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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95화
PAYLUA ORIGINAL · 제95화

95화. 세 번째 요람의 빈자리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531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요람을 전쟁 무기로 분류하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시절이 있었을 리 없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시각시의 기록 보관실에서 발견한 도면은 내 믿음을 배반했다. '제3후보 육성 구역. 표식 부여 가능. 보호자 재배정 가능.' 그 문장 옆에는 요람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마렌은 그림의 모서리를 짚었다. “전하, 이 도면은 현재 아이의 위치를 뜻하지 않습니다. 예정된 시설의 설계도입니다.” “그러니까 실존 아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거군.” “네. 다만 설계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단순한 출생 기록에서 시작해 이제는 후보자를 제조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인간과 마족을 구분하지 않고, 보호자가 없거나 약한 아이에게 예언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려 한다. 오래전 내 군대가 징집한 소년병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그들을 '훈련생'이라고 불렀다. 이름을 바꾸면 잔혹함도 가벼워지는 줄 알았다. “설계도 원본을 누구에게 받았지?” “동쪽 관문 지하 창고에서 회수했습니다. 일련번호는 제8경로의 나사와 연결돼 있어요.” “오르세의 의자가 이번에는 요람까지 만든 셈이군.” “아직 오르세가 직접 명령했다고 확인되진 않았어요.” 나는 마렌을 바라봤다. “잘 지적했다. 관련된 구조와 실제 실행자를 구별해야 하지.” *** 관문에는 작은 창고가 하나 더 있었다. 소금 상자와 염색 천을 보관하던 곳이었지만, 뒤쪽 벽은 다른 돌보다 훨씬 새것이었다. 라기스가 두드리자 속이 빈 울림이 났다. “부수면 빠르겠군.” “안의 기록이 손상될 수 있어요.” “그래. 그래서 부수지는 않겠다.” 나는 열쇠공을 불렀다. 그는 내가 직접 고개를 숙여 작업을 부탁하자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가 긴장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비용을 어떻게 청구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관문 예산에서 정식으로 지급한다. 내가 마왕이라고 공짜 노동을 시키는 건 아니다.” 열쇠공은 그제야 도구를 꺼냈다. 문 뒤에는 먼지가 쌓인 좁은 방이 있었다. 한쪽에는 오래된 약품 선반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부서진 요람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창문은 없었고, 천장에는 빛을 모으는 수정이 매달려 있었다. 나는 요람을 가까이 살폈다. 가장 큰 요람의 나무판에는 이름이 긁혀 있었다. '제삼…….' 나머지는 지워졌다. 마렌은 손으로 쓸지 않았다. 먼지의 흐름과 긁힌 방향을 먼저 기록했다. “아이 이름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설 번호였을 수도 있어요.” 나는 답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아이를 실제로 이곳에 뉘었다면 누가, 언제, 얼마나 있었는지 찾아야 한다.” 방 한편에서 작게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나는 검을 뽑으려다 멈췄다. 바닥에서 작은 나무 새 하나가 굴러 나왔다. 이안에게 만들어 주었던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날개의 각도가 다르고 칠한 색이 바랬지만, 손으로 움직여 놀 수 있게 만든 장난감이었다. “이걸 만든 사람은 기계를 운영한 자였을까, 아이를 돌본 자였을까?” 라기스가 말했다. “둘 다였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새를 회수 상자에 넣었다. 아이가 정말 이곳에 있었는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장난감이 곧 증거라고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 우리는 설계도 뒤쪽에서 두 번째 문서를 발견했다. [후보 등록의 목적: 종말 방지.] [방법: 예언 대상 다중 확보로 실패율 감소.] [부작용: 대상의 독립 선택 가능성 감소.] 나는 마지막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마왕국의 보급품을 고를 때에도 실패율이라는 표현을 쓴다. 군량이 썩거나 다리가 무너지면 다른 길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실패율'을 낮추기 위해 사람의 선택을 줄이겠다고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도구로 만드는 계획. 누가 이 문서를 작성했든 위험한 논리였다. “일단 이 시설을 폐쇄하자.”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은지 먼저 확인하고요.” 우리는 방 하나하나를 열었다. 숨겨진 벽장과 바닥 통로까지 점검했지만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은 낡은 이불, 금이 간 물병, 날짜가 다른 일지들이었다. 마지막 장부를 펼쳤을 때, 나는 불쾌한 문장을 보았다. '제3후보 보호자 서명 예정: 카르딘.' 마렌이 숨을 삼켰다. “전하 이름입니다.” “내가 쓴 것이 아니야.” “필적이 같아요. 지난번 미래의 서명처럼요.” 나는 종이를 들고 잠깐 생각했다. 만일 미래의 내가 이 시설을 승인했다면 무엇 때문일까.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책임을 떠넘긴 것일까. 결국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현재였다. “그 서명은 미확정으로 보관해라. 내가 오늘 승인하지 않았다는 기록도 바로 옆에 남겨.” *** 마왕성으로 돌아오자 레온이 엉망이 된 천 새를 들고 기다렸다. “아빠. 고장.” “내가 고쳐 주마.” 나는 실과 바늘을 꺼냈다가 손가락을 찔렀다. “……아프군.” 미아가 다가왔다. “전하, 이쪽은 제가 할게요.” “아니다. 이미 시작했다.” “실이 거꾸로 들어갔는데요.” 나는 묵묵히 다시 꿰었다. 레온은 내 손을 살폈다. 붉게 맺힌 피 한 방울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듯 눈을 깜빡였다. “아빠, 아파?” “조금.” 녀석은 내 손가락을 만지다가 천 새를 내 무릎에 올려놓았다. “고쳐.” “그래. 고쳐 주마.” 그 순간 문득 이해했다. 어떤 사람은 기계를 고쳐서 세상을 구한다고 믿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예언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요람을 다시 채우는 것을 수리라고 부를 수는 없다. 나는 그날 일기에 한 줄을 남겼다. '고쳐야 할 것은 아이가 아니다. 아이를 부품처럼 다루는 절차다.' 그날 밤 관문 창고의 감시 장치에 누군가 나타났다. 감시 기록을 맡은 병사는 그날 내게 뜻밖의 질문을 했다. “전하, 이곳의 요람은 없애 버릴까요?” 나는 잠깐 나무판을 바라봤다. “우선은 그대로 보관하자. 누군가 실제로 아이를 돌보았다면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불길한 물건입니다.” “물건이 불길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람에게 쓰는 방식이 잘못된 거다.” 기록을 만들면서 나는 가장 작은 요람의 다리 밑에서 접힌 천 조각을 발견했다. 누군가 서둘러 끼워 넣은 듯했다. 거기에는 숫자나 예언이 없었다. 서투른 글씨로 '잠에서 깨면 물을 먼저 주기'라고 적혀 있었다. 어느 시대, 누가 적었는지는 몰랐다. 다만 그 방이 전적으로 냉혹한 기계들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았다는 뜻일지 모른다. 기계를 운용한 사람 중에도 아이가 목마를까 걱정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메모를 다른 문서와 섞지 않고 봉투에 넣었다. 기록에 붙은 명칭은 단순했다. '요람 내부 발견 메모. 작성자 미상.' 세상에 그보다 더 정확하게 적어야 할 때도 있었다. 가면 쓴 인물은 폐쇄된 방 앞에 한참 서 있더니, 문에 손을 대고 말했다. “제삼 요람이 비었다면 이제 대체 보호자를 부르면 되겠군.”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몸을 굳혔다. 이상할 만큼 익숙했다. 그러나 세라크의 목소리도, 내 목소리도 아니었다. 누군가 오래전에 잊어버린 이름을 부르기 직전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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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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