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리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과거에 나는 성을 공격할 때 적에게 항복을 결정할 시간을 열두 시간 주었다. 정확히 여섯 시간이 지나면 성문을 부숴 버리곤 했다. 반나절이나 기다렸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은 문 하나를 열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렸다.
기술자들의 확인, 주민들의 동의, 마력의 분리, 안전 경로의 구축.
그동안 나는 열네 번이나 직접 문을 열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전하.”
바르톨이 말했다.
“오늘만 아홉 번째입니다.”
“뭐가?”
“검을 뽑으려다 참으신 횟수입니다.”
“그런 것까지 세고 있느냐?”
“전하께서 원하시는 변화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놈은 아주 뿌듯해 보였다.
***
첫 귀환 시험은 사람이 아니었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으려면 우선 물건이 제대로 돌아오는지, 원래 존재하던 물건을 사라지게 만들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에데가 보관했던 낡은 신발의 실 한 가닥을 시험물로 택했다. 에데의 동의를 받아 실을 아주 조금 분리했다. 원래 신발을 손상하지 않도록 따로 보관했고, 돌려받을 목적지는 빈 상자였다.
“복귀할 물건의 경로가 명확합니다.”
마렌이 말했다.
“다른 물건과 시간 연결이 없는지도 확인했어요. 아직 시험은 작은 규모로만 합니다.”
로잘린이 중단 장치 옆에 섰고 라기스는 수동 열쇠를 확인했다. 시장 주민 대표 두 명이 현장을 지켜보았다.
나는 가장 뒤에 앉았다.
“전하, 더 가까이 오셔도 됩니다.”
마렌이 말했다.
“아니다. 내가 앞에 있으면 모두 내 표정부터 보게 된다.”
말하고 보니 조금 씁쓸했다.
과거의 내 얼굴은 전장을 움직였다. 이제는 사람들의 손이 내 표정에 묶이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실험이 시작됐다.
작은 빛이 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실 한 가닥이 사라졌다.
정적.
그리고 빈 상자 안에 노란 실이 나타났다.
세브가 숨을 들이켰다.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마렌은 바로 손을 들었다.
“확인부터 할게요. 길이와 염색 흔적이 일치하는지 검사해야 합니다.”
나는 웃었다.
그 말이 참으로 반가웠다.
***
검사가 끝난 뒤에야 성공이라고 기록했다.
실 한 가닥이 돌아왔다.
어떤 용사도 구하지 못한 업적은 아니었다. 거창하게 승전가를 부를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바라는 곳으로 물건을 돌려보내는 방법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에데는 신발과 실을 살펴보았다.
“아이에게 돌려줄 수 있겠네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가 원한다면.”
에데는 미소를 지었다.
***
실 한 가닥이 돌아왔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을 시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술자 한 명이 질문했다.
“전하, 처음 시험에서 성공했으니 두 번째에는 큰 물건을 보내 보면 어떻겠습니까?”
나는 마렌을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성공 횟수가 한 번입니다. 그것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수는 없어요. 다른 조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기술자에게 되물었다.
“다음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장소로 물건이 가면, 그걸 다시 가져올 방법이 있나?”
그는 입을 다물었다.
“없다면 먼저 그 방법부터 만들자.”
우리는 실 세 가닥을 각각 다른 상자에 보내는 시험을 하기로 했다. 상자마다 도착 확인 장치를 달되, 하나가 이상해지면 나머지 실험도 즉시 중단하도록 연결했다.
첫 번째 실은 정확한 곳에 나타났다.
두 번째 실은 상자 안에 도착했지만 원래보다 조금 짧았다. 마렌이 확인한 뒤 원인을 알 때까지 같은 경로를 중단했다.
세 번째 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바르톨이 주먹을 쥐었다.
“어딘가에 갇힌 겁니까?”
“모른다.”
나는 사라진 상자를 바라보았다.
조각 하나를 잃은 것이라 다행이었다. 사람이었다면 끝까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실험 기록을 공개하자.”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률이 낮다는 걸 주민들이 알면 실망하실 텐데요.”
“그래야 아직 사람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할 수 있지.”
그날 우리가 얻은 성과는 성공한 실 한 가닥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순서였으니까.
이후 세브는 보낸 물건을 취소하거나 발송을 보류하는 표식을 조사했다. 그 작업이 끝나기 전에는 어떤 사람도 문 안으로 이동시키지 않기로 했다.
나는 출입기록에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더했다.
‘완료한 것: 소형 물체 1건 복귀 확인. 미완료한 것: 안전성 검증 전부.’
그날 늦은 오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시각시 일곱 번째 문 앞의 작은 손잡이가 한 번 움직였다는 연락이었다.
모두가 긴장했다. 나는 즉시 전원을 출동시키지 않았다. 먼저 문 안쪽에서 신호를 보냈는지 확인했다.
세브가 보고했다.
“정해진 중단 신호 세 번이었습니다. 문을 열지 말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열지 않는다.”
잠시 뒤 소리가 또 났다.
이번에는 두 번.
우리가 약속한 ‘질문 있음’ 신호였다.
나는 문 앞에 서서 말했다.
“루멜. 네가 듣고 있다면 우선 물어보겠다. 밖의 소리를 더 들을 수 있겠느냐?”
문 너머에서 톡 하는 소리 한 번.
세브가 조용히 말했다.
“응답이군요.”
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문을 열어 주길 원하느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톡, 톡, 톡.
중단 신호였다.
“알았다. 열지 않겠다.”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문 아래에서 종이 한 장이 밀려 나왔다.
‘먼저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 앞에서조차 자신의 의사만을 앞세우지 않는 사람.
그 아이가 바로 루멜일까.
아니면 누군가 루멜의 이름을 빌려 같은 말을 하고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
밤에는 세라크에게 짧은 보고를 보냈다.
‘일곱 번째 문에서 응답이 있었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열지 않았다. 다른 문들의 수신인에게도 질문할 예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그 아이는 늘 먼저 친구들을 찾았다.’
나는 편지를 한참 보았다.
세라크가 자신의 딸을 기억한다는 사실은 이제 조금 덜 놀랍다. 대신 그가 그 딸의 선택을 견딜 수 있을지 궁금했다.
***
마왕성으로 돌아오니 레온이 이미 잠들어 있었다.
미아는 저녁 내내 아이가 문 쪽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왜?”
“아빠가 언제 오나 기다렸겠죠.”
나는 조용히 침대 곁으로 갔다. 레온은 손에 푸른 곰을 꼭 쥐고 있었다.
작은 손을 펴려다가 그만두었다. 잠든 아이의 장난감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기다렸느냐?”
대답은 없었다.
나는 그 곁에 잠시 앉아 있었다.
문득 처음 레온을 데려온 날이 떠올랐다. 아이를 죽여서 내일을 바꾸려 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내일을 기다릴 권리를 주기 위해 장치를 멈춰 세웠다.
그 변화가 늘 옳은 결과를 낳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오늘은 적어도 남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한 걸음을 나아갔다.
그때 통신석이 반짝였다.
마렌의 목소리였다.
“전하, 첫 번째 문에서 새로운 응답이 도착했습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에요. 누군가 대답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지?”
“에데가 보낸 질문을 알아듣고, 자신의 이름을 직접 말했어요.”
나는 숨을 멈췄다.
“누구였지?”
“루멜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렌은 낯선 이름 하나를 말했다.
“엘다. 오래전 홍수 때 실종된 구조 안내원의 딸입니다.”
일곱 개의 문 중 첫 번째가, 마침내 자신의 수신인을 찾기 시작했다.
제6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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