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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74화
PAYLUA ORIGINAL · 제74화

74화. 첫 번째 문에서 들린 고향의 노래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030자

오프라인 책장
나에게 노래는 전쟁에 가까운 것이었다. 예전에 내가 직접 군가를 부르자 부하들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감격한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음이 너무 높아 귀가 아팠다고 한다. 그 뒤로는 함부로 노래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 번째 문 앞에서 들린 노래는 달랐다. 작고 오래된 자장가였다. ‘비가 와도 등불은 길을 기억해.’ 세브가 가사를 적는 동안 에데는 두 손을 떨었다. 그 노래는 오래전 홍수 피해자들이 임시 대피소에서 불렀던 노래라고 했다. “엘다의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일지도 모르겠어요.” “노래 하나로 모녀 관계를 증명할 수 있나?” “아니요. 하지만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죠.” 나는 에데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 델리아의 생존 기록은 네 장이었다. 첫 번째는 홍수 직전 구조 안내원으로 임명됐다는 기록. 두 번째는 다리가 끊어지던 날 아이들을 높은 곳으로 인도했다는 보고서. 세 번째는 그 이후 접수된 실종 신고였다. 네 번째가 문제였다. [델리아. 생존 확인. 확인 시각: 사고로부터 사십이 년 후.] 나는 숫자를 손으로 짚었다. “사십이 년 뒤라니. 그럼 지금도 살아 있다는 건가?”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세브가 대답했다. “이 확인서는 작성된 당시의 생존만 말합니다. 게다가 이 지역의 달력은 홍수 이후 두 번 바뀌었고요.” “좋아. 그러면 출처를 찾아라.” 문서에는 익숙한 표시가 있었다. 회색다리 시장의 구호소에서 쓰는 등불 문양이었다. 우리는 시장 조합의 기록 창고를 찾아갔다. 평범한 창고였다. 천장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오래된 가죽 장부는 습기를 먹어 손에 달라붙었다. 나는 이런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보물을 숨기려면 적어도 용이 지키는 지하실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전하, 먼지 묻히지 마세요.” 마렌이 말했다. “여기서 발견한 자료가 전부 보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보관 상태부터 개선하자.” “그 말씀은 마음에 드네요.” 나는 뿌듯해졌다. *** 구호소 장부의 해당 연도에는 델리아라는 이름이 없었다. 대신 ‘등불을 든 여자’라는 호칭이 반복됐다. 나이가 든 뒤에도 비 오는 날이면 사라진 아이들을 찾으러 시장에 왔다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목격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손녀가 지금도 시장에서 빵을 굽고 있었다. 우리가 찾아가자 그녀는 앞치마를 털며 나왔다. “마왕께서 저희 빵집에 웬일이세요?” “사람을 찾고 있다.” “빵은 안 사시고요?” 나는 잠시 말이 막혔다. “빵도 사지.” 바르톨이 뒤에서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전하, 레온 님 간식용으로는 너무 딱딱한 빵입니다.” “너는 왜 모든 것을 레온의 식단과 연결하느냐?” “중요하니까요.” 나는 반박을 포기했다. 제빵사는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비가 오면 등불을 들고 다리 쪽으로 향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찾는다고 했고, 다리 밑을 볼 때마다 오래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 여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건 무엇이지?” 제빵사는 작은 나무상자를 가져왔다. 안에는 끊어진 등불 손잡이와 낡은 종이 쪽지가 들어 있었다. ‘엘다에게. 집이 없어졌다면 빵 냄새가 나는 곳으로 와.’ 나는 종이를 읽고 숨을 고르느라 잠시 침묵했다. “누가 썼는지 확인됐나?” “할머니는 그 여자가 직접 적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보지 못했어요.” 그녀가 분명하게 말했다. “저는 들은 이야기만 전할 수 있어요.”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미래의 서류들은 자기들이 보지 못한 일까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평범한 제빵사는 증언의 경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 제빵사는 델리아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등불 손잡이를 내게 건네주려 했다. 나는 손을 저었다. “당신에게 맡겨 두지. 오래전부터 이곳에 보관된 물건이라면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 “마왕께서 이런 일에까지 조심하시다니요.” 그녀가 웃었다. “내 부하들도 놀란다.” “옛날 같았으면 가게를 통째로 가져가셨겠죠?” 나는 잠깐 생각했다. “가게만 가져가지는 않았을 거다. 제빵사를 성으로 데려와 빵을 만들게 했겠지.” 그녀의 웃음이 멎었다. 나는 뒤늦게 내가 무엇을 말했는지 깨달았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행이네요.” 제빵사는 등불 손잡이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오래전에 내가 빼앗은 것들이 생각났다. 전쟁에서 성을 얻었다고 해서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까지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빵집 뒤쪽에서 오래된 벽돌 하나를 찾았다. 낡은 수리 흔적이 있었고, 그 틈새에는 한 장의 기름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제빵사의 허락을 받아 벽돌을 조심스럽게 빼자 더 오래된 식량 배급표가 나왔다. 거기에 델리아의 것으로 보이는 서명이 있었다. 날짜는 문서에 적힌 사십이 년 뒤의 생존 확인 시기보다 앞섰다. 즉, 델리아의 행방을 곧바로 확인할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빵집이 그녀와 관계있는 장소였다는 사실에는 무게를 더해 주었다. “확실하지 않은 걸 왜 이렇게 오래 조사하시죠?” 제빵사가 물었다. “저 아이가 문을 나왔을 때, 이곳이 왜 기다릴 만한 곳이었는지 설명해 주고 싶어서다.” 나는 상자를 다시 닫았다. “그리고 설명이 틀렸으면 언제든 고칠 수 있도록.” 우리는 편지를 엘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먼저 오래된 필체와 잉크를 비교했고, 문이 봉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살폈다. 누군가의 귀환 욕구를 이용해 장치가 열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위협적인 마력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봉투를 문에 가까이 대자 멀리서 자장가가 다시 들렸다. ‘비가 와도 등불은 길을 기억해.’ 엘다의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가 그 노래를 부를 때, 마지막 소절은 늘 바꿨어요.” “어떻게?” “‘길이 없으면 우리가 길을 만들자’라고요.” 나는 쪽지의 뒷면을 살폈다. 희미한 잉크가 비치고 있었다. ‘길이 없으면 우리가 길을 만들자.’ 우연일 수도 있다. 같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같은 소절을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델리아의 흔적과 엘다의 기억이 서로를 가리키는 단서인 것은 분명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편지를 읽어 주길 원하느냐?” “네.” 나는 쪽지를 한 글자씩 읽었다. 엘다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집이 없어졌어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렇게 적혀 있다.” “그럼 집이 없어졌다는 걸 엄마도 알고 있었던 거네요.” 내 가슴이 묵직해졌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 “저는…… 빵 냄새가 나는 데로 가고 싶어요.” *** 그날 우리는 복귀 장소 후보를 처음으로 등록했다. 회색다리 시장의 빵집. 델리아가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쪽지가 보관된 장소. 엘다는 그곳으로 곧바로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빵집이 어떤 곳인지, 지금 사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했다. 제빵사는 기꺼이 대답했다. 장사하는 사람답게 먼저 말했다. “우리 집 빵은 아침에 가장 맛있어요. 저녁이면 딱딱해지고요.” “저는 딱딱한 빵도 괜찮아요.” 엘다가 대답하자 제빵사가 웃었다. “그럼 언제든 오세요. 하지만 먼저 몸이 안전해야 해요.” 나는 그 말을 증인 장부에 그대로 적었다. *** 마왕성으로 돌아왔을 때 레온은 빵 냄새를 맡고 달려왔다. 미아는 아기가 먹기에 알맞게 부드러운 것을 골라 주었다. “너도 빵 냄새가 좋은 모양이구나.” “빠!”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게 노래를 불렀다. “비가 와도 등불은…….” 레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아!” 미아가 웃음을 참았다. “전하, 역시 노래보다는 동화를 읽어 주시는 편이 낫겠어요.” “내 목소리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이냐?”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노래를 그쳤다. 다행히 레온은 다시 웃었다. 저녁 늦게 새로운 자료가 도착했다. 델리아가 마지막으로 살았다는 시장의 주소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상한 문장이 덧붙었다. [귀환 수신인 확인. 단, 대상이 도착할 경우 기록상 생존자 1명 소멸 가능성.] 나는 편지를 접지 못했다. 엘다가 돌아오면 누군가가 사라진다고? 이번에는 도대체 무엇을 담보로 잡아 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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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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