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울이 싫다.
정확히는 사람의 운명을 저울에 올리는 일을 싫어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누구를 먼저 구할지 결정해야 한다면 강한 자를 선택했다. 그 편이 전쟁에서 유리했으니까. 병사 열 명과 장군 한 명이 강에 빠져 있다면 장군을 건졌다. 병사들은 훈련시키면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셈법이다.
그리고 오늘 성왕국 사절단이 바로 그 계산을 들고 마왕성에 찾아왔다.
“선택받은 아이가 둘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절은 은색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의 탁자 위에는 작은 금빛 저울이 놓여 있었는데, 양쪽 접시에 빈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렸지?”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진위를 밝혀야 합니다.”
“내 질문과 관계없는 답을 했군.”
“전하, 신탁의 올바른 계승자를 가려내지 않으면…….”
나는 손을 들었다.
“아이 둘을 저울에 올리는 일을 하려는 건가?”
사절은 잠깐 말을 잃었다.
“아닙니다. 절차를 진행하면 어느 쪽이 진정한 용사인지…….”
“그게 저울이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사절이 가져온 문서를 읽었다. 신성 검증, 혈통 대조, 마력 반응 시험. 모든 항목의 결과에는 승계 가능과 부적합이라는 두 칸만 있었다. 정작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설명하는 곳은 없었다.
“그 시험은 안전하나?”
“신전의 권위로 시행됩니다.”
“안전하냐고 물었다.”
사절의 눈이 흔들렸다.
“검증이 끝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러면 실험이지.”
나는 문서를 덮었다.
“아이를 가져오라는 요청은 거절한다. 다만 관문에서 위조 명령이 유통되고 있다는 문제는 공동으로 조사할 수 있다.”
“신성한 절차를 거부하시면 외교 문제가 됩니다.”
“아이를 해칠 위험이 있는 절차를 검증도 없이 하자고 하면 그게 먼저 문제다.”
로잘린이 옆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신전이 발행한 원본이 아닌 문서는 신탁 절차를 개시할 권한이 없습니다. 저는 그 점을 공식 확인하겠습니다.”
사절은 자기 저울을 챙기면서도 끝까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당신이 검증하고 싶다면 이걸 먼저 검증하라. 누가 사람의 이름을 제멋대로 후보란에 넣을 수 있는지.”
사절은 읽어 보지도 않고 가방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적어도 지금 협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과의 한계는 분명했다.
***
성왕국 사절단이 떠난 뒤, 마렌과 나는 관문에서 압수한 단말을 살폈다.
상자 안의 초승달 금속 판은 붉은 빛을 꺼 둔 상태였다. 라기스가 격리용 차폐막을 덧대 놓았고, 외부 통신은 단절돼 있었다.
“자동 등록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나?”
“외부 표시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 작동하는 시계가 아닌 내부 계산값이에요. 표시만으로 실행 시각을 믿으면 안 됩니다.”
“좋다. 시간에 쫓기도록 만들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마렌이 판의 뒷면을 펼쳤다.
처음의 일곱 칸 가운데 첫 번째가 잠깐 밝아지더니 꺼졌다. 그 아래에는 아주 작은 문장이 생겼다.
[등록 후보 선정 방식: 표식 유사성, 예언 수용성, 보호자 부재.]
나는 세 번째 조건을 두 번 읽었다.
보호자 부재.
누군가 돌봐 줄 사람이 없을 때 아이를 후보로 만들기 쉽다는 뜻인가?
“이건 출생을 예언하는 장치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존재하는 아이를 찾아 이름을 붙이는 도구에 가까워요.”
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레온이 숲에 홀로 버려져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안은 피란민 숙소에서 발견됐다. 두 아이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신의 축복이 아니라, 누군가 그들의 보호자를 떼어 놓기 쉬운 환경이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바르톨을 불러라.”
“공격대를 보내시게요?”
“아니다. 관문의 무료 진료소와 보호자 없는 아이들의 쉼터에 식량과 의료 인력을 보내려고 한다.”
마렌이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후보를 찾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보호받을 곳을 넓히시겠다고요?”
“그래. 사람을 고립시키는 것이 저들의 조건이라면, 고립된 사람을 줄이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
그날 저녁, 바르톨이 내게 이상한 요청을 했다.
요청이 오기 전, 관문에서는 새로운 소문이 퍼졌다. 누군가 시장 한가운데서 초승달 모양의 목걸이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목걸이를 차면 자녀가 신의 보호를 받는다고 했다.
나는 목걸이를 사들여 파괴하라는 명령부터 내리려 했다. 그러나 마렌이 나를 말렸다.
“파괴하면 상인이 어떤 설명으로 물건을 팔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요.”
“그럼 사기꾼을 그냥 두자는 말이냐?”
“아니요. 피해 사례를 받고, 근거 없는 약속을 하지 못하도록 공개 설명을 하자는 거죠.”
우리는 관문 진료소 앞에 짧은 안내문을 붙였다. 어떤 목걸이도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아이의 상처나 눈빛으로 운명을 판정할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판매자는 조사를 받았고, 돈을 돌려받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환급 신청을 도왔다.
나는 그 일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예언은 칼을 든 자뿐 아니라 돈을 버는 자에게도 편리한 도구였다. 아이를 둘러싼 두려움이 커질수록 장사할 구실도 늘어난다.
그래서 더더욱 '진짜 용사'를 공표해 소문을 끝내겠다는 사절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름 하나를 발표하는 순간 나머지 아이들이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의 아이가 시장의 상품이 되어 버릴 테니까.
“전하. 쉼터에 보낼 담요 색깔을 선택해 주십시오.”
“왜 내 허락이 필요한가?”
“예전에는 모든 보급품 색을 전하께서 정하셨습니다.”
“그런 쓸데없는 일까지?”
“검은색 외에는 불허하셨습니다.”
나는 잠시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어두운 군복, 검은 성벽, 검은 깃발. 밝은 색이 제국의 위엄을 해친다고 믿었다.
“쉼터에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더냐?”
“아이들이 밤에 덜 무서운 색이면 좋겠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노란색, 누군가는 푸른색을 원합니다.”
“그들이 고르게 하라.”
“그럼 서로 다른 색이 섞입니다.”
“괜찮다.”
바르톨은 무척 놀랐다.
“마왕군의 통일성이…….”
“담요는 군기가 아니다.”
***
밤이 되자 나는 레온에게도 작은 담요를 두 장 보여 주었다.
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푸른색이었다.
“오늘은 어느 쪽이 좋으냐?”
레온은 잠시 고민하더니 둘 다 끌어안았다.
“두 개.”
“선택하라는 말이다.”
“두 개!”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역시 아이는 내가 만들어 놓은 양자택일을 잘 따르지 않는다.
“좋다. 하지만 숨 막힐 만큼 덮지는 말고.”
미아가 이불 두께를 살펴 한 장은 침대 옆에 놓아 주었다.
레온은 푸른 담요를 깔고 검은 담요를 곰에게 덮어 주었다.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제시한 규칙이었을 뿐이다. 아이에게는 그 규칙을 다르게 쓰는 방법이 있었다.
그때 서재의 통신석이 켜졌다.
마렌이었다.
“전하. 단말에서 새로운 목록이 열렸습니다. 조건을 만족하는 아이가 아니라, 조건을 만족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지역 목록입니다.”
나는 얼어붙었다.
그들이 찾는 것은 용사 두 명이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셋째, 넷째까지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제9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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