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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86화
PAYLUA ORIGINAL · 제86화

86화. 나사 하나가 훔친 권한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742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만든 덫에 내가 걸리는 일만큼 불쾌한 것은 없다. 정확히는 내가 만들도록 허락한 장치에 적이 숨어 있는 경우다. 마왕성의 공방에서는 그런 일이 흔치 않았다. 대장장이들이 함정을 만들면 보통 화살이 튀어나오거나 폭발이 일어났으니까. 그런데 이번 함정은 작았다. 겨우 나사 하나. 나는 책상 위에 그것을 올려두고 한참 노려보았다. “네가 문을 열었단 말이지.” 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늘 내가 만난 가장 정직한 적이었다. *** 라기스는 모형 문을 분해하고 있었다. “전하, 내부 실험 장치가 여덟 번째 경로로 연결된 건 맞습니다. 다행히 아직 사람이나 물건이 건너간 흔적은 없습니다.” “관찰만 했다는 뜻인가?”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톨은 검을 뽑았다. “그럼 나사를 베면 됩니까?” “당장 칼부터 집어넣어라.” “금속 장치인데도요?” “잘라 버리면 어디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방법도 사라진다.” 바르톨은 검을 다시 꽂았다. 나는 부하의 순종을 칭찬하려다가 그가 엉뚱한 곳에 손을 얹고 있음을 보았다. “그건 내 검이다.” “죄송합니다. 긴장해서…….” 나는 그를 물러나게 했다. 라기스가 나사에서 은색 실처럼 가는 선을 끌어냈다. 선 끝은 모형 문에만 붙어 있지 않았다. 시각시에서 우리에게 전송한 문서의 복사본과도 이어져 있었다. “기술이 아니라 서명 권한을 따라가고 있었군.” 내가 말했다. “사람이 문을 열었다는 기록을 흉내 내도록 설계됐습니다.” 마렌은 별도의 기록판을 열었다. “여기요. 모형 실험을 할 때 우리가 사용한 가짜 이름 세 개가 미래 교정국에는 실제 승인자로 등록됐어요.” “가짜 이름인데도?” “네. 장치가 구분하지 못하거나, 구분하지 않도록 만든 거죠.” 나는 웃지 못했다. 우리가 의심하던 일이었다. 실험에서 안전을 위해 만든 가상의 동의가, 실제 사람의 동의인 것처럼 바뀌는 것. 이대로라면 레온의 이름도 같은 식으로 이용될 수 있었다. *** 우리는 나사를 금고에 넣고 밖의 연결을 끊어 보기로 했다. 라기스가 금속 상자를 꺼냈다. 내부는 마력을 흡수하는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상자 밖에는 두 개의 다른 시계가 달려 있었다. “첫 번째는 시각시의 시간이고, 두 번째는 마왕성의 현재 시간입니다.” “둘이 달라지면?” “기록하겠습니다. 같아 보이는 경우에도 분명히 같다고 확인한 뒤에요.” 나사를 넣은 순간 첫 시계의 초침이 멈췄다. 두 번째는 계속 움직였다. 나는 그 차이를 바라봤다. “저쪽은 자기 시간에만 살아 있는 걸까?”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설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첫 시계의 날짜가 바뀌었다. '성검의 날.' 나는 저절로 주먹을 쥐었다. 레온이 나를 죽였던 날. 그 시간의 흔적을 나사 하나에 가둔 셈이었다. “그날을 계속 반복시키려는 것인가.” “어쩌면 정확한 날짜가 아니라, 사건의 이름을 입력해 둔 걸 수도 있어요.” 마렌의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실제 날짜가 아니라, 저들이 그 이름으로 무엇을 실행하는지겠군.” *** 점심때 미아가 작업실로 들어왔다. “전하. 식사하세요.” “바쁘다.” “오늘도요?” “세상이 위험한 상황이다.” “세상은 자주 위험한데 전하는 자주 식사를 거르세요.”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누구도 마왕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아니, 이제는 여러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레온은?” “잘 먹고 있어요. 전하가 안 오시면 아이가 찾을 거예요.” 나는 일어났다. 라기스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급한 일이었습니까?” “사건은 내가 잠깐 비운다고 달아나지 않는다.” “전하, 지난번에는 달아났습니다.” “이번에는 금고에 가뒀다.” 내가 나사를 노려보자 라기스는 입을 다물었다. 식당에서 레온은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빠! 쿵!” “그만 두드려라. 식탁이 무슨 죄냐?” “쿵!” “바르톨을 부르기 전에 멈춰라.” 미아가 웃었다. “전하, 바르톨 장군을 왜 부르세요?” “북을 치게 할 것이다. 저렇게 소리가 좋은 걸 좋아한다면 정식으로 연주를 배우게 해야지.” 레온은 내 말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바르톨이 들어오자 손뼉을 쳤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가 만든 소리는 지금 여기 있다. 어제의 선택도, 미래의 서명도 아니다. 그런데 저쪽은 이 아이의 지금 행동까지 어떤 서류의 동의로 바꾸려 한다.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물었다. “미아. 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면 무슨 뜻이지?” “대개 좋다는 뜻이죠. 하지만 그냥 따라 할 때도 있고요.” “그럼 레온의 동의를 어떻게 확인하지?” “아직 잘 모르시는 게 많으니, 위험한 일에는 동의했다고 생각하면 안 되죠.” 아주 단순한 대답이었다. 나는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었다. *** 식당을 나서며 미아가 나를 붙잡았다. “전하. 그 이상한 금속 물건이 정말 위험하면 왜 성 안에 두세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서다. 원인을 모른 채 버리면 다른 물건에도 같은 함정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렇다고 아이가 있는 집에 계속 두는 것도 위험하겠네요.” 그 말은 맞았다. 나는 곧바로 보관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마왕성의 공방이 아니라 성벽 밖 격리탑에 두고, 물리적으로 출입구를 분리했다. 작업자에게는 교대마다 다른 사람이 확인하도록 했다. 격리탑으로 이동하는 동안 바르톨이 한 가지를 물었다. “전하, 적의 장치를 고장 내지 않고 연구하는 게 정말 옳습니까?” “늘 옳지는 않다. 오늘은 자료가 필요하지만, 위험이 커지면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 “그 결정은 누가 합니까?” 나는 말을 멈췄다. “내가 혼자 하는 게 가장 빠르겠지.” “그럼…….” “하지만 오늘은 라기스가 위험을 확인하고, 로잘린이 외부 피해를 보고하고, 마렌이 기록을 남기게 하겠다. 셋 중 누구라도 중단을 요청하면 멈추자.” 바르톨은 한참 고민했다. “예전 전하의 명령보다 더 까다롭군요.” “예전 내 명령이 너무 쉬웠던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나사를 격리탑의 중앙에 놓았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물건을 멀리 옮기는 것만으로는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누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분명히 정하자 불안이 덜어졌다. 오후의 조사에서 우리는 놀라운 문구를 찾았다. 나사의 내부에는 아주 작은 글자로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제8경로의 최종 수신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수신 대상: 미완성된 선택의 권한.] 나는 오랫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이 문이 진짜로 빼앗으려는 것은 나의 몸도, 레온의 몸도 아닌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결정할 권한. 그렇다면 왜 내 얼굴을 한 존재를 보내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익숙한 얼굴을 믿고 손을 내밀게 만들기 위해서다. 나는 즉시 마렌에게 말했다. “모든 서류를 다시 확인하자. 사람이나 물건만 지키는 방식으로는 부족하겠어. 누가 누구의 결정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찾아야 한다.”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금고 속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딸깍. 처음에는 나사가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계가 아니었다. 서명란의 빈칸에 검은 잉크가 한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그 아래에 짧은 문장이 생겼다. [긴급 대리 결정권자 요청.] 나는 서명란을 덮었다. “요청을 승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확신했다. 저쪽의 목적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서 선택할 권리를 받아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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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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