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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81화
PAYLUA ORIGINAL · 제81화

81화. 내 목소리로 말하는 손님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813자

오프라인 책장
내 목소리를 듣는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환영술사가 내 얼굴을 복제한 적도 있었고, 적국의 배우가 내 말투를 흉내 내며 장군들을 속이려 한 적도 있었다. 둘 다 끝이 좋지 않았다. 한 놈은 내가 말끝마다 '어리석군'을 붙인다고 생각했고, 다른 놈은 내가 검은 망토만 보면 웃는다고 믿었다. 실제로 나는 그런 말을 자주 하지 않는다. “오랜만이군, 카르딘.” 이번 목소리는 달랐다. 내 목구멍에서만 나오는, 오래된 흉터를 스치는 듯한 갈라짐까지 같았다. 회중시계의 여덟 번째 구멍에 바늘만 한 빛이 맺혔다. 나는 책상 너머에 놓인 유리 덮개를 내려 그것을 감쌌다. 손가락 하나로 파괴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부수지 않았다. 이 시계가 다른 사람의 시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넌 누구냐?” “그렇게 물어보리라 생각했지.” “대답하지 않는 버릇까지 나를 닮았군.” 시계가 딸깍 울렸다. 눈금이 거꾸로 두 칸 움직였다. “나는 네가 스무 해 뒤에 도달할 자리에서 왔다.” “자리라고 했지, 시간이라고 하지 않았군.” 침묵이 생겼다. 내가 알고 있는 나였다면, 방금 표현을 고쳐 설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 목소리는 설명 대신 웃었다. “아버지가 된 뒤로 까다로워졌구나.” 나는 손등에 돋은 마력의 문양을 눌렀다. “레온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 네가 어떤 물건이든, 이 방에는 들어오지 못한다.” “나는 문을 열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경계하는 일이 너무 선명하면, 상대는 그 경계를 이용한다. 적에게 생각을 먼저 읽히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마왕으로서는 특히.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일곱 문이 사람을 돌려보낸다는 증거를 얻었지. 이제 여덟 번째 문이 무엇을 돌려보내는지 알아야 한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다.” “맞아. 그래서 네가 필요하지.” 말끝이 부드러웠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무리한 부탁을 하듯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목소리였다. *** 나는 곧바로 바르톨을 불렀다. 물론 작은 목소리로. “전하, 침입입니까?” “가능성이 있다. 레온 방의 바깥 결계를 확인해라. 그리고 여덟 번째 관찰 경로의 통신을 기록하되, 누구도 응답하지 마라.” 바르톨의 눈이 반짝였다. “적을 잡아 놓고 신문하실 겁니까?” “놈이 아직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잡느냐?” “전하의 목소리를 낸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변장한 적의 목을…….” “내 목소리를 가진 자를 발견할 때마다 죽인다면, 언젠가는 나까지 죽이겠군.” 바르톨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능성도 경계하겠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경계하지 마라. 나까지 죽이진 말라고.” 바르톨은 내 명령을 수첩에 적었다. 영원히 남기고 싶지 않은 문장이 또 하나 생겼다. 라기스와 마렌, 로잘린에게는 같은 편지의 사본을 따로 보냈다. 그들이 서로 의논하기 전에 목소리의 내용과 시계의 움직임을 각자 기록하도록 했다. 누군가의 기억이 바뀌었을 때 나중에 비교할 증거가 필요했다. 문제는 내 서재의 시계가 유일한 통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마렌이 돌아와 말했다. “시각시의 봉인판에서도 같은 시각에 떨림이 감지됐어요. 하지만 발신 기록에는 인간도 마족도 아닌 '서명자 대기실'이라는 글자만 있습니다.” “서명자 대기실?” “네. 사람이 아니라 역할을 불러오는 장소 같아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미래 교정국의 오르세. 미래의 내 서명. 그리고 이제 내 목소리로 말하는 손님. 모든 것이 사람의 이름을 직책처럼 쓰려는 자들의 취향과 닮아 있었다. ***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레온이 잠에서 깨자 시계의 초침이 멈췄다. 미아가 아이를 안고 서재 문턱에 섰다. “전하, 아기가 아빠를 찾는데요.” “여긴 들어오지 마라. 잠깐 위험한 물건이 있다.” “알겠습니다. 밖에서 기다릴게요.” 미아가 돌아서자 레온이 손을 흔들었다. “빠! 빠!” 나는 문까지 걸어가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금방 간다.” 녀석은 내 목깃을 잡아당겼다. 그 손힘이 의외로 셌다. 미래에 나를 쓰러뜨릴 성검의 주인이라서가 아니다. 지금 배가 고픈 아기는 대체로 강하다. 그때 서재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저 소리…….” 내 목소리였다. “나도 기억하는군.” 미아는 듣지 못했다. 아이의 옹알이와 복도 소음에 묻힐 만큼 작았으니까. 그러나 나는 분명히 들었다. 나도 기억한다는 말. 저것이 정말 미래에서 온 기억이라면, 레온의 지금 목소리를 어떻게 알고 있는가? 하지만 누군가 이 방을 훔쳐보고 있다면 충분히 흉내 낼 수 있는 말이었다. 나는 문을 닫았다. “라기스. 저쪽에서 들은 것을 전부 글자로 바꿔라. 원래 소리는 따로 봉인해 두고.” “왜 그러십니까?” “목소리는 사람을 설득한다. 글자는 조금 더 의심하기 쉬워.” 그는 놀랍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전하께서 평생 말보다 검을 믿으셨던 이유와 반대군요.” “시끄럽다. 검은 잠든 아기를 깨운다.” *** 외부 증인을 세우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에데는 시장의 낡은 게시판에 서류를 보관하겠다고 했고, 로잘린은 성왕국 신전의 금고에 하나를 넣겠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는 양쪽 모두 믿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는 적국이고 하나는 인간 시장 아닌가.” 마렌이 내 앞에 앉았다. “그래서 의미가 있어요. 전하께서 모두에게 같은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곳에 놓아야 기록을 서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한때 내가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모든 문에 내 문장을 붙이고, 모두가 그 문장을 따르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일부러 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종이를 나누어 주었다. 에데에게서는 금방 회신이 왔다. '현재 시각을 시장 물시계로 확인했습니다. 문서에 등장한 목소리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 여기에 와서 서명하라고 요구하면, 먼저 당사자에게 묻겠습니다.' 나는 그 편지가 마음에 들었다. 결론이 없었다. 대신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로잘린의 편지에는 다른 주의가 붙어 있었다. '성왕국의 달력은 마계의 달력과 하루가 다릅니다. 시간의 차이를 거짓의 증거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과연 신전의 학자다운 말이었다. 나는 두 편지를 묶어 세 번째 사본과 함께 보관했다. 목소리의 정체는 여전히 몰랐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제 그 목소리가 갑자기 나타나 '너희 모두 내 말을 들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해가 뜰 즈음, 목소리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네가 문을 열지 않아도 곧 누군가 열 거다. 잘 선택해라, 카르딘.” 시계의 빛이 꺼졌다. 나는 짧은 문장을 썼다. '상대가 내 미래임을 증명하지 못했다. 여덟 번째 문 개방 금지. 단, 외부에서 열릴 가능성 조사.' 바르톨이 서명을 기다렸다. “전하. 이 명령은 어느 서류함에 보관합니까?” “미래의 내가 대신 서명하지 못하는 곳.” “그런 곳이 있습니까?” 나는 종이를 세 번 접었다. 하나는 마렌에게, 하나는 로잘린에게, 하나는 시장의 에데에게 주기로 했다. “한 군데는 없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여러 군데 만들어야 한다.” 그때 미아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전하. 레온이 아침을 거부해요.” “왜?” “어제는 작은 숟가락으로 먹었는데 오늘은 큰 숟가락을 주셨다고 화가 났어요.” 나는 시계를 보았다. 세상의 시간을 삼키려는 문보다 작은 숟가락이 더 급하다니. “알았다. 작은 숟가락부터 가져와라.” 레온은 나를 보자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보고 다시 결심했다. 여덟 번째 문에 누가 서 있든, 그자가 지금 이 아이의 아침을 대신 결정하게 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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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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