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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8화
PAYLUA ORIGINAL · 제8화

8화. 마왕이 사과하는 법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130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사과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나의 명령으로 성문이 무너진 적은 있어도, 내 판단이 틀렸다는 이유로 누구에게 고개를 숙인 적은 없다. 패배하면 다음 전쟁에서 이기면 된다고 여겼고, 원망을 사면 그보다 더 큰 힘으로 잠재웠다. 그것이 마왕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레온을 키우기 시작한 뒤로 이상한 일이 잦아졌다. “죄송합니다.” 미아가 부엌에서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왜 사과하느냐?” “젖병을 하나 깨뜨렸거든요.” “새로 만들면 되지 않나?” “그래도 제가 실수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빗자루를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이 작아지는 건 아니구나. 오히려 바로 고쳐야 할 일을 찾는 것이 빨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도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 며칠 뒤 엘라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유진하고 나머지 아이들을 사람 사는 곳에 잠깐 데려가고 싶어.” “왜?” “햇볕도 좀 보고, 장터에서 물건도 고르고, 다른 아이들 노는 모습도 보고. 저 아이들은 수도원에서 그런 걸 거의 못 했어.” 그 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성왕국과 마계의 국경은 위험했다. 신성 추적대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도 있었고, 붉은 별은 밤마다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내가 동행하겠다.” 엘라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마왕이 아이들 나들이에 따라온다고?” “호위다.” “알겠어. 그럼 검부터 내려놓고 오지.” “검 없이?” “아이들 소풍에 대검을 차고 나타나면 마을 사람들이 도망갈걸.” 결국 나는 검을 공간 속에 넣고 평범한 외투를 걸쳤다. 바르톨은 끝내 호위를 붙이겠다고 우겼다. 나는 그에게 한 사람만 따라오라고 했다. 그 결과 사냥꾼으로 변장한 거대한 대악마가 장바구니를 들고 우리 뒤를 걸었다. “전하. 저는 지금이 생애 가장 굴욕적인 순간인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기저귀 재고를 맡지 않았느냐.” “그때보다 장바구니가 더 무겁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들 간식이 가득했다. *** 우리가 찾아간 곳은 국경의 작은 마을, 돌개울이었다. 돌담 사이로 좁은 길이 굽이쳤고, 작은 빵집 앞에는 땔감을 쌓아 놓았다. 광장에는 분수가 있었으나 겨울이라 물이 얼어 있었다. 아이 몇 명이 돌계단에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유진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엘라가 물었다. “가서 같이 놀아 볼래?”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작은 남자아이가 달려왔다. 볼에는 주근깨가 있었고, 손에는 나무로 만든 팽이가 들려 있었다. “너희 어디서 왔어?” 유진은 말을 할 수 없어 당황했다. “말 못 해?” 그 아이가 물었다. 나는 무심코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유진이 직접 대답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수도원에서 했던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진은 주머니에서 작은 판을 꺼냈다. '멀리서 왔어.'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팽이 돌릴래?” 유진은 다시 적었다. '어떻게 해?' “내가 알려 줄게.” 아이들은 곧 함께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위해 그토록 오래 싸워 왔다니. *** 그런데 광장 한편에서 누군가 나를 알아보았다. “저 사람…….” 회색 수염의 노인이 내 앞에 섰다. 그는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소매 아래로 오래된 화상 흉터가 드러났다. “당신, 카르딘이지?” 내 변장 마법이 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노인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오래전에 봤어.” 노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왕군이 우리 마을을 지나가던 날. 높은 말 위에 앉아 있었지. 당신이 손짓하자 불길이 마을 끝에서부터 번졌어.”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돌개울. 국경을 넘어온 인간 군대를 쫓던 해였을 것이다. 적의 보급로를 끊기 위해 나는 마을의 곡물 창고를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당시 기록에는 '보급 시설 파괴, 전략적 성공'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창고가 마을 사람들의 겨울 식량이라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았다. “내 아들이 그날 죽었어.” 노인이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엘라는 아이들을 조금 떨어진 빵집으로 데리고 갔다. 유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돌아봤다. 바르톨이 내 곁에 섰다. “전하, 명하시면 사람들을 물리겠습니다.” “아니.” 나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담긴 분노를 알 것 같았다. “창고를 불태우라고 명령한 것은 나다.”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당신이지.” “그 결과 누가 죽었는지는 몰랐다.” “몰랐다고?” 노인이 내 외투를 움켜쥐었다. “몰랐다는 말로 끝내려고?” “아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내가 잘못했다.” 시장이 조용해졌다. 나 역시 그 말이 이렇게 무거운 줄은 몰랐다. “내 명령 때문에 너의 가족이 죽었다. 변명할 수 없다.” 노인이 손을 놓았다. “이제 와서 사과하면 내 아들이 살아 돌아오나?” “아니.” 그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됐다. “그래서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나는 그의 낡은 신발과 절뚝이는 다리를 보았다. “다만 내가 남긴 피해를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면, 그 일은 하겠다.” 노인은 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그 등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사과는 잘못을 지우는 주문이 아니었다. 내가 해 놓은 일을 더 이상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약속에 가까웠다. *** 광장에 남은 사람들은 내가 도망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나도 그랬다. 예전 같았으면 노인의 분노를 도전으로 여겼을 것이다. 상처를 들춰 내는 사람을 찾아가는 대신, 내가 패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했겠지. 그러나 지금 내 머릿속에는 갓난아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레온이 자라서 내가 저지른 일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카르딘.” 엘라가 내 옆에 다가왔다. “정말 여기서 무슨 일을 했던 거야?” “곡물 창고를 불태웠다. 적군의 식량 보급을 끊기 위해서.” “거기엔 이 마을 식량도 있었겠지.” “그랬다.” 엘라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나를 탓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파는 장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네가 한 짓을 대신 용서할 수는 없어. 그런데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건 잘 생각한 거야.” “어떻게 하면 될까?” “먼저 저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물어봐야겠지.” 나는 노인이 사라진 골목을 보았다.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금화 상자를 던져 놓는 것은 쉬웠다. 내 손으로 새 곡물 창고를 세우는 것도 쉬웠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점은 처음 생각해 본 문제였다. 나는 바르톨에게 말했다. “마을 대표가 원한다면 우리가 줄 수 있는 물자를 적어 전달해라. 거절하면 억지로 두고 오지 마.” “예, 전하. 그 대신 피해 기록은 어떻게 할까요?” “마왕군 문서에 있는 '전략적 성공'이라는 표시를 지워라. 창고를 잃은 마을의 이름과 피해를 함께 남겨.” 바르톨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전하의 과거 군사 기록을 고치자는 말씀이십니까?” “기록이 잘못됐다면 고쳐야지.” 그 말에 바르톨은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마을을 떠나려 할 때 비명이 들렸다. 개울 위의 낡은 나무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아이들이 놀던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작은 소년 하나가 다리 아래의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좀 전에 유진에게 팽이 돌리는 법을 가르치던 아이였다. “테오!” 누군가 외쳤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가로 달려갔다. 얼음물이 튀었다. 손을 뻗어 소년을 붙잡았다. 겨우 머리를 내밀던 아이를 끌어안고 바위 위로 뛰어올랐다. 소년은 심하게 기침했다. “숨을 쉬어라.” 나는 손을 펼쳤다가 멈췄다. 열을 갑자기 가하면 아이가 더 위험할 수 있다. 레온을 보살피며 배운 일이다. 대신 외투를 벗어 소년을 감쌌다. 엘라가 달려와 호흡을 살폈고, 바르톨은 사람들에게 마른 담요를 가져오게 했다. 잠시 후 소년이 울음을 터뜨렸다. 살았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옆에서 말했다. “저 사람…… 마왕이잖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까 그 노인이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내게서 소년에게로 옮겨갔다. “왜 구했나?” 나는 잠시 생각했다. “아이라서.” 그 이상으로 설명할 말이 없었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얼마 후 그가 다시 돌아왔다. 손에는 낡은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거 가져가.” 상자 안에는 작은 나무 말과 털장갑이 있었다. “내 아들이 어릴 때 쓰던 거야. 테오한테 주려던 건데…… 네가 키운다는 아기도 언젠가 크겠지.” 나는 상자를 받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것을 나에게?” “용서했다는 뜻은 아니야.” 노인은 분명히 말했다. “아이한테 죄는 없잖아.” 나는 두 손으로 상자를 받았다. “……고맙다.” 그 말도 익숙하지 않았다. *** 돌아오는 길에 유진이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아까 무서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겠지.” '그런데 도망가지 않았네요.' “도망갈 이유가 없었다.” 유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 문장을 적었다. '잘못한 사람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요?' 나는 걸음을 멈췄다. 간단한 질문이 아니었다. 내가 이제껏 쌓아 온 죄를 지우고 새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두 번 모욕하는 일일 것이다. “좋은 일을 한다고 잘못한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하지만 잘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잘못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유진은 한참 그 말을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제야 미아가 왜 깨진 젖병 하나에도 미안하다고 했는지 조금 이해했다. *** 마왕성에 도착했을 때, 레온은 유모차에서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미아가 새로 들여온 물건이었다. 바퀴가 달린 작은 의자였다. 그녀는 마왕성 복도를 산책시키겠다며 좋아했지만, 바르톨은 그것을 '유아 수송 전차'라고 불렀다. 나는 노인이 준 나무 말을 아이 앞에 내려놓았다. “레온. 선물이다.” 아이가 손을 뻗었다. 나무 말의 목을 붙잡더니 곧장 입으로 가져갔다. “그건 먹는 것이 아니다!” 미아가 웃었다. “깨끗이 씻어 뒀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입에 넣어도 안전한지 살펴야죠.” 나는 노인이 줬던 상자를 다시 보았다. 한때 내 명령으로 아들을 잃은 사람이, 내 손에 아이의 장난감을 쥐여 주었다. 그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마왕성의 문을 지나자 노파 엘라가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돌개울 마을 사람들에게 줄 식량 목록을 정리했어.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어.” “무엇이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마왕군이 다시 나타나면 두려워할 거야. 공사를 한다고 군대를 보내면 반갑겠니?” 나는 한참 생각했다. “일꾼을 보내되, 마을 대표가 원할 때만 들어가게 하지.” “그리고 보수도 줘야지.” “당연하지.” “오늘은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옛날에는 안 그랬을걸.” 노파의 지적은 아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고치려는 거다.” 엘라는 그제야 종이를 내게 건넸다. 그날 나는 국경 세관에 새로운 허가증을 보내게 했다. 군수 물자의 일부를 인근 민간 마을에 팔거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하되, 강제 징발은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여러 영주가 반대하겠지만 그 논쟁은 내가 감당할 일이었다. 레온은 그런 정치적인 사정을 모른 채 잠만 잤다. 오히려 그 편이 다행이었다. 나처럼 어른들이 망쳐 놓은 일 때문에 아이가 밤잠을 설칠 이유는 없다. 그날 밤 내가 쓰던 전쟁 지도 한쪽에는 새로운 목록이 생겼다. '돌개울 곡물 창고 복구.' '개울 다리 재건.' '마을 식량 공급 계약.' 바르톨이 그것을 보더니 물었다. “정복 계획입니까?” “아니다.”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내가 부순 것을 고치는 계획이다.” 그때 책상 위의 수정구가 검게 빛났다. 마렌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하! 붉은 별에서 무언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나는 창밖을 보았다. 붉은 빛 한 줄기가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별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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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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