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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90화
PAYLUA ORIGINAL · 제90화

90화. 두 번째 달의 흉터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089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서명판이 멈추었고, 여덟 번째 문이 강제로 열리는 것은 막았다. 엘다와 에데의 기록도 유지되고 있었다. 마렌과 로잘린, 라기스가 모두 자기 이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했다. 그런데도 나는 깃발을 올리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살려 달라고 요청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 마왕성으로 돌아왔을 때 레온은 식탁 아래에 있었다. 미아가 작게 속삭였다. “전하, 오늘은 저기서 안 나오려고 해요.” 나는 무릎을 굽혀 바닥을 바라봤다. 아이의 손에는 푸른 곰이 들려 있었다. 곰의 귀는 다시 한 번 비뚤어졌고, 레온의 얼굴에는 조금 전 울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레온.” “시러.” “내가 뭐라고 했느냐?” “시러.”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바닥에 엎드렸다. 마왕의 검은 망토가 먼지투성이가 됐다. 천 년 뒤의 역사서에 기록된다면 부끄러울 장면이었다. 레온은 눈을 크게 떴다. “아빠?” “그래. 여기 있다.” 나는 한 손을 내밀었다. “나오라고 명령하지 않겠다. 하지만 여기 좁지 않니?” 녀석은 한참 고민하다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아이도 천천히 기어 나왔다. 미아가 안도한 듯 웃었다. “전하, 바닥이 많이 차가운데요.”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그대로 계실 거예요?” “조금만.” 내 무릎 위에 앉은 레온이 푸른 곰을 내게 건넸기 때문이다. 나는 곰을 받았다. “고맙다.” 그러자 아이는 내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 다음 날 우리는 시각시에서 임시 규칙을 정했다. 나는 전보다 짧은 문서를 원했다. 누구든 읽을 수 있어야 하니까. 마렌이 초안을 썼고, 로잘린과 세브가 고쳤으며, 엘다와 에데가 어려운 단어를 지적했다. 최종 문장은 네 개였다. [사람의 이름은 본인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 [확인되지 않은 미래의 서명은 현재의 승인으로 사용할 수 없다.] [긴급 상황에서는 누구나 중단을 요청할 수 있으나, 그 요청이 영구적인 결정이 되지 않는다.] [사라진 사람의 행방은 모두가 검증할 수 있도록 기록하고, 기록을 고칠 때는 이유와 이전 내용을 남긴다.] 나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기록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나도 과거에 틀린 결정을 많이 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바르톨이 문서를 읽다가 손을 들었다. “전하, 질문이 있습니다.” “말해라.” “전하의 명령도 틀릴 수 있습니까?”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바르톨. 오늘 아침 레온의 우유를 누가 너무 뜨겁게 데웠지?” 그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틀린 명령과 잘못된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전하도요?” “특히 나도.” 바르톨은 아주 오랫동안 그 말을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 우리는 규칙을 실제 여덟 번째 문에 곧장 적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각시의 일곱 문에 각각 독립된 중단 기록을 설치했다. 각 문마다 당사자가 무엇을 원했는지, 어떤 위험을 설명받았는지, 누구의 도움으로 밖에 나왔는지 남겼다. 루멜에게도 물었다. “이 규칙을 네가 있는 문에 적용해도 될까?” 관찰창 너머의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신 아빠에게 당장 데려간다고는 하지 말아 주세요.” “약속한다.” “제가 직접 결정하고 싶어요.” “그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그녀는 조금 웃었다. “그리고 나중에 아빠가 정말 수프를 잘 끓이게 됐는지도 알아봐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세라크에게 당장 물을 수 있는 사소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내가 대신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루멜이 원하면, 언젠가 직접 물을 수 있도록 남겨 둘 것이다. *** 오후에 여덟 번째 문에서 새로운 응답이 도착했다. 내 얼굴을 한 남자였다. 관찰창이 켜지자 그는 지난번과 달리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카르딘.” “또 시작이군.” “네가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건 알겠다.” “그렇다.” “그래도 한 가지는 전해야 한다.” 나는 라기스를 바라봤다. 그가 기록 장치를 켰다. “말해라.” 남자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네가 죽었던 성검의 날, 레온은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런데 문이 닫히려면 둘 중 하나의 역할이 사라져야 했다.” “둘 중 하나?” “죽어야 할 마왕과, 그를 죽여야 할 용사.” 나는 창가의 붉은 별을 떠올렸다. “그래서 내가 죽은 것인가?” “한 가지 결과에서는.” 나는 이를 악물었다. 또 하나의 결과. 이 장치들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그중 하나를 무조건 선택하라고 했다. “그런데 네가 여기에 남은 이유는 무엇이지?” “문을 닫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문을 닫는 데 성공한 뒤에도 누군가 내 기억을 보관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은빛 금이 사라지고 있었다. “네가 현재의 서명을 거부하면서 내 역할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내가 사라질지, 다른 곳으로 돌아갈지는 아직 모른다.” 그의 눈빛은 처음보다 덜 위협적이었다. “나는 네 적이 아닐 수도 있다.” “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내 대신 오늘을 살 수는 없다.”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때 창이 잠시 흔들렸다. 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다만 기록을 남겼다. '여덟 번째 문에서 관찰된 후보는 자신의 소멸 가능성을 말함. 신원 미확인. 현재의 선택권을 대신 행사할 수 없음.' *** 해가 질 무렵, 엘다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녀는 시장에서 빵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첫 빵은 탔다고 했다. 둘째는 속이 덜 익었다고 했다. 셋째는 에데가 맛있다고 말해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조금 싱거웠다고 적었다. 편지 끝에는 아주 짧은 문장이 있었다. '마왕님. 저는 이제 내일이 무섭기만 하지는 않아요.' 나는 종이를 오래 읽었다. 그 말이 어떤 승전보보다 마음에 들었다. 미아가 다가와 물었다. “좋은 소식인가요?” “그렇다. 빵이 조금 싱겁다는 소식이다.” “그게 왜 좋은 소식이에요?” “싱겁다고 말할 내일이 생겼으니까.” 미아는 웃었다. *** 그날 밤, 레온을 재우고 서재로 돌아왔다. 바르톨이 새 보고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붉은 별의 위치가 변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일인가?”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하늘의 두 달 사이에만 나타났는데, 오늘은 성왕국의 옛 신전 위에도 같은 빛이 보였다고 합니다.” 나는 창을 열었다. 멀리 하늘에 작은 붉은 점이 있었다. 바르톨이 서류를 한 장 더 내밀었다. “게다가 동쪽 관문에서 새로운 출생 기록이 발견됐습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누구의?” “레온과 같은 날 태어난 아이입니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지만…….”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 “왼쪽 어깨에 달 모양 흉터가 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나는 잠시 말하지 못했다. 레온만이 예언의 아이라는 믿음. 나와 용사가 반드시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 그 모든 것에 누군가가 같은 표식을 하나 더 새겨 놓았을지도 모른다. “확인되지 않은 증언이군.” 나는 말했다. “그래도 조사할 가치는 있다. 아이를 찾아낸다면 먼저 안전부터 확인해라. 누구의 운명이라고 선언하지 말고.” 바르톨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전하.” 나는 조용히 레온의 방 쪽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오늘도 푸른 곰을 끌어안고 잠들어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같은 흉터를 지닌 또 다른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누가 진짜 용사인지 가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아이도 태어나기도 전에 칼을 들어야 할 의무를 떠안지 않도록 만드는 것. 나는 오래전에 검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 이름을 지키고, 문을 멈추고, 아이들이 자기 내일을 고르게 하는 싸움. 그때 레온의 방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래. 간다.” 세상이 기다릴 수 있다면 기다리게 하자. 지금은 내 아들이 나를 부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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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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