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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96화
PAYLUA ORIGINAL · 제96화

96화. 마왕의 빵 배달 작전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365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마왕으로서 도둑질을 직접 해 본 적이 많지 않다. 물건이 필요하면 빼앗으면 됐고, 남의 창고가 마음에 들면 성째로 점령하면 됐다. 그러니 몰래 들어가는 방법보다는 정문을 불태우는 방법에 익숙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문에 불을 놓을 수 없었다. 관문 창고 앞에 나타난 창고에서 포착된 가면 쓴 자의 정체는 확인하지 못했고, 그 뒤로 창고에 접근한 사람들의 출입 기록마저 서로 달라졌다. 지키던 병사는 분명 새벽 세 시에 교대했다고 했지만 장부에는 오후 세 시라고 쓰여 있었다. 문을 잠근 경비병은 열쇠가 자기 손에서 사라진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마렌은 말했다. “제8경로의 기록 덮어쓰기와 비슷해요. 다만 범위가 작습니다.” “그럼 그자가 사람을 직접 데려간 건 아닐 수도 있겠군.” “네. 다른 곳에 접속해 문서를 바꿨을 가능성이 큽니다.” “접속 경로는?” “아직 못 찾았어요.” 나는 관문 창고의 옆 골목을 바라보았다. “그럼 문 앞에서 기다려 보자. 하지만 여기 사는 사람을 위험에 끌어들이지는 말고.” *** 바르톨은 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전하, 무엇으로 변장하시겠습니까?” “빵 배달부.” “검은 갑옷 위에 빵집 앞치마를 두르시면 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 “그럼 뿔을 감추시는 겁니까?” “그렇다.” 그는 한참 고민하더니 자신도 빵집 앞치마를 달라고 했다. 나는 결국 바르톨을 장작을 옮기는 인부로 보냈다. 그의 체격에는 그편이 훨씬 잘 어울렸다. 다만 머리에 박힌 뿔을 가리는 데 큰 모자가 필요했다. 우리는 다리아의 제빵소를 거점으로 삼지 않았다. 그 집은 이안이 잠들고 밥을 먹는 곳이지, 적을 유인하는 함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관문 관리소에서 정식으로 빌린 빈 창고에 임시 감시소를 만들었다. 로잘린과 마렌, 라기스는 각자 다른 시계를 놓고 출입을 기록했다. 나도 빵 상자를 싣고 지나가는 수레에 올랐다. 빵을 굽는 일은 어려웠다. 나는 밀가루를 반죽하다가 밀가루가 내 얼굴에 묻는 굴욕을 겪었다. “전하, 손을 너무 세게 누르셨어요.” 임시 고용한 제빵사가 말했다. “나는 산맥도 눌러 본 사람이다.” “그러니 반죽을 살살 누르세요.” 나는 침묵했다. 산맥을 누르는 경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 해 질 무렵, 창고 뒤쪽에서 작은 불빛이 번쩍였다. 가면 쓴 인물이 나왔다. 그는 문고리를 잡지 않았다. 오히려 문 앞에서 서류를 펼쳤다. 라기스가 통신석으로 속삭였다. “전하, 저건 원격 서명입니다.” “막을 수 있나?” “외부 연결은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명 원본을 먼저 확보해야 위조를 입증할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 쓴 인물은 빈 서류 위에 이름 하나를 적었다. 카르딘. 잠깐 뒤, 멀리 떨어진 감시 장치에서 같은 글자가 빛났다. 우리가 폐쇄한 제삼 요람 방의 등불이 켜졌다. “이제.” 나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갔다. “남의 이름을 빌리는 습관이 나쁘군.” 가면 쓴 자가 돌아봤다. “마왕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빵을 이렇게 많이 나를 줄은 몰랐다.” 상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명을 허락하셨습니까?” “아니.” “이미 기록에는 있습니다.” “기록에 있다는 것이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창고의 지붕에서 검은 실이 쏟아졌다. 보통 마법실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끝에 작은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내 이름, 바르톨의 이름, 나딘의 이름, 심지어 아직 글씨도 모르는 이안의 이름까지. 나는 불꽃을 피우려다 멈췄다. 실을 불태우면 이름표의 당사자에게 영향이 돌아갈지도 모른다. “대단히 비겁하군.”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면 쓴 자가 태연히 대답했다. 예전의 나라면 그 말을 칭찬했을 것이다. 자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의 약점을 이용하는 건 전술의 기본이니까. “라기스. 실의 연결부터 확인해라.” “네!” 나는 검 대신 소매 안쪽에서 미아가 싸 준 빵 한 덩이를 꺼냈다. 상대가 잠깐 멈칫했다. “그게 무슨 무기입니까?” “점심을 못 먹어서.” 나는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동안 오른손으로는 바닥에 작은 보호진을 그렸다. 실을 자르지 않고, 실이 닿을 수 있는 공간만 분리하는 마법이었다. 상대가 그것을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바르톨이 뒤쪽 출입문을 확보한 뒤였다. “지금부터 누구도 이름표에 손대지 마라!” 내 외침에 병사들이 멈췄다. 라기스는 수정봉으로 실 한 가닥을 대조했다. “전하, 실은 실제 사람과 직접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문서 주소를 흉내 낸 가짜 표식이에요!” “확실한가?” “외부 연결을 차단한 상태에서도 신호가 변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 연결은 없습니다!” 나는 그제야 검은 불꽃으로 실의 연결부만 끊었다. 가면 쓴 인물이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조심해서 언제 끝내시려는 겁니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느리겠지.” 나는 다가갔다. “그래도 내가 오늘 지키려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상대는 갑자기 가면을 벗었다. 그 아래에는 얼굴이 없었다. 정확히는 눈과 코의 윤곽이 움직이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낯선 얼굴이 있었다. 나를 볼 때에는 검은 눈, 바르톨을 볼 때에는 붉은 눈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 문서의 집행자입니다. 이름은 필요 없습니다.” “이름 없는 자라면 책임질 사람도 없다는 뜻인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렌이 뒤에서 외쳤다. “전하! 저 자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 대행체일 수 있습니다!” 나는 손을 멈췄다. 대행체는 갑자기 입을 벌렸다. “제삼 요람의 실제 보호자와 접촉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대리 서명자를 지정합니다.” 방 안의 모든 창문에 내 이름이 떠올랐다. 그러나 바로 그때 라기스가 임시 연결부를 끊었다. 붉은 불빛이 꺼지고 대행체는 그대로 굳었다. 나는 서둘러 주변에 사람이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다친 이는 없었다. 기록판에는 대행체의 말과 우리가 확인한 사실을 구분하여 남겼다. *** 그날 밤, 압수한 가면을 살피던 마렌이 내게 종이를 건넸다. 가면 안쪽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원본 승인자: 세라크. 단, 승인 시점 불명.]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세라크가 직접 범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각시는 과거의 서명을 오늘 끌어오는 데 익숙한 장소였다. 이름 하나로 모든 죄를 확정해서는 안 됐다. “세라크를 불러라. 증인들과 함께.” “전하께서는 화가 나지 않으십니까?” “몹시 난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당장 판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마왕성으로 돌아오자 레온이 내 얼굴을 보더니 크게 웃었다. “아빠, 하얘!” 나는 그제야 머리에 남은 밀가루를 발견했다. 위대한 마왕의 잠입 작전은 성공했으나, 집에 돌아온 아들은 나를 빵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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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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