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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83화
PAYLUA ORIGINAL · 제83화

83화. 여덟 번째 문의 거울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993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거울을 믿지 않는다. 거울은 언제나 내가 보여 주려는 모습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왕관을 쓰고 싶으면 왕관이 보인다. 두려운 얼굴을 감추고 싶으면 눈썹을 조금 치켜올리면 된다. 삼백 년 동안 나는 거울 앞에서 그런 연습을 했다. 그런데 오늘, 여덟 번째 문 안쪽의 거울은 내가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나였다. 정확히는 나를 닮은 누군가였다. *** 라기스가 관찰창을 열기 전에 마지막 안전 점검을 했다. “접촉 통로는 차단했습니다. 목소리와 모습만 보이게 했고, 외부의 기록 변경 요청은 마렌이 따로 감시합니다.” “닫는 장치는?” “세 군데입니다. 제 손에 하나, 로잘린 님께 하나, 시장의 증인석에 하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내가 멋대로 문을 열 수는 없다. 참으로 답답한 제도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성급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관찰창이 켜졌다. 유리 저편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벽을 가득 채운 시계와, 허공에 멈춰 있는 종이 수백 장. 한가운데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내 얼굴이었다. 뺨의 흉터. 눈빛. 짙은 머리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자의 손에는 성검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손바닥 한가운데에 은빛 금이 길게 그어져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이군.” 남자가 말했다. “너는 내게 처음 보는 얼굴이다.” 내가 대답했다. 그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주 오래전 나도 그렇게 말했지.” “언제?” “지금부터 스무 해 뒤.” “증거를 대라.” 남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네가 어린 시절 진짜 이름을 묻던 날, 아르헨은 대답 대신 낡은 머리끈을 쥐여 주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아르헨. 잃어버린 내 출생 기록을 찾아다니며 다시 만난 이름. 누구에게나 공개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시각시는 사람의 기억을 수집한다. 그 기록을 읽었다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일이다. “그건 증거가 되지 못한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안다.” “그럼 네가 무엇인지 설명해라.” “네가 피한 선택의 흔적.” *** 나는 창을 닫으려 했다. 그때 남자가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만. 이것만은 들어라. 오르세는 사람이 아니다.” 마렌이 내 옆에서 숨을 삼켰다. “무슨 뜻이죠?” 남자가 그녀를 보았다. “기록위원회가 한 사람에게 책임을 몰아줄 때 붙이는 이름. 시간마다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다. 어떤 때는 세라크였고, 어떤 때는 카르딘이었다.” “내가 그 자리에 앉았다고?” “한 가지 결과에서는.” 나는 턱에 힘을 주었다. “그럼 너 역시 여러 결과 중 하나라는 말이군.” “그래.” 그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더 불쾌해졌다. 거짓말쟁이가 진실을 조금 섞어 말하면 질문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네가 왜 여기에 갇혀 있지?” “갇힌 건 아니다. 나는 내가 버린 날들의 보관자다.” “말을 어렵게 하는 버릇도 닮았군. 다시 설명해라.” 남자는 천천히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에 작은 나무 조각 하나가 나타났다. 푸른 곰의 한쪽 귀였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온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푸른 곰이다. 얼마 전 찢어진 귀를 미아가 기워 주었다. 하지만 처음 그 귀가 떨어진 날, 나는 아이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으나 속으로는 천계의 개입까지 의심했다. “그걸 어디서 얻었지?” “여기에는 그런 물건이 많아. 네가 잃어버린 사소한 순간들.” 남자의 말이 끝나자 방 한쪽이 밝아졌다. 수백 개의 나무 조각이 있었다. 레온의 첫 그림, 바르톨이 잘못 적은 육아 기록, 미아가 내 서재에 놓아둔 물잔. 누군가 내가 살지 못한,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를 진열해 둔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화가 났다. “남의 집을 뒤져서 장식한 것이냐?” 남자가 눈썹을 올렸다. “네 집이지.” “아니다.” 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저 물건들을 누가 여기 두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니 내 집이라고도, 내 미래라고도 부르지 마라.” *** 라기스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전하, 관찰창에서 새 기록이 나옵니다.” 관찰판 구석에 글이 떠올랐다. [동일 인물 후보 중 1인 선택 시, 남은 후보 자동 폐기.] 마렌이 얼굴을 찌푸렸다. “또 선택을 강요하네요.” 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네가 진짜 나인지 가짜인지 결정하면 다른 사람이 사라진다는 건가?” “이 방의 규칙은 그래.” “그럼 선택하지 않겠다.” 남자가 처음으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늘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잖아.” “맞다. 하지만 남이 만들어 놓은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명령은 선택이 아니야.” 나는 라기스에게 손짓했다. “이 창의 기록을 보관하되 승인도 폐기도 하지 마라. 오늘은 여기까지다.” 그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카르딘. 네가 지나친 문은 언젠가 네 뒤에서 열린다.” “그럼 뒤를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겠군.” 관찰창을 닫기 전 나는 남자의 손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성검의 상처가 있는 손. 내가 죽던 날 레온의 칼날이 남긴 상처와는 방향이 달랐다. 나는 내 가슴에 칼이 꽂혔다는 것만 기억할 뿐, 손바닥에 상처를 입은 기억은 없었다. “그 손은 어떻게 다쳤지?” 내가 묻자 남자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놓으면 안 되는 걸 놓았으니까.” “무엇을?” “그날 레온이 내민 손.” 나는 가슴 한구석이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 죽던 날의 기억은 늘 성검이 내게 달려오던 순간에서 끝났다. 내가 보지 못한 마지막 칠 분이 있다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미래의 레온은 왜 문을 닫아 달라고 했을까. “그 말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아도 된다.” 이상했다. 그 말은 나를 더 의심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더 듣고 싶게 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믿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의 손도 잡지 않겠다는 뜻이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그 앞에 서 있었다. 스무 해 뒤의 내가 진짜로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무 해 뒤에도 내가 후회할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조금 더 분명해졌다. 나는 창을 닫았다. *** 복도에서 바르톨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정체를 확인하셨습니까?” “아니다.” “그러면 적입니까?” “그것도 모른다.” 바르톨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전하께서 모른다는 말을 자주 하십니다.” “그렇게 불만이냐?” “아닙니다. 단지 부하로서 어떻게 보고서를 써야 할지 어렵습니다.” 나는 생각하다가 답했다. “모른다고 써라. 대신 무엇을 확인했는지도 함께.” 바르톨은 고개를 숙였다. “예, 전하.” *** 그날 저녁, 나는 레온의 푸른 곰을 살폈다. 꿰맨 귀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실밥은 세 개였고, 미아는 마지막 매듭을 안쪽으로 숨겨 두었다. 여덟 번째 문에서 본 귀와 같은 것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레온은 곰을 껴안고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아빠. 곰.” “그래, 곰이다.” “아빠 곰.” 나는 미아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를 곰이라고 부른 건가?” “전하가 곰처럼 크다는 뜻 아닐까요?” “마왕을 곰에 비유하다니.” “귀엽다는 의미일지도 모르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밤 오래된 육아 일기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내 미래의 얼굴을 한 누군가를 만났다. 나는 그를 내 자신이라고 승인하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말에 따라 오늘의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글을 마치자 회중시계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이 빠져나왔다. 거기에는 방금 쓰지 않은 문장이 있었다. '아버지.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 진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발신인에는 레온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다. 나는 종이를 불태우지 않았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진짜와 가짜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어떤 진실을 빠뜨렸는지 알아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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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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