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쟁의 시작을 수없이 지켜보았다.
병사들이 검을 뽑고, 군기가 올라가고, 누군가 적의 이름을 외치는 순간. 모든 사람이 자기편이 이기리라 믿는다.
그러나 귀환의 시작은 달랐다.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대신 모두가 조용히 문을 바라보았다.
“엘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지금 이 길로 나오고 싶니?”
나는 문 앞에서 말했다.
“네.”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나오고, 이상하면 다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렇게 되도록 돌아갈 경로를 남겼다. 다만 실제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완전히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상하면 멈춰 주세요.”
“약속하마.”
나는 마렌과 눈을 맞췄다. 누구도 성급하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우리는 어제까지 열두 번의 물체 시험을 했고, 그중 한 번은 실패했다. 실패 원인은 찾아 수정했지만, 사람을 보내는 일에는 아직 위험이 남았다.
엘다는 설명을 들었다. 에데도 들었다. 시장의 제빵사와 로잘린, 세브와 라기스는 각자의 자리에서 중단 장치를 확인했다.
***
“통로 점검.”
마렌이 말했다.
“기존 제1수신지와 독립됐습니다.”
“에데의 기록은?”
“외부 장부와 대조했습니다. 이름, 증언, 현재 위치 모두 일치해요.”
“복귀 경로는?”
라기스가 손잡이를 들어 보였다.
“열려 있습니다. 이 손잡이를 내리면 엘다가 원래 방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구동 장치와 분리돼 있으니 중앙 기록판이 오작동해도 닫을 수 있습니다.”
나는 손잡이를 만지지 않았다.
그건 내가 맡을 일이 아니었다. 라기스와 로잘린, 그리고 엘다 자신이 중단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정해 둔 절차가 있었다.
나는 단지 증인석에 섰다.
문이 열리기 직전, 바르톨이 내게 속삭였다.
“전하, 이번에도 검을 안 뽑으실 겁니까?”
“필요하면 뽑는다.”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문을 열려고 검을 뽑지 않는다.”
바르톨은 잠깐 실망한 듯 보였다.
“그건 조금 아쉽습니다.”
나는 웃었다.
***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회색빛 방에서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엘다는 낡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한 손에는 젖은 천가방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 문틀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그녀가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나는 숨을 참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 걸음.
발끝이 바깥 바닥에 닿았다.
엘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햇빛.”
시각시 안에서는 볼 수 없던 밝은 햇빛이었다. 오랫동안 문 너머의 세계를 기다린 아이가, 그 빛을 보고 손으로 눈을 가렸다.
나는 그 순간에도 환호하지 않았다.
라기스가 손가락을 세 개 세며 통로의 흔들림을 확인했다. 로잘린은 엘다의 상태를 살폈다. 마렌은 에데의 이름이 기록에서 사라지지 않는지 외부 증인들에게 재차 물었다.
“전하.”
마렌이 말했다.
“에데의 기록은 그대로입니다.”
에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엘다는 그녀를 알아보고 잠시 멈췄다.
“선생님.”
“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오래전 기억보다 더 늙거나 더 자란 얼굴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그래도 에데는 아이를 안았다.
엘다도 두 팔을 뻗었다.
그제야 나는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
엘다가 바깥에 나온 뒤 우리는 즉시 통로를 닫지 않았다. 아이에게 돌아갈 가능성을 남기기로 했으니까.
“원하면 오늘은 저쪽 방에서 쉬어도 된다.”
내가 말하자 엘다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여기서 쉬고 싶어요. 하지만 문을 닫기 전에 친구들에게 인사할래요.”
그녀는 관찰창 앞으로 가서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나는 혹시 다른 아이들이 듣고 있지 않은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
잠시 뒤 멀리서 세 번의 노크가 났다.
중단 신호였다.
엘다는 손을 내렸다.
“알았어요. 지금은 문을 열지 않을게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구한 뒤에도 다른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
시장이 있는 곳까지는 마차를 탔다.
엘다는 창밖의 풍경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새로 놓인 다리, 바뀐 거리의 이름, 이전에 없던 높은 건물들.
“엄마는 여기서 살았어요?”
그녀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은 기록을 찾았다. 직접 살았다는 증언도 남아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아직 있다.”
“괜찮아요. 다 알지는 못해도 돼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엘다는 제 주머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럼 내가 어디로 가면 좋을지도 아직 모를 텐데?”
“빵 냄새가 나는 곳부터 가면 되잖아요.”
아이는 웃었다.
정답은 아주 오래전 델리아가 남긴 글에 있었다.
빵집 앞에 도착했을 때 제빵사는 막 오븐 문을 열고 있었다. 따뜻한 빵 냄새가 시장 골목을 채웠다.
엘다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여기서 조금 있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제빵사가 대답했다.
“대신 뜨거운 철판은 만지면 안 돼요.”
엘다가 웃었다.
“그건 알아요.”
에데가 옆에서 말했다.
“이 아이가 그런 건 꼭 만지려 했었는데.”
“선생님!”
모두가 웃었다.
***
나는 그날 저녁에야 귀환 성공을 기록했다.
기록에는 '완전한 구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엘다가 바깥으로 나왔고, 스스로 머물 곳을 선택했으며, 안전 검사를 통과했고, 에데의 기록이 유지됐다는 사실만 적었다. 앞으로의 생활과 가족 관계는 더 확인해야 할 일이 남았다.
라기스가 물었다.
“전하, 오늘 승리를 선포하지 않으십니까?”
“선포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창밖의 시장을 바라보았다.
“엘다가 내 승전 기념비에 새겨질 이름이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 아이는 제 이름으로 살아가야지.”
라기스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장부를 덮었다.
“그럼 첫 귀환의 기록은 엘다 본인의 이름으로 보관하겠습니다.”
“그게 좋겠군.”
***
마왕성에 돌아왔을 때, 레온은 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다.
녀석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렸다.
“아빠!”
나는 작은 몸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었다.”
“응!”
“아이 한 명이 집으로 돌아왔거든.”
“집!”
녀석은 알아듣는 듯 따라 말했다.
나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너도 나중에 어디로 가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레온이 내 코를 잡았다.
“아야.”
“아빠!”
“그건 놓아라.”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잠깐 평화로웠다.
***
한밤중에 통신석이 반짝이기 전까지는.
라기스의 목소리였다.
“전하. 여덟 번째 관찰 경로에서 새 신호가 잡혔습니다.”
“또 오르세인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편지 한 통이에요.”
나는 레온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용히 일어났다.
“누가 보냈지?”
“발신인은 스무 해 뒤의 레온으로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진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침묵했다.
라기스는 계속 말했다.
“앞서 미발송 상태였던 문장의 후반부가 나타났습니다.”
내 심장이 묵직하게 뛰었다.
“읽어 봐라.”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버지. 성검을 들었던 날, 제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 뒤의 글이 이어졌다.
“‘누군가가 열어 놓은 여덟 번째 문을 닫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잠깐.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각시에는 일곱 개의 귀환 문이 있었다. 여덟 번째는 관찰 경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레온이 왜 그 문을 닫아 달라고 했지?
통신석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입니다.”
나는 숨을 죽였다.
“‘아버지. 그 문에서 나오려는 사람의 얼굴을 믿지 마세요. 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 순간 내 책상 위의 회중시계가 딸깍 울렸다.
잠겨 있던 여덟 번째 구멍에서 작은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들려왔다.
누구보다 익숙한 목소리.
내 목소리였다.
“오랜만이군, 카르딘.”
나는 검을 뽑지 않았다.
대신 잠든 레온을 돌아봤다.
스무 해 뒤의 내가 정말 이곳에 오고 있는가.
아니면 또 누군가 내 이름을 쓴 가면을 보내는 것인가.
대답을 얻기 전에, 절대로 그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제8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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