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가 문밖에서 나를 기다린다는 사실에 익숙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내 방문 앞에 서 있는 자는 대부분 죄를 지었거나 명령을 기다리는 자였다. 그래서 문을 열면 고개부터 숙였다.
그런데 오늘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작은 여자아이였다.
그것도 아직 여기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
루멜이었다.
물론 눈앞에 서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은 관찰창 안에 있었다.
***
시각시의 일곱 번째 문에서 마렌의 연락이 왔다.
“전하, 대답이 돌아왔어요. 이번에는 문장을 대신 읽어 주는 장치가 아니라, 관찰창 앞에서 직접 손짓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말없이 서둘러 이동했다.
일곱 번째 문 앞에는 라기스와 로잘린, 마렌이 서 있었다. 에데와 엘다도 요청을 받고 외부 증인석에 와 있었다.
“엘다까지 부른 이유가 무엇이지?”
내가 물었다.
에데가 대답했다.
“루멜이 부탁했어요. 돌아온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탁은 당연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에게는 귀환의 영웅담보다 돌아와서 먹을 빵과 잠잘 방이 더 중요할 것이다.
창이 켜졌다.
회색빛 복도 안에 작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먼지가 묻은 외투를 입었고, 한쪽 머리에는 리본을 묶고 있었다.
“카르딘 아저씨?”
나는 숨을 멈췄다.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세라크가 보관한 오래된 장치에서. 울먹이며 아버지를 부르던 작은 목소리였다.
“그렇다. 네가 루멜이냐?”
“저는 그렇게 불렸어요.”
“네 이름이 맞는지 확인해도 되겠니?”
“네. 대신 저를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 바꾸진 말아 주세요.”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 아이는 이미 그런 일을 겪었다는 뜻이었다.
***
우리는 사소한 질문부터 했다.
루멜이 좋아하는 음식. 마지막으로 본 날씨. 기억하는 친구의 이름.
“저는 뜨거운 감자수프를 좋아해요. 아빠가 늘 소금을 많이 넣어서 싫었지만요.”
세라크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그가 딸에게 너무 짠 수프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였다.
나는 그 부분을 따로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날은?”
루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비가 왔어요. 그런데 우리 집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두 가지 날씨가 동시에 보였다는 거니?”
“네. 아빠가 문을 고치러 갔고, 저는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저도 문을 열어 볼까 했는데, 다른 사람이 울었어요.”
“누가?”
“제가 아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내 이름으로 불렸어요.”
나는 눈을 감았다.
여덟 번째 문에서 내 얼굴을 본 일과 비슷했다. 그곳은 살아 있는 사람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이용해 누가 어디에 있을지 결정하려는 곳이었다.
***
엘다가 창 앞으로 걸어갔다.
“루멜. 나도 문 안에 있었어.”
루멜이 눈을 크게 떴다.
“정말 나왔어?”
“응. 그런데 나오고 나서 모르는 것도 많아. 내가 몇 살인지 적는 방법도 아직 배우는 중이야.”
루멜은 잠시 생각했다.
“무섭지 않았어?”
“무서웠어. 지금도 가끔 무서워.”
“그래도 나왔어?”
“내가 원했으니까.”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입술을 다물었다.
'내가 원했으니까.'
이 세상에 그보다 강한 문장은 많지 않았다.
루멜은 관찰창에 손바닥을 댔다. 반대편에서 엘다가 손바닥을 겹쳤다. 유리가 있어 서로의 온도는 느낄 수 없었겠지만, 두 사람은 한참 그렇게 서 있었다.
***
세라크에게 관찰 사실을 알리는 문제를 놓고 우리는 의견을 나눴다.
로잘린은 말했다.
“아버지에게 연락할 권리가 있겠지만, 루멜이 먼저 원해야 합니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세라크가 너를 찾고 있다. 그가 네 아버지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
루멜의 표정이 굳었다.
“알아요.”
“그에게 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말해도 될까?”
루멜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고개를 저었다.
“아직요.”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세라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린 사람이 있다고 해서, 지금 문 안에 있는 아이가 당장 그를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알겠다. 네가 원할 때 다시 물을게.”
루멜은 안도한 듯 한숨을 쉬었다.
***
관찰을 마치려는 순간 루멜이 나를 불렀다.
“카르딘 아저씨. 여덟 번째 문을 조심하세요.”
“왜?”
“거기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그럼 내가 본 사람은?”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고른 모습이에요. 누가 들어오든 그 사람이 가장 믿고 싶은 얼굴이 보여요.”
나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는 직접 봤니?”
“문틈에 비친 적 있어요. 저한테는 엄마 얼굴이 보였어요. 그런데 엄마는 저한테 그런 말을 안 해요.”
“무슨 말을 했는데?”
루멜은 입술을 떨었다.
“'이제 그만 네 이름을 내려놓아.'”
그 말은 내 안에 오래 남았다.
나는 이름을 버리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미래에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에게도.
***
시각시에서 나가기 전 라기스가 관찰창의 바닥에 작은 균열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돌바닥의 낡은 무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루멜이 손바닥을 대자 균열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쪽에서 닿을 수 있니?”
내가 묻자 루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으로는요. 발로 밟으면 소리가 나요.”
나는 라기스에게 물었다.
“그 균열은 어디로 이어지지?”
“일곱 번째 문의 외부 주소와는 달라요. 오래된 원본 기록 보관실과 연결된 것 같습니다.”
“열어 볼 수 있나?”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먼저 구조를 조사해야 합니다.”
루멜이 급히 말했다.
“아직 열지 마세요.”
나는 곧바로 손을 내렸다.
“알겠다.”
“저기서는 제 목소리로 누군가 대답해요. 제 이름을 쓰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직접 그걸 원하니?”
“아니요. 저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 진짜 제 발로 나가고 싶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균열의 위치와 빛의 색만 기록하고 관찰을 마쳤다. 나중에 루멜이 요청하고 안전 조건을 확인한 뒤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마렌은 기록장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통로 존재 가능성 확인. 당사자 개방 거부. 현 상태 유지.'
나는 그 문장을 보고 미소 지었다.
옛날 같았으면 '기회 포착'이라 적었을 기록이었다. 이제는 당사자가 싫다고 말한 일을 멈춘 것이 더 중요한 성과가 되었다.
마왕성으로 돌아왔을 때 레온이 내 책상 위에 누워 있었다.
미아가 깜빡 졸던 사이에 올라간 모양이었다.
녀석은 내 펜을 붙잡고 종이에 검은 선을 긋고 있었다.
“레온. 거기는 놀이터가 아니다.”
“아빠!”
나는 펜을 빼앗으려다가 멈췄다.
자기 이름을 쓸 줄 모르는 아이가 무언가를 남기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좋아. 다만 잉크를 먹지는 마라.”
아이는 종이에 동그라미를 세 개 그렸다. 그중 하나는 거의 사각형이었다.
“그건 뭐냐?”
“아빠!”
“또 나인가?”
미아가 웃었다.
“전하를 자주 그리네요.”
나는 그 동그라미를 오래 바라봤다.
여덟 번째 문이 보여 준 내 얼굴보다, 여기의 엉성한 동그라미가 더 나답다고 느껴졌다.
그날 밤 루멜의 마지막 말을 기록했다.
'여덟 번째 문에 사는 사람은 없다. 다만 들어오는 사람이 믿고 싶은 얼굴을 보여 준다.'
그런데 적으면서 문득 이상했다.
그렇다면 왜 나는 내 얼굴을 보았을까?
내가 가장 믿고 싶은 사람이 정말 나 자신이었단 말인가.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어쩌면 아직도 내게 가장 위험한 유혹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마왕이 되고 싶다는 마음일지 몰랐다.
제8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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