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승전 축하연을 열 줄 안다.
용의 뿔로 만든 술잔, 천장이 흔들릴 만큼 큰 북, 그리고 적국의 사신들이 절대 즐겁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춤추는 광경. 대충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엘다의 귀환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술잔도 북도 없었다.
대신 빵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
회색다리 시장의 제빵사는 갓 구운 작은 빵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엘다는 빵을 두 손으로 쥔 채 냄새부터 맡았다.
오랫동안 시간의 문 안에 있던 아이. 문에 들어갈 때에는 홍수의 물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세상에서는 다리가 바뀌고, 돌길에 나무가 자랐고, 어른이었던 사람이 더는 살아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천천히 먹어라.”
내가 말했다.
엘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마왕님도 빵은 천천히 드세요?”
“나는 전쟁 중에도 식사를 정시에 했다.”
에데가 헛기침했다.
“전하께서는 어제 점심을 건너뛰셨잖아요.”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가 이 시장에 온 목적이 그런 비밀을 폭로하라는 것은 아닐 텐데.”
엘다는 웃었다. 그 웃음은 제자리에 있었고, 누구의 서명을 빌리지도 않았다.
문제는 환영회가 끝난 뒤 시작됐다.
시장 서기 세브가 장부를 들고 왔다.
“엘다의 거주 등록을 하려는데, 출생연도가 두 가지로 나옵니다.”
나는 식탁을 치우려던 손을 멈췄다.
“어떻게 다른가?”
“홍수 전에 태어난 기록과, 귀환한 어제 태어난 것으로 계산한 기록이요.”
“아이를 어제 만들었다는 말이군.”
“기록상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엘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럼 저는 어제부터 열세 살이에요?”
세브는 난처하게 웃었다.
나는 의자를 끌어다 아이 옆에 앉았다.
“너는 어제 생긴 사람이 아니다. 기록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적을지 아직 모르는 것뿐이야.”
“그럼 종이에 뭐라고 써요?”
“모른다고 쓰자. 확인되면 고치고.”
에데가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그렇게 간단해도 되나요?”
“간단하진 않다. 다만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것보다 덜 위험하지.”
세브는 새로운 칸을 만들었다.
[실제 출생일: 증언 기준 추정.]
[귀환일: 입회자 확인.]
[본인 자아 연령: 현재 확인 및 향후 재검토.]
[법적 보호·생활 지원: 별도 협의.]
나는 그 표기를 한참 바라봤다.
첫 귀환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을 문밖으로 꺼내는 것과 그 사람이 살게 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
엘다는 그날 오후 시장을 둘러보았다.
나는 길 안내를 맡았다. 실제로 길을 아는 사람은 에데였지만, 마왕이 처음으로 아이와 시장을 걷는 광경은 구경할 만했는지 행인들이 자꾸 돌아보았다.
“저 사람이 마왕이라고?”
“그렇대. 그런데 왜 빵 봉지를 들고 있지?”
“혹시 빵집을 정복했나?”
나는 모두 들었다.
마왕의 청력은 그런 식으로 쓸 때 제법 귀찮다.
엘다가 옷가게 앞에서 멈췄다.
“저 천은 뭐예요?”
“비가 와도 잘 젖지 않는 천이란다.”
“엄마는 젖은 천을 말리느라 늘 밤을 새웠는데.”
그녀는 천 끝을 만지다 말고 손을 거두었다.
“엄마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정말 모르는 거죠?”
나는 대답하기 전에 조금 기다렸다.
“델리아의 기록이 몇 군데 남아 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의 기록인지 뒤섞여 있어. 누군가 살아 있다고 주장하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없어도 저는 여기 있어도 돼요?”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아팠다.
그 질문은 한때 내가 레온에게 하고 싶었던 말과 비슷했다. 내 곁에 있어도 되느냐고. 네 미래를 아는 내가 너를 데리고 있어도 되느냐고.
“네가 원하고 안전한 곳이 있다면, 당연히 된다.”
나는 말했다.
“다만 내가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다. 너와 에데, 여기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엘다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
***
돌아오는 길에 시장의 물시계가 세 번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시각시에서 들었던 중단 신호와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지 오후를 알리는 종이었다.
엘다가 내 팔을 톡 건드렸다.
“마왕님. 자꾸 겁먹은 얼굴이 돼요.”
“나는 겁을 먹지 않는다.”
“그럼 걱정하는 얼굴인가 봐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작은 인간들은 왜 이렇게 거침없이 진실을 말할까? 레온도 그렇고, 엘다도 그렇고. 내가 왕좌를 지키던 삼백 년 동안 부하들이 하지 않던 말들이다.
“걱정하는 편이 맞겠다.”
내가 인정하자 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걱정해요. 그런데 걱정하는 사람이 둘이면 덜 무섭네요.”
그 말은 서류에 적어 두고 싶을 만큼 좋았다.
***
해 질 무렵, 라기스가 돌아왔다.
“전하. 제1귀환 경로는 안정적입니다. 에데의 이름도 유지되고 있어요. 다만 여덟 번째 문이 엘다의 귀환 기록을 읽으려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문서가 작성됐습니다. 제목은 '귀환 성공자의 대표 서명'입니다.”
“엘다의 동의는?”
“없습니다.”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가 접었다.
어제 돌아온 아이를 오늘은 '대표'라는 이름으로 이용하려는 자가 있다. 그들이 사람을 보는 방식은 참으로 변함이 없다.
“문서를 봉인해라. 그리고 엘다에게 보여 줄지는 먼저 에데와 상의하자.”
“아이에게 숨기실 겁니까?”
“아니. 아이를 겁주고 바로 서명하게 만들지 않도록 설명할 방법을 찾겠다는 거다.”
라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
떠나기 전에 엘다는 내게 서류 한 장을 더 보여 주었다.
시장 학교의 임시 입학 신청서였다. 이름과 보호자 연락처는 적혀 있었지만, 학년을 쓰는 칸은 비어 있었다.
“저는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배우겠죠?”
엘다가 물었다.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 네 잘못은 아니다.”
“그래도 글씨가 서툴러요. 어제는 '빵'을 '방'이라고 썼어요.”
“나도 처음 왕국 문서를 읽을 때는 세금과 벌금을 헷갈렸다. 덕분에 어느 지방에서 세금을 두 배로 거둔 적이 있다.”
엘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실수도 해요?”
“안 해 본 척할 수는 있지만, 했다.”
에데가 피식 웃었다.
나는 신청서의 빈칸 아래에 한 문장을 제안했다.
'연령 및 학습 단계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확인한 뒤 정함.'
엘다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 가는 것조차 누군가 미리 결정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라는 뜻도 아니었다. 도움을 받고, 틀린 부분을 고치고, 필요하면 잠시 쉬어도 되는 길이 있어야 했다.
나는 서류를 돌려주고 인사를 했다.
엘다가 내 망토 끝을 살짝 붙잡았다.
“마왕님. 다른 문에 있는 아이들도 학교에 갈 수 있겠죠?”
나는 그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날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럼 저도 도울게요. 학교를 먼저 가 보고 알려 줄게요.”
그녀의 표정에 약간의 기대가 떠올랐다.
나는 그 표정을 기억하기로 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의 목적은 누군가에게 내 업적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내일 학교를 궁금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니까.
마왕성으로 돌아오니 레온이 현관 앞에 앉아 있었다.
작은 신발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한 짝은 오른발에, 다른 한 짝은 왼손에 들려 있었다.
“아빠! 신!”
“그래. 신발이다.”
“신!”
녀석은 내게 신발을 내밀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으라는 뜻이냐, 벗으라는 뜻이냐?”
레온이 한쪽 발을 내밀었다.
“신!”
“알았다.”
나는 무릎을 꿇고 신발을 신겼다. 장화를 신긴 경험은 수없이 있었지만, 작은 발 하나를 신발 속에 넣는 일은 이상하게 어려웠다.
마침 미아가 복도에서 웃었다.
“전하, 그건 반대쪽 신발이에요.”
나는 이마를 짚었다.
‘대표 서명’이라는 허울로 아이를 이용하는 놈들보다, 지금 내게 더 무서운 것은 오른발과 왼발의 구분이었다.
그날 밤 나는 기록장에 이렇게 썼다.
'엘다는 돌아왔다. 하지만 귀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살아갈 날에 대해서는 그 아이가 자기 서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문장을 쓰다가 멈췄다.
'여덟 번째 문은 왜 이미 살아 돌아온 아이에게 또 한 번 서명을 요구하는가?'
문서 모서리에 새로운 인장이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 서명 거부 시, 차기 후보: 레온.]
나는 촛불을 끄지 않았다.
이제 누군가가 내 아들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제8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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