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흉터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전생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셀 수도 없이 남아 있었다. 성왕국의 첫 원정 때 오른쪽 어깨를 꿰뚫은 창 자국, 붉은 협곡에서 얻은 화상, 젊은 시절 내 힘을 시험하다가 스스로 만든 흠집까지.
그중 어느 것도 내 이름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떤 놈은 아이의 작은 자국 하나로 일생 전체를 결정하려 하고 있었다.
“전하, 이안의 기록을 대조했습니다.”
마렌이 문서를 펼쳤다.
마왕성 서재의 창가에는 이른 비가 내리고 있었다. 통신석 아래에는 관문에서 가져온 빵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 레온에게 주려고 샀는데 바르톨이 독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고집하여 아직 식탁에 올리지 못했다.
“어떻게 나왔지?”
“출생일이 레온과 같다는 항목은 관문 대장에만 있습니다. 실제 진료 기록은 그보다 닷새 늦어요.”
“그럼 같은 날 태어났다는 주장은 확정할 수 없군.”
“네. 더구나 처음 작성된 장부에는 날짜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붉은 글씨가 채웠겠지.”
“가능하지만, 직접 수정한 흔적을 더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만족스러웠다. 마렌은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함부로 해 주지 않았다.
로잘린의 답신도 도착했다. 신전에서 보관하던 진짜 인장은 가운데 점이 세 개였지만 다리아가 받은 문서에는 하나도 없었다. 위조문서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성왕국의 일부 성기사들이 그 위조문서를 진짜인 줄 알고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위조자가 이미 신전 안까지 들어갔다는 뜻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성기사들이 문서를 검증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어느 쪽이든 위험하군.”
***
우리는 두 아이의 표식을 직접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마렌이 낸 제안이었다.
“사진이나 탁본을 맞대면 누가 또 그것을 증거라며 돌아다닐 겁니다. 우선 각 기록을 별도로 보관하고, 전문가가 상처의 상태와 가능한 원인만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옳다.”
“전하께서 이렇게 바로 동의하시면 가끔 무섭습니다.”
“어째서?”
“예전엔 한 시간을 싸워야 했거든요.”
나는 마른기침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온순해졌다고 생각하지는 마라.”
“네. 알고 있어요.”
마렌은 웃으며 더 얇은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희미한 문양이 있었다. 이안의 어깨에 있던 초승달의 끝부분과 흡사했지만 마렌은 모양이 아니라 마력의 흔적에 주목했다.
“피부에 남은 상처에서 아주 낮은 보존 마법 반응이 검출됐다고 나딘이 알려 줬어요. 이건 신성의 증명이 아니에요. 오래된 치료 부적이나 다른 물건 때문일 수도 있어요.”
“레온의 표식과 같다는 뜻도 아니겠지.”
“맞습니다.”
나는 종이를 놓았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둘이 같다는 결론을 듣고 싶었다. 그럴듯한 공통점 하나가 있으면 적을 빨리 찾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빠른 결론은 종종 제일 먼저 잘못된 사람을 베어 버렸다.
“그럼 별도의 표식 출처를 찾자. 어떤 도구로 그런 마법을 남길 수 있는지.”
***
그날 낮, 바르톨이 이상한 물건 하나를 가져왔다.
그에 앞서 나는 진료소에 한 가지 지시를 보냈다. 이안의 흉터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성문에 공고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의학적 기록은 치료와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내용을 누구나 구경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르다.
“그럼 조사 결과는 언제 공개합니까?”
기록관이 물었다.
“위조 명령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사실은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몸에 대한 세부사항은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만 전달해라.”
“사람들이 진실을 요구하면요?”
“사람들은 마왕성의 보급비를 물어볼 수 있다. 그것은 공공의 돈이니까. 하지만 한 아이의 피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할 권리는 없다.”
그 말을 하고 나서 잠시 놀랐다. 과거의 나는 자신의 백성에게도 그런 구분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문밖의 바르톨이 헛기침을 했다. 그는 나를 부르려고 서 있었던 모양이었다.
“전하, 지난달에 제가 전군의 투구 크기를 공개했는데 그것도…….”
“그건 군수품 규격이다.”
“아, 그렇습니까.”
나는 웃을 뻔했다. 적어도 바르톨도 배우고 있었다.
관문에서 압수된 작은 금속 판이었다. 동전보다 조금 크고, 한쪽 면에는 초승달을 누를 수 있는 홈이 있었다. 뒷면에는 무언가 지워진 글자가 남아 있었다.
“전하, 이것으로 아이를 표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가 어디에서 찾았지?”
“나딘의 진료소 뒤쪽 배수로입니다.”
“발견 시간은?”
“어제 새벽입니다.”
“누가 놓았는지는?”
“모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표식 도구일 수도 있고, 누군가 우리에게 보여 주려고 놓은 함정일 수도 있다.”
바르톨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렇게 모든 것을 의심하면 언제 적을 처단합니까?”
“의심과 방치는 다르다. 일단 보관하고, 누가 접근하는지 경비를 강화해라.”
마렌은 금속 판을 두꺼운 천으로 감싸 독립 상자에 봉인했다.
상자의 뚜껑에 봉인을 붙이자 금속이 미세하게 떨렸다.
잠시 뒤 상자 표면에 낯익은 글씨가 떠올랐다.
[후보 등록 단말. 잔여 일곱 칸.]
일곱 칸.
나는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레온과 이안 둘만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마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은 일곱 칸이 실제 아이가 아니라 시스템상의 빈 번호일 수도 있어요.”
“알고 있다. 그러니 당장 다른 일곱 아이를 찾아 나서지는 마라.”
***
저녁이 되자 레온이 내 서재로 쳐들어왔다.
녀석은 오리 모양 나무 장난감을 하나 들고 있었다. 바닥을 밀 때마다 바퀴가 삐걱거렸고, 부리 아래의 주황색 칠이 벗겨지고 있었다.
“아빠. 꽥!”
“그건 오리다. 아빠가 아니다.”
“아빠 꽥!”
미아가 복도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누가 내게 그런 소리를 가르쳤지?”
“지난주 전하께서 직접 하셨잖아요.”
“잊어라.”
레온은 내 명령을 완벽하게 무시하며 오리를 밀었다.
나는 엉겁결에 바닥에 앉았다. 오리가 내 손등에 부딪혔다가 돌아갔다. 녀석은 환하게 웃었다.
“또!”
“한 번만이다.”
결국 열두 번을 더 했다.
그동안 머릿속에서는 질문이 돌고 있었다. 금속 판의 일곱 칸은 무엇을 뜻하는가? 누가 아이들의 표식을 등록하는가? 신탁은 왜 사람을 번호로 바꾸려고 하는가?
그러나 레온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오리를 내게 내밀었을 뿐이다.
“또.”
나는 장난감을 받으며 생각했다.
당장 저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하지만, 내가 찾으려는 답 때문에 이 아이의 저녁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마렌에게 밤샘 연구를 중단하라고 명하고, 바르톨에게는 교대표를 다시 짜라고 했다.
그런 뒤 일기장에 적었다.
'달 모양 흉터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후보 번호는 운명이 아니다. 내일 알아야 할 것들이 있지만, 오늘 보호해야 할 사람은 이미 있다.'
그 문장을 마치자 상자에서 마지막 신호가 도착했다.
[등록 대기 상태 유지. 미등록 칸의 자동 채우기 시작까지 이틀.]
나는 천천히 펜을 내려놓았다.
'자동'이라는 말은 자주, 누군가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때 등장했다.
이틀 안에 우리가 멈춰야 할 것은 아이가 아니라 그 기계였다.
제9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