 쉬었다.
“전하. 옛날에는 그냥 진군하셨잖습니까?”
“옛날에는 그렇게 해서 전쟁을 만들었다.”
“지금은 허가서를 기다리다가 적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대피시키자. 허가가 필요한 조사와 당장 필요한 안전조치를 구분하면 된다.”
***
로잘린의 공식 협조로 우리는 해 질 무렵 신전에 들어갔다.
신전 앞에는 오래된 석상이 두 개 서 있었다. 하나는 용사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검을 뽑지 않은 이름 없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얼굴은 닳아 있었지만, 두 석상 사이에 손을 잇는 작은 조각이 남아 있었다.
“이건 어떤 뜻이지?”
내가 묻자 로잘린이 대답했다.
“원래 이곳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신전이 아니었습니다. 피란민이 서로를 찾도록 돕던 길목이라고 기록돼 있어요.”
나는 그 말을 오래 기억해 두기로 했다.
사람을 돕던 장소가 언제부터 사람의 미래를 차지하는 장소가 되었을까.
건물 안쪽은 차가웠다. 무너진 천장 사이로 붉은 빛줄기가 내려와 바닥의 원형 문양을 비췄다. 라기스가 측정봉을 세우자 장치가 작게 울렸다.
“빛이 위에서 아래로 오는 게 아닙니다.”
“그럼?”
“지하에서 위쪽 구름으로 쏘아 올리고 있어요. 하늘에 나타난 별과 같은 색이지만, 이 부분은 신전이 만들어 낸 신호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붉은 별이 이 장치였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관문 위에서 목격된 빛 가운데 일부는 인공적인 것일 가능성이 커졌다.
“아래로 내려간다.”
지하 계단은 좁았고 공기가 눅눅했다. 벽에는 오래된 명패가 달려 있었다. 기록위원회의 초기 구호소와 연결된 노선이었다. 마렌은 그것을 보고도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다.
계단 끝에는 세 개의 문이 있었다.
첫 번째에는 '사람', 두 번째에는 '기록', 세 번째에는 '승계'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마지막 문을 가리켰다.
“문을 열기 전에 내부를 살펴봐라. 저곳이 자동 후보 선정의 중계부일 가능성이 있다.”
라기스는 틈 사이로 얇은 탐침을 넣었다. 안쪽에는 기계음이 울렸고, 오래된 태엽이 스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열면 승계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아직 열지 않는다.”
***
우리는 세 번째 문을 건드리지 않은 채 두 번째 문에 붙은 점검 통로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천장 높이까지 올라가는 장부 선반이 있었고, 한가운데 투명한 구체 하나가 떠 있었다. 그 안에는 붉은 별과 같은 빛으로 연결된 작은 점들이 보였다.
점마다 장소 이름이 붙어 있었다.
동쪽 관문, 북부 구호소, 시각시, 마왕성.
그중 몇 개는 꺼져 있었고, 몇 개는 살아 있었다. 꺼진 점이 안전한 지역인지, 단지 통신이 끊긴 지역인지는 알 수 없었다.
라기스가 장치 옆의 숫자를 읽었다.
“제삼 요람은 여기에서 기록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8경로의 후보 단말도 같은 중계로를 이용합니다.”
“중앙 연결을 끊으면?”
“귀환 문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마렌이 작은 다이얼 하나를 발견했다.
그 옆에는 아주 오래된 문장이 있었다.
[등록 출력과 귀환 기록은 분리해 보존할 것.]
마렌이 나를 바라봤다.
“전하, 초기 설계에는 분리 규칙이 있었어요. 나중에 누군가 둘을 묶어 놓은 것 같아요.”
“그럼 다시 분리할 방법도 남아 있겠군.”
“설계대로라면요. 다만 실제 회로가 바뀌었을 수 있으니 시험이 필요합니다.”
나는 기꺼이 동의했다.
그때 세 번째 문 뒤에서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관리자를 지정하십시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관리자가 지정되지 않으면 후보가 자동 선택됩니다.”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마왕 카르딘. 당신은 명령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그래서 명령이 얼마나 쉽게 잘못될 수 있는지도 안다.”
문이 잠시 조용해졌다.
“선택하지 않으면 종말이 옵니다.”
나는 웃었다.
“너희는 늘 그 말을 하는군. 그런데 정작 어떤 종말인지 설명한 적은 없다.”
대답은 없었다.
***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붉은 빛은 여전히 구름을 비췄다.
로잘린이 내게 물었다.
“전하, 저 문을 부수고 싶지 않으세요?”
“매우.”
“그런데 참으시는군요.”
“저 문 옆에 귀환 기록이 있다. 문이 무너지면 겨우 돌아온 사람들이 다시 장부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신전에 출입 금지 표지를 붙이고, 주민이 오가는 길에는 별도의 안전 안내를 세웠다. 누군가 새로운 신탁을 얻으려고 폐허로 몰려오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마왕성에 돌아오자 레온이 내 망토를 잡아당겼다.
“아빠, 별.”
나는 창밖을 가리켰다.
“보이는구나.”
레온은 붉은 점을 한참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무서.”
나는 아이를 안았다.
“그럼 커튼을 치자.”
레온은 커튼을 잡고 직접 닫으려 했다. 나는 손이 끼이지 않도록 옆에서 받쳐 주었다.
붉은 빛이 가려지자 아이는 푸른 곰을 찾아 안았다.
그 작은 방의 어둠은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 무섭다면 먼저 그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을 조절해 줄 수도 있는 법이다.
세상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모두에게 같은 별을 보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때 라기스의 마지막 보고가 도착했다.
[중계탑 회로에서 분리 가능한 경로 확인. 단, 분리 작업 동안 제8경로 관찰창 정지 가능성.]
나는 답신을 보냈다.
'내일, 당사자들에게 위험을 설명한 뒤 결정한다.'
제9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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