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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9화
PAYLUA ORIGINAL · 제9화

9화. 하늘에서 온 육아 감독관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108자

오프라인 책장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천사라면, 적어도 날개쯤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마왕성 대전에 나타난 존재는 날개가 없었다. 회색 옷을 입은 마른 남자였다. 손에는 검은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깃펜 세 개가 꽂혀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마치 종이 위에 그려 놓은 것처럼 평평했다. 그는 대전 한가운데 내려서더니 주위를 둘러보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왕 카르딘. 신성 기록실 소속 관리관 이레브입니다.” 나는 그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다. 흰 종 수도원의 장부 마지막에 서명한 자. 열두 아이의 삶을 숫자로 적고 레온을 열세 번째 후보로 분류한 자. “내 성에 잘도 들어왔군.” “공식 방문입니다.” 그는 가방을 열어 두꺼운 서류철을 꺼냈다. “양육 환경 적합성 긴급 심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보호자 자격 심사입니다.” “내게?” “예. 현재 마왕성에 체류 중인 신탁 대상 유아 레온의 보호자로 기록되셨기에, 절차에 따라 실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바르톨이 앞으로 나섰다. “신성 기록실 따위가 감히 마왕을 심사한다는 것이냐!” 이레브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절차를 거부하실 경우, 유아를 즉시 회수하게 됩니다.” 나는 손을 들어 바르톨을 멈추게 했다. “심사는 얼마나 걸리지?” “평가 항목은 서른두 개입니다. 통상 하루면 충분합니다.” “좋다.” 바르톨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레브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해 봐라.” 그가 처음으로 눈을 깜빡였다. 마왕이 협조하겠다고 나설 줄은 몰랐나 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놈을 지금 죽이면 천계는 더 큰 병력을 보낼 것이다. 반대로 말을 시키면 적어도 놈들의 기준을 들을 수 있다. 무엇을 증명하라고 하는지부터 알아야 반박할 수 있다. *** 첫 번째 항목은 아기의 방이었다. 이레브는 문을 열자마자 기록장을 펼쳤다. “온도 적정. 청결 상태 양호. 침구 상태…….” 그는 침대 옆에 놓인 검은 수정 장식을 보았다. “위험 가능성. 날카로운 물체가 침대 가까이에 있습니다.” 나는 곧장 장식을 치웠다. 미아가 뒤에서 웃음을 참았다. “여태 전하께 계속 말씀드렸죠.” “오늘 치웠잖아.” 이레브의 펜이 움직였다. “보호자의 수정 권고 수용 가능성, 보통.” 나는 조금 불쾌해졌다. 두 번째 항목은 우유였다. “적정 온도로 준비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나는 젖병을 집었다. 미아가 바로 옆에서 말했다. “전하. 손목에 떨어뜨리기 전에 제게 보여 주세요.” 나는 잠시 멈추었다. “……네가 확인해라.” 이레브가 기록했다. “기본 돌봄 업무의 타인 의존도 높음.” “잠깐.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왜 문제지?” “기록실 기준에서는 직접 수행 능력을 중시합니다.” “그러면 너는 갓난아기를 직접 키워 본 적이 있나?” 이레브의 펜이 멈췄다. “저는 평가자입니다.” “아기를 안아 보긴 했느냐?”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울 때 왜 우는지 아느냐?” “규정집에 증상 분류가 있습니다.” “그건 대답이 아니군.” 그는 조용히 종이를 넘겼다. “불필요한 개인적 논쟁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입가를 비틀었다. 누군가가 내 말을 기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 세 번째 항목은 가장 이상했다. “양육 목적을 진술하십시오.” “무슨 뜻이지?” “대상 유아를 성년까지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정치적 이용인지, 군사적 활용인지, 감정적 집착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나는 레온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미아의 품에서 졸고 있었다. 내가 처음 숲에서 아이를 발견했을 때의 목적은 분명했다. 레온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 지금의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나를 죽일 놈이라는 생각 때문에 데려왔다.” 미아의 손이 멈췄다. 바르톨도 굳었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태어난 지 몇 달도 되지 않았다. 전쟁도, 신도, 나도 모른다. 배가 고프면 울고, 따뜻하면 웃지.” 이레브의 펜이 다시 움직였다. “감정적 집착으로 기록—”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지켜야 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처음 알았다. 그래서 키운다. 그 아이가 내 적이 될지 아닐지는 나중 문제다.” “말씀하신 내용은 객관적 측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너희는 모든 것을 숫자로 만들었나?” “수량화는 공정한 평가를 가능하게 합니다.” “열두 아이에게 번호를 붙인 것도 공정해서였나?” 그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미세하게 흔들렸다. “기밀 문서를 보셨군요.” “수도원에서 읽었다.” “허가받지 않은 열람은 불법입니다.” “아이의 이름을 지운 건 합법인가?” 이레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확신했다. 이놈은 아기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 이레브가 내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보호자의 가용 시간에 관한 질문입니다. 전하께서는 하루 평균 몇 시간 대상 유아 곁에 계십니까?” “정확하게 재지 않았다.” “숫자로 말씀해 주십시오.” “밤에는 대체로 곁에 있었고, 낮에는 업무를 본다.” “그것은 답이 아닙니다.” 나는 점점 이놈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아가 옆에서 말했다. “제가 기록하고 있어요.” 그녀는 작은 노트를 펼쳤다. 거기에는 내가 레온 곁에 머문 시간뿐 아니라 바르톨이 요람을 조립한 시간, 엘라가 아이의 상태를 살핀 시간까지 적혀 있었다. 이레브가 노트를 읽었다. “다수 보호 체계. 책임 주체가 불명확합니다.” 미아는 눈을 깜빡였다. “책임이 왜 불명확해요? 아기 돌보는 사람끼리 일을 나누는 거잖아요.” “단일 보호자에게 모든 책임이 귀속되어야 절차가 간단해집니다.” “절차가 간단한 게 아기한테 좋은 건 아니잖아요.”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평소 미아는 나에게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아이를 매일 돌본 사람이 자기 경험을 지키기 위해 말하고 있었다. 이레브가 차갑게 대답했다. “보호자의 정서적 의견은 참고 사항입니다.” “그럼 아기 눈도 안 보고 뭘 평가하겠다는 거예요?” 미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레온이 움찔했다. 그녀는 즉시 아이를 조용히 토닥였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작게 웃었다. 잘못을 즉시 알아차리고 바로잡는 사람. 그리고 옳다고 믿는 것을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 오늘 평가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할 사람은 미아였다. 나는 이레브에게 말했다. “네가 평가할 대상은 나 하나가 아니라 이 성에서 아이를 돌보는 방식이다. 그걸 볼 눈이 없으면 점수표를 아무리 채워도 소용없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기록장을 덮었다. 점심때가 되었을 무렵, 마렌이 급히 대전으로 들어왔다. “전하, 바깥의 붉은 별이 성벽 쪽으로 광선을 비추고 있습니다.” 나는 이레브를 보았다. “네놈이 불렀나?” 그는 서류철을 정리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기록실은 왜 하필 레온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완성형이기 때문입니다.” “완성형이 무슨 뜻이지?” “정해진 미래를 실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뜻입니다.” “이전에 데려간 아이들은?” 이레브는 잠시 침묵했다. “적합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나는 유진을 떠올렸다. 자기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글자를 쓰던 열세 살의 소년. 누군가는 그 아이가 신의 기준에 미달했다고 판단했다. 말을 빼앗았고, 고향도 빼앗았다. “기준에 미달한 아이에게도 살아갈 곳은 있느냐?” “개별 기록은 비공개입니다.” “그래. 네놈은 계속 그런 답을 할 테지.”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를 화나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가 숨기려는 문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는 서류철 한쪽을 손으로 가렸다. 나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기록실의 관측 장치입니다. 검사 과정의 공정성을 보증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것이 밤마다 가까워지는 이유는?” “기록 오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오류?” 그는 오래 침묵하다가 말했다. “미래가 기록과 달라졌습니다.” “알고 있다.” “마왕 카르딘은 스무 해 뒤 용사 레온에게 죽어야 합니다. 그 결과 인간계와 마계 사이의 전쟁이 끝나고, 다음 시대가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돌아왔지?” 이레브의 얼굴에서 온기가 사라졌다. “그 부분은 저희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내 회귀가 천계의 의도가 아니라는 말인가? “신들이 나를 되돌린 게 아니라고?” “정확히 말하면 예정된 사건이 아닙니다. 기록실은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저 존재의 눈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천계의 기록관은 모든 것을 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왜 돌아왔는지는 몰랐다. “그렇다면 네놈도 누군가의 계획에 끌려다니고 있는 셈이군.” “억측입니다.” “아니. 아주 중요한 사실이지.” *** 이레브의 마지막 평가는 레온 앞에서 진행되었다. 그는 작은 수정구를 꺼내 아이에게 보여 주었다. 구슬 안쪽에는 하얀 빛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대상 유아의 친화도를 측정하겠습니다.” 나는 손을 뻗었다. “그만.” “무엇이 문제입니까?” “그 수정구에서 종의 기운이 난다.” 이레브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고작 유아용 검사 도구입니다.” “그럼 네가 먼저 만져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구슬을 빼앗았다. 빛의 회로가 손끝으로 전해졌다. 그 안에는 레온의 어깨를 부르는 명령식이 있었다. 순명의 종보다 훨씬 정교했다. “검사를 하러 온 게 아니군.” 나는 구슬을 부쉈다. 흰 가루가 바닥에 흩날렸다. 이레브의 표정이 처음으로 분명하게 변했다. “그것은 승인된 회수 절차입니다!” “그래.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군.” 나는 레온을 미아에게 맡겼다. “아이를 데리고 안쪽 방으로 가라.” 미아는 즉시 움직였다. 이레브가 가방 안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양육 부적합. 회수 명령을 발동합니다.” 대전의 창밖에서 붉은 별이 크게 빛났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검은 글자들이 떠올랐다. [대상: 마왕 카르딘.] [예정 사망 시점: 20년 후.] [현재 보호자 등록으로 인한 인과 오류 확인.] [교정 절차: 보호자 제거.] 나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결국 네놈들의 양육 심사란 그런 뜻이었군.” 이레브는 감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개인은 세계의 질서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잘 들어라, 기록관.” 내 주위로 검은 불꽃이 번졌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질서를 잘 지킨 적이 없다.” 붉은 별에서 수십 개의 빛줄기가 쏟아졌다. 이레브는 가방 속에서 마지막 인장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거울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내 얼굴이 비쳤다. 그러나 거울 속 나는 젊지 않았다. 성검이 가슴에 꽂혔던 마지막 순간의 얼굴이었다. “기록실은 이 장면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레브가 말했다. “당신은 반드시 이 순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미 스무 해 전으로 돌아왔는데?” “그러니까 원래 시점으로 교정한다는 뜻입니다. 레온의 성장 과정을 분리하고, 당신의 회귀 사건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내가 돌아온 일이 없던 것으로 된다고?” “예. 그러면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불타는 왕좌와 패배한 마왕이 보였다. 그 장면이 정상이라니. 하지만 내가 더 두려운 것은 내 죽음이 아니었다. 그 장면으로 돌아간다면, 숲에서 울던 아기는 다시 혼자 버려질 것이다. 유진은 수도원에서 이름 없이 살아가고, 엘라는 손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늙어 갈 것이다. 그들이 겪은 시간 역시 지워지는 것이다. “네게는 사람들의 삶이 종이에 쓴 문장에 불과하겠지.” 이레브가 대답했다. “기록되지 않은 삶은 질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나는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틀렸다.” 거울 속 죽어 가는 내 얼굴을 한 번 더 보았다.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시간에도 저 아이들은 살아 있었다. 네 기록이 없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아.” 이레브는 더 이상 토론하지 않았다. 거울이 붉게 빛났고, 그 빛이 궁전 천장으로 치솟았다. 이번에는 내 성이 전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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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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