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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97화
PAYLUA ORIGINAL · 제97화

97화. 세라크의 늦은 고백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490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사과를 듣기 위해 적을 불러 본 적이 없다. 적을 불렀다는 건 대개 항복 문서에 서명시키거나, 다음 전투가 어디에서 벌어질지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세라크에게 의자와 따뜻한 차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 증인 셋을 앉혔다. “세라크. 가면 안쪽에 네 이름이 있었다.” 세라크는 찻잔을 만지지도 않았다. “내가 모르는 물건일 수도 있다.” “그래서 확인하려고 부른 것이다.” 나는 복제된 승인 기록을 펼쳤다. 원본은 격리 보관 중이었다. 종이에는 아주 오래된 날짜와 알아보기 힘든 숫자가 함께 적혀 있었다. 세라크가 한참 문서를 바라봤다. “……이 문구는 기억한다.” 마렌이 펜을 들었다. “어떤 문구인가요?” “'후보 등록 지연 방지 장치'. 당시에 우리는 종말이 찾아오면 선택받은 사람이 제때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강제로 등록했나?” 세라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아직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임시로 보호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성장해서 결정할 때까지 다른 누구도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자동으로 후보를 채우고 있지?” “임시가 영구가 된 거지. 우리가 아이가 클 때까지 지켜보는 대신, 시스템이 언제까지 기다릴지 결정하게 놔두었으니까.” 나는 그를 보았다. “네가 승인했나?” 세라크는 오래 침묵했다. “초기 설계의 시험은 승인했다. 하지만 보호자 부재를 후보 선정 조건으로 넣은 기억은 없어.” 마렌이 곧바로 기록했다. '초기 시험 승인 사실을 세라크 본인이 진술. 이후 변경 사항 인지 여부 미확인.' 나는 증인 기록을 확인한 다음 물었다. “그럼 누가 수정했는지 추적할 수 있나?” “원래는 변경 이력이 남도록 만들었어. 그러나 오르세의 의자가 권한을 승계하기 시작한 뒤부터 수정자가 사람이 아니라 직책으로 기록됐지.” “결국 사람이 사라진 장부가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군.” 세라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 나는 그의 딸 루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세라크는 여전히 딸을 찾고 있었고, 우리는 루멜이 관찰창 너머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루멜은 아직 아버지에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그 약속을 어길 이유는 없었다. 세라크가 먼저 물었다. “루멜에 관해 진전은 있나?”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 중인 기록이 있다. 지금은 공개할 수 없는 당사자 의사가 관련돼 있다.” “내 딸인데도?” “네 딸이라는 이유로 그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네가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세라크의 얼굴이 굳었다. 나 역시 예전 같았다면 화부터 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이니, 내가 지키는 것이니, 내 책임이니, 그러므로 결정권도 내 것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 “기다리는 것이 싫다는 건 이해한다.” 나는 낮게 말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의 고통이 다른 사람의 거절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아.”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내가 루멜을 찾는다고 남의 아이들 이름을 빼앗았던 날에도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겠지.” “그럴 것이다.” 나는 그를 용서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과거의 피해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사과 한 번으로 기록에서 지워진 날들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었다. “네가 아는 설계와 변경 규칙을 모두 적어라. 그리고 모르는 부분에는 모른다고 써라.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세라크는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았다. *** 그가 그린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그 전에 로잘린이 한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세라크의 증언만으로 설계 과정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가 직접 승인한 원본을 별도로 찾아야 합니다.” “동의한다.” 나는 세라크를 바라봤다. “네게 유리한 증거가 나와도 그대로 기록하고, 불리한 증거가 나와도 지우지 않겠다.” 세라크는 고개를 숙였다. “당연한 일이지.” “나에게는 한때 당연하지 않았다.” 나는 창밖의 광장을 보았다. 내 통치 초기에는 죄를 인정한 자의 목부터 베었다. 그러면 사건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누가 같은 일을 다시 할 수 있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라크의 머리가 아니라, 그가 처음 만든 장치가 어떻게 수백 년 동안 손질되며 아이들의 이름을 빼앗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그에게 죄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그 차이를 잊지 않기로 했다. 사람의 이름을 임시로 맡아 놓는 칸, 그 사람이 성장했을 때 확인하도록 설계한 문, 확인이 없으면 빈칸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계. 문제는 그 사이에 새로 생긴 화살표였다. [기한 초과 → 자동 후보 선정.] “이 화살표를 누가 만들었지?” “그때는 없었다.” 세라크가 대답했다. “누군가 위기의 순간마다 기다림을 줄이고 싶어 했겠지. 하나를 줄일 때는 편리했을 거다. 그다음에는 두 개를 줄이고, 결국 사람이 거절할 틈까지 없애 버렸어.” 마렌이 그림 끝을 짚었다. “그렇다면 긴급 서명을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동 후보 선정 자체를 끊어야 해요.” “끊으면 여덟 번째 문이 다른 경로로 움직일 수 있다.” 세라크가 말했다. “기록 경로를 전부 끊으면 귀환자들의 증거도 손상될 위험이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증거는 옮겨야지. 원본을 함부로 지우지 말고.” 라기스가 밖에서 기다리다 들어왔다. “전하, 제8경로와 후보 단말은 별개 연결부를 쓰지만 중앙 시계에 함께 기록돼 있습니다. 우선 후보 단말의 출력만 막는 실험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 회의를 마치자 세라크가 문 앞에서 멈췄다. “카르딘. 네가 나를 죽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지?” “오늘 네가 한 말에 증인이 있으니까.” “그뿐이냐?” “그리고 네가 죽으면 네가 만든 장치의 책임까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생길 테니까.” 세라크는 슬프게 웃었다. “너답지 않군.” “예전의 나라면 그 말이 칭찬이었을 텐데.” 나는 문을 열어 주었다. “오늘은 아니다.” 그날 밤 레온은 잠든 뒤에도 내 소매를 잡고 있었다. 나는 손을 빼지 못한 채 일기장을 펼쳤다. '아이가 어릴 때 대신 지켜 줄 의무와, 아이 대신 인생을 결정할 권리는 다르다.' 그리고 그 밑에 적었다. '세라크는 자신이 승인한 첫 설계를 인정했다. 그 사실은 중요하지만 모든 변경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레온이 잠결에 중얼거렸다. “아빠, 안 가.” 나는 한 손으로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지금은 안 간다.” 그 말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어쩌면 아이에게 설명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오늘만큼은 나도 직접 정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때 창밖의 붉은 별이 짧게 두 번 깜빡였다. 마렌의 통신석에서 긴급 경보가 울렸다. [후보 등록 출력 경로: 성왕국 옛 신전 상공으로 이전.] 서명 장치를 막기도 전에, 누군가 길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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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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