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7화
PAYLUA ORIGINAL · 제67화

67화. 빗속에서 도착한 반송 소포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006자

오프라인 책장
누구나 언젠가 우편물 하나쯤은 기다린다. 나는 과거에 적국 황제의 항복 문서를 기다렸고, 지금은 마왕성에 보내는 분유 보급 주문서의 도착을 기다린다. 둘 중 더 절박한 것은 후자다. 그런데 그날 도착한 소포에는 분유가 들어 있지 않았다. 젖은 구두 한 짝이 들어 있었다. 성문 경비병은 비가 내리던 정오 무렵 소포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고 보고했다. 표면에는 시각시에서 쓰는 반송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봉투를 열었을 때 구두에서는 아직 마르지 않은 흙 냄새가 났다. “전하, 이걸 왜 보내온 걸까요?” 바르톨이 물었다. “내 발 크기도 모르나 보군.” “그렇다면 보내는 사람이 서투릅니다.” 나는 구두를 들어 살폈다. 작은 여자아이의 물건이었다. 끈을 묶는 고리는 낡았고, 뒤축은 여러 번 수선한 흔적이 있었다. 신발 안쪽에 손바느질로 만든 글자가 적혀 있었다. ‘루.’ 마렌이 숨을 들이켰다. “루멜의 것일까요?” “아직 모른다.” 나는 신발을 원래 상자에 내려놓았다. 세라크가 딸에게 건넸던 목제 태엽에도 비슷한 바느질 자국이 있었지만, 그가 어떤 사람에게 물려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함부로 주인을 정하지 말자.” *** 세브는 소포에 붙은 물자 표식을 조사했다. 표식의 경유지는 회색다리 시장 아래, 지금은 폐쇄된 배수 터널이었다. 옛 홍수 당시 제2대피소의 물자를 옮기던 길과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시장 조합에 알리고 기술자들과 함께 터널로 내려갔다. 축축한 돌벽에는 낡은 화살표가 남아 있었다. 녹슨 쇠문 하나는 반쯤 열려 있었고, 바닥에는 최근 누군가 지나간 듯한 젖은 발자국이 있었다. “사람 발자국인가?” 내가 묻자 마렌이 쪼그려 앉았다. “크기는 사람에 가깝지만, 이곳은 물이 흘러서 흔적이 왜곡될 수 있어요.” 나는 손가락으로 벽을 짚었다. 차가운 물기가 닿았다. 그때 터널 저편에서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멈췄다. 나는 무심코 검을 뽑으려다가 참았다. “신호를 보내 보자.” 세브가 셋으로 나뉜 우편 배달 깃발을 흔들었다. 멀리서 빛 하나가 세 번 깜빡였다. 우리가 정한 중단 신호였다. “앞으로 오지 말라는 뜻인가?” 세브가 대답했다. “적어도 저쪽은 이 신호의 뜻을 알고 있어요.” 나는 제자리에서 기다렸다. *** 잠시 뒤 어둠 속에서 여자가 나타났다. 나이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얼굴은 젊어 보였지만 눈가에 깊은 주름이 있었고, 옷자락에는 낡은 수선 자국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왼손에 아이 신발 한 짝을 들고 있었다. 소포로 받은 것과 정확히 짝이 맞았다. “그 신발의 주인인가?” 내가 묻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보관자입니다.” “이름은?” “에데라고 불렸어요.” 나는 시각시 첫 번째 문에서 보았던 이름표를 떠올렸다. ‘에데.’ 그곳에서 신발을 수습했다는 목격자의 이름. “당신이 그날 다리 아래서 신발을 주운 사람인가?” 에데는 한참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그렇게 기록했습니까?” “오래된 사고 보고서.” “그 보고서는 틀렸어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그날 신발을 주운 사람이 아니에요. 신발을 주워서 돌아오라고 부탁받은 사람이지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구에게?” “한 여자아이에게요. 그리고 그 아이는 아직 신발을 돌려받지 않았습니다.” *** 에데는 물리적으로 이곳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한 달 같기도 했고, 여러 해 같기도 했어요. 터널 안에서 달력은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자신이 대피소 보조원이었고 홍수 때 일곱 명의 아이를 인솔했다고 말했다. 명단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 가운데 한 아이가 자신의 신발을 맡겼다고 했다. “다시 돌아오면 신겠다면서요.” 나는 에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아이의 이름은 루멜이었나?” 그녀가 움찔했다.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날은 다른 이름으로 불렀지요.” “어째서?” “문이 열리면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마치 그 문을 통과한 사람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잠시 붙이는 것처럼요.” 나는 시각시 배송표의 경고를 떠올렸다. ‘이름을 빌린 자를 따라가지 말 것.’ “그 아이는 어디로 갔지?” “일곱 번째 문 앞에서 멈췄어요.” 에데가 떨리는 손으로 터널의 안쪽을 가리켰다. “다른 아이들이 문 안으로 들어갈 때, 그 아이만 남았지요. 누군가는 그 문을 닫아야 했거든요.” 나는 숨을 내쉬었다. 문이 단순한 감옥이 아닐 수도 있었다. 누군가 안에 갇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닫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 나는 에데에게 문 속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더 자세히 물었다. “일곱 명이 전부 어린아이였나?”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런데 몇 번 문을 지나자 어떤 아이는 저보다 크게 자라 있었고, 어떤 아이는 제가 처음 봤을 때와 같았습니다.” “그걸 보고 어떤 생각을 했지?”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저를 기억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어떤 아이는 저를 처음 보는 선생님이라 불렀고, 어떤 아이는 아주 오래 헤어진 친구처럼 대했어요.” 나는 아르헨을 떠올렸다.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면서 내게 새로운 이야기를 해 주던 사람.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군.” 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름표를 달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이름표까지 바뀌었어요.” “그럼 어떻게 구분했지?” “버릇으로요.” 그녀는 작은 구두를 가리켰다. “루멜이라고 불리던 아이는 신발의 왼쪽 끈을 먼저 묶었습니다. 그리고 겁날 때면 손가락으로 별을 그렸어요.” 나는 신발을 살폈다. 한쪽 끈이 다른 쪽보다 더 닳아 있었다. 이런 버릇까지 누군가가 훔쳐 갈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름 하나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증언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버릇도 기억하나?” “노래를 부르면 입을 꾹 다무는 아이, 반드시 왼손으로 문을 두드리는 아이, 빗소리가 나면 의자 아래로 숨는 아이가 있었어요.” 나는 세브에게 기록하게 했다. 단,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아이에게 임의로 이름을 붙이지 말라고 했다. 에데는 내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되찾으면 곧장 집으로 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어느 집을 자기 집으로 생각하는지부터 들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에데를 바라보았다. 길을 잃은 사람을 찾아낸 증인이었다. 동시에 아직 답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믿음직했다. 우리는 에데를 즉시 시각시로 데려가지 않았다. 우선 그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본인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었다. “밖으로 나가도 되나요?” 그녀가 오히려 되물었다. “물론이다. 네가 원한다면.” “그럼 햇빛부터 보고 싶어요.” 우리는 터널 바깥으로 나왔다. 시장에는 저녁 햇빛이 기울고 있었다. 에데는 젖은 돌계단에 앉아 아주 오래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저 얼굴이 조금씩 달라졌다.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닫힌 문 뒤에서 빛을 기다릴 때 짓는 표정이었다. “신발은 맡아 주세요.” 에데가 내게 말했다. “그 아이가 직접 찾으러 올 수 있도록.” 나는 두 짝을 나란히 놓았다. “누가 먼저 와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겠다. 주인을 확인할 때까지 보관하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렌은 에데가 설명한 문에 관해 기록했다. 그녀의 진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시각시 첫 번째 문에서 발견한 이름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날 밤 시각시에서 새 응답이 도착했다. [미발송된 귀환실: 일곱 문 중 하나에 외부 증인 확인.] [복귀 경로 재개 요청 대기.] 그리고 그 아래에 짧은 경고가 나타났다. [문을 한꺼번에 열면 각 문의 수신지가 합쳐질 수 있음.] 나는 기록판을 내려놓았다. 원래 하나여야 할 이름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 붙는 이유가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모든 사람을 한 번에 구하려다, 누구를 어디로 돌려보내야 하는지부터 잃어버린 것이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67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6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