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75화
PAYLUA ORIGINAL · 제75화

75화. 세라크가 사과하지 않은 이유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868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사과를 잘하는 마왕이 아니다. 과거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권위를 잃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잘못된 전투 명령을 내렸을 때도 참모들에게 더 좋은 지도를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지도를 잘못 읽은 사람이 나였는데도. 그래서 세라크가 내 앞에서 입을 다물었을 때, 나는 그가 왜 말을 못 하는지 조금은 이해했다. 우리는 성의 손님 응접실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그가 직접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내가 불렀다. “엘다를 귀환시키면 생존자 한 명이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라크는 책상 위의 서류를 보았다. “알고 있었다.” “무엇을?” “첫 번째 문은 원래 두 사람이 한 사람의 주소를 공유하는 구조였어.” 나는 의자를 밀쳤다. “지금까지 왜 말하지 않았지?” 그는 눈을 감았다. “내가 만든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게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니.” 의외로 짧은 대답이었다. *** 세라크의 말에 따르면 시각시 첫 번째 문은 홍수 당시 대피소를 연결하는 임시 통로였다. 길이 무너진 뒤 사람들을 구조하려고 한 주소에 여러 이름을 잠깐 묶어 둔 것이다. 처음에는 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을 통과한 뒤 다시 원래의 이름과 장소를 돌려주면 된다고. 문제는 그 과정이 끝나기 전에 중심 시계가 멈췄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같은 주소로 들어오면?” 내 질문에 세라크가 말했다. “그곳에 등록돼 있던 다른 사람이 기록에서 밀려날 수 있다. 실제로 죽는지, 다른 문으로 옮겨지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런 장치를 수백 년이나 그대로 둔 건가?”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루멜을 찾는 일만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을 보지 않았지.” “그렇다.” 나는 오래 그를 바라보았다. 세라크는 오늘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질문마다 사실을 하나씩 내놓았다.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로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이. *** “네가 모르는 관리자가 있더군.” 내가 미래 교정국의 기록을 내밀었다. 세라크는 이름 없는 직책을 보자 안색이 변했다. “아직 남아 있었나.” “누구지?” “오르세.” 이름이 나왔다. “직책만 있는 서류에는 이름이 없는데?” “오르세는 기록위원회 소속 집행관이었다. 사람의 이름이 아닌 역할을 계승하는 자. 누군가 그 자리를 떠나면 다른 사람이 같은 서명을 사용했지.” “그럼 오르세는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군.” “그렇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오르세와 지금 움직이는 집행관이 같은 존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그제야 서류의 불쾌한 냄새를 이해했다. 누구의 책임인지 확인할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한 사람이 잘못해도 직책이 살아남고, 직책이 내린 명령이니 아무도 죄를 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마왕국에서 써먹었다면 제법 효과적인 제도였겠지. 그 사실이 더 역겨웠다. *** 나는 세라크에게 한 가지 더 물었다. “네 딸이 보낸 편지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기억하나?” “다른 아이들에게 먼저 물어봐 달라고 했지.” “그럼 너는 어떻게 할 거냐?” “기다릴 거다.” “언제까지?” “그 아이가 돌아오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첫 번째 문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숨겼군.” 세라크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런 소식을 알리면 네가 모든 귀환 시도를 중단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랬다면 나를 믿지 못했던 거군.” “그렇다.” 그는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너를 믿지 못했다. 네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 자신도 믿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또 누군가를 희생시키려 할까 봐.” 나는 쉽게 화를 낼 수 없었다. 둘 다 일리가 있었으니까. *** 우리는 오르세에 관한 기록을 따로 보관했다. 세라크에게는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제한했고, 모든 통신에 다른 증인 하나를 세웠다.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내가 너를 믿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말했다. “네가 혼자 결정하지 못하게 하려는 거다.” “알고 있다.” 그는 한참 뒤 덧붙였다. “처음부터 누군가 내 손을 붙잡았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마렌이 급히 들어왔다. “전하. 첫 번째 문에 등록된 두 번째 생존자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누구지?” “에데입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우리와 함께 장부를 만들고, 아이들을 기억해 낸 바로 그 에데. “엘다가 돌아오면 에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건가?” “가능성 경고만 있습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는 확정되지 않았어요. 지금은 귀환 시도를 진행하면 안 됩니다.” 나는 서둘러 문을 열려던 생각을 떨쳐 냈다. “에데에게 사실을 알려라.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다른 경로를 찾을 때까지 시도를 멈추겠다고 전해라.” 세라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나?” “있다. 네가 감춘 기록을 전부 내놓아라. 나중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털어놓지 말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세라크가 떠나기 전 나는 그에게 한 번 더 물었다. “사과할 생각은 없나?” 그는 한참 나를 바라보았다.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조차 전부 모른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하면 되지.” “내가 이름을 지워 버린 사람들 중에는 죽은 사람도 있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들의 자리가 채워지지는 않겠지.”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아니. 먼저 내가 무엇을 숨겼는지 남기겠다.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른다는 말로 또 도망가지 않게.” 그는 오래된 열쇠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이것은 내가 혼자 열 수 있는 마지막 기록 보관함의 열쇠다. 네가 아니라, 너희 조사단 앞에서 열겠다.” “왜 내게 주지?” “내가 또 마음을 바꿔 혼자 들어가는 일을 막아 달라고.”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열쇠를 받았다. 세라크를 용서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확인할 증거를 하나 더 확보한 것이었다. “네가 책임을 진다는 말은 여기서 시작되는군.” “그렇겠지.” 그는 쓰게 웃었다. “카르딘, 너는 언젠가 레온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날이 올 거다.”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미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겠지.” 우리 사이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예전이었다면 세라크를 용서하지 않거나 반대로 가슴 벅찬 화해를 연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불편했다. 그와 협력하면서도 경계해야 했고, 도움을 받아도 피해자의 말을 먼저 들어야 했다. 그날의 결론은 그래서 단순했다. 그가 내놓은 자료는 받는다. 그의 설명은 검증한다. 그의 후회는 그가 책임질 일이다. 에데는 소식을 듣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엘다는 기다릴 수 있겠지요?” “우리가 직접 물어볼 거다.” “그럼 저는 옆에서 기다릴게요. 그 아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기 이름이 사라질 수 있다는데도 다른 아이 걱정부터 하다니. 세라크와 달리 에데는 누군가의 귀환을 대신 결정하려 하지 않았다. 함께 방법을 찾자고 말할 뿐이었다. 늦은 밤, 세라크가 보낸 상자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몇 백 년 동안 봉인해 둔 실험 일지가 있었다. 첫 장에 그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아이를 찾겠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의 이름을 빌리지 말 것.' 문장 아래에는 나중에 덧붙인 주석이 있었다. '이 원칙을 어긴 사람: 나.' 나는 페이지를 넘기다가 멈췄다. 마지막 장에는 또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제1경로 수정 담당: 오르세. 최종 권한 수령자: 마왕 카르딘.' 누군가 내 이름으로 권한을 받았다는 뜻이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것.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75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7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