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73화
PAYLUA ORIGINAL · 제73화

73화. 아빠를 증인으로 세우는 법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884자

오프라인 책장
우리 마왕성에는 웃기는 법이 하나 생겼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나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하인들이 물품을 인수할 때였다. 다음에는 경비병들이 야간 근무 교대를 확인할 때였다. 이제는 레온이 죽을 얼마나 먹었는지도 내가 증명해 달란다. “전하, 이 서류에 확인해 주십시오.” 미아가 내민 종이를 보았다. [오늘의 아침 식사. 호박죽 세 숟갈. 과일 조금. 물 충분히.] “내가 보지 않은 것까지 적혀 있군.” “그러니까 확인하지 않으신 부분에는 서명하지 않으시면 되죠.” 나는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이렇게 단순한 일을 왜 여태 어렵게 생각했을까. “아침에는 내가 두 숟갈 먹이는 걸 봤다.” “그럼 그 부분에만 이름을 쓰세요.” 나는 그 칸에 작은 표시를 남겼다. 미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어요.” 마왕이 시녀장에게 칭찬받는 장면이 이제는 낯설지도 않다. *** 서명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입회’의 뜻부터 다시 정했다. 로잘린은 성왕국의 공증 문헌을 가지고 왔다. 작은 신전 마을에서 쓰던 오래된 규칙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거래를 증언할 때, 어느 한쪽이 상황을 모른 채 증인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한 내용이었다. “목격한 범위만 증언할 것. 모르는 부분은 비워 둘 것.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설명할 것.” 내가 읽자 바르톨이 감탄했다. “이대로라면 전하의 위대한 명령서 대부분이 작성되지 못했겠습니다.” “왜?” “전하께서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을 끌고 오라 하셨으니까요.” “옛날 이야기다.” “다 기록돼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언제부터 그렇게 좋아했느냐?” 놈은 웃었다. 바르톨은 평생 내 말을 가장 먼저 실행한 부하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농담이 아플 때가 있다. 사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칠판에 새 규칙을 적었다. [증인은 사실을 확인한다. 타인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는다.] “이걸 일곱 문에 적용하려면?” 마렌이 손을 들었다. “각 문 안의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직접 말해야 해요. 목소리만으로 신원을 확정할 수 없으니 다른 증거도 확인해야 하고요. 증인은 그 절차를 목격할 뿐, 대신 돌아오겠다고 서명하지 않습니다.” “그럼 미래의 내 서명은?” “설령 진짜여도 지금의 엘다나 루멜의 선택을 대신할 수 없죠.”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 우리는 첫 번째 문 앞에 작은 탁자를 놓았다. 엘다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장소였다. 문을 여는 실험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에 있는 사람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도였다. 에데가 그 자리에 앉았다. 오래된 홍수 때 아이들을 돌보던 그녀는 첫 번째 문이 열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목소리가 달라져 있으면 어떡하죠?” “그럴 수 있겠지.” “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요?” 나는 솔직히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 대신 우리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하나씩 확인해 보면 된다.” 에데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말해 주니 조금 안심되네요.” 문에서 두 번의 가벼운 노크가 났다. 세브가 손을 들어 모두를 조용히 시켰다. “엘다. 내 목소리가 들리니?” “들려요.”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몇 살인지 단정하기 어려웠다. 오랫동안 같은 음정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우리가 네게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어. 대답하기 싫다면 안 해도 돼.” “알아요.” 나는 앞으로 나섰다. “내 이름은 카르딘이다. 여기서는 나를 마왕이라 부른다.” 침묵. 그러더니 문 안에서 작은 웃음이 들렸다. “마왕이 왜 우편 배달원이 됐어요?” “나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에데가 입을 막고 웃었다. “너는 어디로 돌아가고 싶지?” 나는 물었다. “엄마가 있던 집이요.” “그 집이 지금도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알아요. 없어졌다면 다른 데라도 좋아요. 그런데…….” “그런데?” “엄마가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몰랐으면 어떡하죠?”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문은 사람을 보내는 기술일 뿐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한꺼번에 갚아 주는 기술은 아니었다. “먼저 네 어머니의 기록을 찾아 보겠다. 누군가 잘못된 소식을 전했다면 바로잡고.” “그럼 조금 더 기다릴래요.” “좋아.” 세브가 서류에 적었다. [엘다: 귀환 의향 있음. 가족 및 수신지 확인 전 이동 보류.] 나는 거기에 증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내가 직접 들은 말이었으니까. *** 문을 떠나기 전 에데가 말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물어볼 게 하나 있어요.” 엘다가 대답했다. “네, 선생님.” 에데의 얼굴이 굳었다. “나를 기억하니?” “젖은 수건을 난롯가에 널어 두셨잖아요. 문이 자꾸 열려서 다 말리기도 전에 다시 젖었어요.” 에데는 손을 입에 가져갔다. 기록에는 없는 생활의 기억이었다. “그 수건은 어떤 색이었니?” “노란색이요. 그런데 선생님은 파란색이라고 우기셨죠. 물에 너무 오래 담가 뒀다고.” 에데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이런 장면까지 위조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녀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말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 우리는 엘다의 말을 문서에 남긴 뒤 그 내용을 다시 읽어 주었다. 세브가 질문했다. “엘다, 혹시 방금 우리가 적은 말 중에 다른 뜻으로 이해된 부분이 있니?” “‘귀환 의향’이 뭐예요?” “밖으로 나오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는 뜻이야.” “있어요. 그런데 제가 무섭다고 말한 것도 써 주세요.” 세브는 바로 덧붙였다. [귀환 의향 있음. 안전 문제와 변화한 세계에 대한 불안 표현.] “이제 맞니?” “네. 그리고 기다리고 싶은 마음도요.” 세브가 웃었다. “그것도 적을게.”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문서라는 것이 사람의 입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더 정확히 남기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었다. 에데는 곁에서 엘다에게 약속했다. “지금 바깥에서 내가 널 기억하고 있어. 나중에 기억이 달라져도 네가 말해 주면 다시 들을게.” 엘다는 조용히 대답했다. “선생님은 옛날에도 그렇게 말했어요.” 나는 마렌에게 기록을 한 부 더 만들도록 했다. 한 부는 시장에, 한 부는 시각시 바깥의 독립 창고에 보관했다. 둘 중 하나가 변경되면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기록을 믿는 방법을 바꿨다. 한 장의 완벽한 장부보다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두 장의 불완전한 장부가 더 믿을 만할 수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일기를 썼다. ‘증인으로 산다는 것은 누군가를 대신해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쓰고 나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내가 처음 레온을 데려온 날, 아이를 죽일지 살릴지 내가 정했다. 그때는 아이의 뜻을 물을 방법조차 없었다. 지금도 모든 결정을 레온에게 맡길 수는 없다. 위험한 절벽으로 가려 하면 붙잡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나에게 필요한 권력은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속이 조금 쓰렸다. 나는 권력을 잃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으니까. 레온이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눈을 떴다. “아빠.” “여기 있다.” 녀석이 내 일기장을 가리켰다. “빠!” “이것도 네가 갖고 싶나?” “응!” 나는 일기장을 덮었다. “이건 나중에 읽게 해 주마. 지금은 아직 이르다.” 레온은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거렸지만 곧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다음 날 마렌에게서 짧은 보고가 도착했다. [엘다의 모친 델리아 관련 생존 기록 발견. 단, 현재 시각과 일치하지 않음.] 이상한 표현이었다. 죽었다는 기록도, 살아 있다는 기록도 아니었다. 생존 시각이 현재와 일치하지 않는다니. 일곱 문의 문제가 단순히 사람을 다른 장소로 보내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73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7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