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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71화
PAYLUA ORIGINAL · 제71화

71화. 스무 해 뒤의 내 서명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709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일은 무엇일까. 인간들은 마왕에게 목숨을 잃는 일이라고 답하겠지.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아직 하지 않은 일을 내가 했다고 적어 놓은 서류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것도 서명란에 내 이름이 적힌 채로. “다시 읽어라.” 마렌은 수정판의 문장을 세 번이나 확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나는 네 번째를 요구했다. “최초 복귀 승인서. 두 번째 입회자, 카르딘. 입회 시각은 마계력 팔백사 년 흑월의 세 번째 날. 지금부터 정확히 스무 해 뒤입니다.” 그날은 내 기억 속에서 성검이 심장을 꿰뚫은 날이었다. “입회자라 했나?” “예. 승인권자와 다른 칸이에요. 본인의 의사로 내용을 확인했다는 표시입니다.” 나는 수정판에 나타난 글씨를 노려보았다. 획의 끝이 지나치게 반듯했다. 내가 쓴 글씨는 끝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버릇이 있다. 검을 쥐던 손에 남은 옛 상처 때문이었다. “필체가 다르군.” “그것만으로 위조라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 스무 해 뒤에는 필체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옳은 말이었다. 나는 무리하게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 마왕성 동쪽 기록실에서는 한 장의 서류를 놓고 여섯 사람이 머리를 맞댔다. 마렌은 기록을 읽었고, 라기스는 마력 흔적을 분석했다. 세브는 원본이 이동한 경로를 조사했다. 로잘린은 성왕국의 공증 방식과 비교했다. 바르톨은 모든 입구에서 경비를 섰다. 나는 그들의 중간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전하께서 중심에 앉으시면 의견을 내기가 어려워집니다.” 마렌이 지적했다. “나는 당사자잖느냐.” “그래서 더 그렇죠. 전하의 서명이라고 적혀 있으니, 당사자가 위조 여부까지 결정하면 곤란해요.” 나는 잠시 그녀를 보다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 “좋아. 증인석으로 옮기지.” 바르톨이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다. “전하의 첫 증인석 착석을 기념하여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그런 건 기록하지 마라.” “그럼 취소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그것도 남기지 마!” 기록실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 사람들은 몇 년 전이었다면 내가 한마디 소리쳤다는 이유로 벌벌 떨었을 것이다. 지금은 내게 의자를 옮기라고 말한다. 이 변화가 싫지 않았다. 다만 바르톨의 필기 습관은 언젠가 고쳐야 한다. 라기스가 결정적인 사실을 찾았다. “전하, 이건 보통의 서명각인이 아닙니다. 글씨보다 아래층에 시각 흔적이 있어요.” “누군가 시간을 옮겨 적었다는 건가?” “아니요. 서명을 한 사람이 그 시각에 실제로 존재했다는 뜻도 아닙니다. 장치가 미래의 어떤 장면을 보고, 그 장면에서 본 이름을 먼저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언을 증거처럼 붙였군.” “그럴 수 있어요.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미래를 본다는 것은 미래를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록위원회는 둘을 구별하지 않았다. 저들이 기록한 한 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기 삶을 포기했을까. *** 레온이 낮잠에서 깨어났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사를 맡기고 육아실로 갔다. 미아는 레온 앞에 두 장의 종이를 놓아 두고 있었다. 한 장에는 붉은 별이, 다른 한 장에는 푸른 곰이 그려져 있었다. “아빠!” 녀석은 나를 보자 종이를 둘 다 쥐었다. “하나만 고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미아가 말했다. “그런데 둘을 다 집어요.” “장차 영토를 넓힐 인재군.” “장난감 두 개로 정복 전쟁을 계획하지 마세요.” 나는 레온을 무릎에 앉혔다. 녀석은 붉은 별 그림을 내 손에 쥐여 주더니 푸른 곰을 자기 가슴에 붙였다. “이건 내 것이고, 저건 네 것이냐?” “응!” 어쩌면 우연이었겠지. 그래도 나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레온은 자기가 무슨 엄청난 선물을 한 것처럼 웃었다. 나는 종이를 접지 않고 책상 위에 두었다. 서류에 찍힌 이름과 아이가 건네준 그림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림을 준 아이는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물어볼 수도 있었고, 녀석이 마음을 바꾸면 돌려줄 수도 있었다. 서명란의 미래의 나는 어디에 있는가. 물어볼 상대가 없는데 어떻게 승낙했다는 사실만 확정할 수 있단 말인가. *** 기록실에서는 내 이름을 쓰는 또 다른 실험도 진행됐다. 마렌이 빈 종이에 이름을 세 번 적어 달라고 했다. 나는 첫 장에는 평소대로, 두 번째에는 왼손으로, 세 번째에는 눈을 감고 서명했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직접 발행했던 군령장을 꺼냈다. “필체가 바뀐다고 해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습관이 있어요.” 마렌이 먹물의 굵기를 비교했다. 내 이름의 마지막 획은 언제나 작은 갈고리처럼 굽었다. 젊은 시절 왼손을 다친 뒤 생긴 버릇이 아니라, 어릴 적 서툰 글씨를 배우며 굳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스무 해 뒤에 손을 잃으면 달라질 수도 있겠군.” “그럴 수는 있어요. 그래서 확실한 증거로 쓰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신중함이 마음에 들었다. 바르톨은 내가 눈을 감고 쓴 이름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이것은 암호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글씨를 못 알아보겠다는 말이냐?” “적국이 읽지 못할 테니까요.” 나는 종이를 구겨 던질 뻔했다. 그러나 증거라고 생각하니 손이 멈췄다. 우리는 서로 다른 종이의 서명을 따로 밀봉했다. 거짓 서명을 발견했을 때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흔적은 언제나 한 번만 남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었다. 나는 봉투 위에 내 손으로 적었다. '비교 시료. 이 글씨만으로 본인의 의사를 확정하지 말 것.' 마렌이 피식 웃었다. “전하께서 자기 서명을 의심하라는 말을 쓰실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 의심할 놈들이 많을 테니 내가 먼저 연습하는 거다.” 저녁에 라기스가 찾아왔다. “전하, 서명 아래쪽에서 일곱 개의 얇은 선을 발견했습니다. 일곱 문 각각의 수신 경로와 이어져 있어요.” “내가 일곱 사람의 귀환을 모두 승인했다는 뜻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명을 한 번만 사용해 일곱 경로의 입회 확인을 대신하려 했던 흔적에 가깝습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 사람의 이름을 일곱 사람의 답 대신 사용한다. 루멜이 경고했던 바로 그 방식이었다. “분리할 수 있나?” “서명 원본을 손상하지 않으면 경로만 분리해 조사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분리하는 순간 기록위원회가 반응할 수 있어요.” “반응하도록 두지. 대신 누구도 저 기록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게 막아라.” “그 조치는 가능해요.” 마렌은 조사 기록 맨 위에 경고를 남겼다. [서명 시각: 미래. 당사자 확인 불가. 개별 귀환 승인 효력 보류.] 나는 그 글을 보고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때 서류 한쪽에서 검은 선이 움직였다. 불길한 마력이 아니라 오래된 잉크가 물을 머금은 듯 번지는 현상이었다. 새 문장이 나타났다. [입회자가 목격한 마지막 칠 분을 열람하시겠습니까?] 선택란은 둘이었다. [열람] [거부] 나는 손을 뻗다가 멈췄다. 내가 죽던 날의 마지막 칠 분이라. 어쩌면 내가 그토록 이해하지 못했던 레온의 표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열어도 되는 기록인가? 나는 라기스에게 말했다. “안전하게 볼 방법부터 찾아라. 이건 대답이 아니라 유혹일 수도 있다.” 옆방에서 레온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서류 위에 마력 차단 덮개를 올렸다. 내가 알아야 할 미래가 있다 해도, 오늘 아이를 재우기 전에 그 미래에게 내 밤을 빼앗길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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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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