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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미래의 내가 저지른 죄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013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내 얼굴을 좋아한다. 삼백 년 동안 거울을 보며 검을 휘두르는 자세를 점검했다. 왕관이 어울리는지도 확인했고, 한때는 적국 사신이 겁먹도록 웃는 연습도 해 보았다. 그러니 내가 가장 싫어하게 될 얼굴이 내 얼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루멜의 편지를 받았던 다음 날, 시각시의 기록실에서 미래 관측 영상 하나가 발견되었다. 영상 속에 내가 있었다. 성인 레온을 앞에 세워 둔 채 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 하나를 돌려보내기 위해서라면 백 명의 시간을 가져와도 좋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것은 내 목소리였다. 움직임도 나였다. 왼쪽 손목을 비틀 때 생기는 버릇까지 똑같았다. 하지만 그런 명령을 내린 기억은 없었다. 당연하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장면이니까. “전하…….” 바르톨이 내 얼굴을 살폈다. “명령을 바꾸셨습니까?” “내가 저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군.” 마렌은 영상 장치를 멈췄다.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진 장면인지 모르니 미래라고 단정할 순 없어요. 합성이나 선택된 가능성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나는 내 얼굴이 마지막으로 웃던 장면을 다시 보았다. 저 웃음은 낯설지 않았다. 오래전 내가 전쟁에서 패배할 것 같을 때 짓던 웃음이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큰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믿을 때의 얼굴. *** 영상은 놀랍도록 정교했다. 미래의 나는 텅 빈 회의실에서 수많은 시계를 돌리고 있었다. 문마다 아이 이름이 적힌 표가 걸려 있었고, 손을 움직일 때마다 다른 이름이 지워졌다. 화면 한쪽에 있는 그림에는 은빛 눈을 가진 청년이 보였다. 레온. 아이의 성장이 마법으로 만든 환상이든 가능성 중 하나든,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내 앞에 서 있었지만 내 눈을 보지 않았다. “아버지. 멈추세요.” 영상 속 레온이 말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미래의 나는 대답했다. “널 돌려보내야 한다. 이것만 끝나면…….” “그렇게 해서 누군가가 또 사라진다면요?” “네가 모르는 것이 있다.” 나는 영상에 대고 소리쳤다. “그만해!” 마렌이 장치를 껐다. 잠시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저 미래를 없애 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바르톨이 물었다. “장치째 부수면 됩니다.” 나는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그러다 멈췄다. “그러면 왜 그런 장면이 나타났는지 모르게 된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맞다. 나에게는 특히 그렇다.” 나는 검 손잡이를 쥐었다 놓았다. 그 장면이 진짜 미래라면 끔찍했다. 나를 움직이려고 만든 거짓 영상이라면, 그것 역시 끔찍했다. 어떤 쪽이든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노리고 있었다. 레온을 잃는 두려움. 나는 처음 레온을 데려왔던 날을 떠올렸다. 그를 죽이면 내가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그를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서로 반대처럼 보여도 원리는 같았다. 내 생존이나 내 사랑이 세상의 다른 삶보다 무겁다고 생각하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벌할 순 없지.” 나는 말했다. “그 대신 그런 선택을 못 하도록 미리 규칙을 만들 수는 있다.” 마렌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규칙이요?” “내가 미래에 돌아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가져오라고 명령하면, 너희는 거부한다.” 바르톨이 반사적으로 말했다. “전하의 명령을…… 거부하라고요?” “그래.” “전하께서 저희에게 직접 반역을 허락하시는 겁니까?” “그런 거창한 말을 쓰지 마라. 사람을 해치는 명령에 따르지 말라는 것뿐이다.” 바르톨은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렇다면 그때 저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옳은 요구였다. “약속한다. 문서로 남기겠다.” *** 우리는 마왕군 장교들과도 별도의 회의를 했다. 내가 해서는 안 되는 명령을 명확히 정하려면, 그런 명령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먼저 알아야 했다. 한 젊은 장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 과거 북부 원정에서 저는 마을 주민을 전부 이주시키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명령이 사람들을 구하려는 것인지, 마을을 비우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했지?” “명령대로 했습니다.” 장교는 두 손을 모았다. “하지만 떠난 뒤에야 마을 안에 병든 노인들이 남아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명부에 없어서 몰랐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때 지휘관은 누구였지?” “전하이셨습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과거의 나는 인원 숫자만 보고 이동을 명령한 적이 많았다. 그 마을도 기억이 났다. 세 번의 경고 끝에 군사적으로 필요한 길을 확보했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했었다. “내 명령이었다면 책임은 내게 있다.” 나는 말했다. “남은 사람들을 조사하자. 피해가 확인되면 그 가족에게 알리고 가능한 복구를 하겠다.” 장교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지금 말씀드려도 되는 이야기인지 고민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고민하지 말고 말해라. 부당한 명령을 막으려면 먼저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회의가 끝난 뒤 바르톨이 나를 붙잡았다. “전하, 군단의 모든 장교가 같은 방식으로 명령을 거부하면 전투 지휘가 어려워집니다.” “그럴 수 있겠지. 그래서 어느 명령에 거부권이 있고, 긴급 상황에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문서로 정해야 한다.” “규칙 만드는 일이 전쟁보다 복잡합니다.” “이제야 알았나.”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왕이 자기 자신을 막기 위한 규칙을 만든다는 것. 사람들은 이를 우스꽝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래도 영상 속 내가 미래에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장면을 현실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성으로 돌아와 그 약속을 직접 적었다. ‘개인의 기억과 시간을 본인 동의 없이 회수하지 않는다. 보호자를 비롯해 누구도 이 원칙을 단독으로 바꿀 수 없다. 이 원칙을 어기는 명령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다.’ 나는 펜을 놓았다. “누가 감시하지?” 미아가 문서를 보며 물었다. “나 혼자 서명하면 의미가 약하겠지.” “레온이 크면 직접 읽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때까지는?” “다른 사람들도 보게 하세요. 누가 전하를 막아야 할 때 혼자 책임지지 않도록.” 나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마렌, 로잘린, 시장 조합 대표에게 문서 초안을 보내 수정 의견을 받기로 했다. 바르톨은 내 옆에서 이름을 적었다. “전하의 명령을 거부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레온 님이 위험하다면…….” “알고 있다. 그게 제일 어려울 거다.” 우리는 한참 침묵했다. *** 저녁에 레온이 내 발 위에 올라섰다. 나는 책상 앞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녀석은 내 신발 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는 앞으로 가려고 몸을 기울였다. “네가 움직여야 나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건가?” “아빠!” “좋다. 한 걸음만.” 나는 천천히 발을 옮겼다. 레온은 몸을 흔들다가 웃었다. 다음 걸음에서 녀석이 먼저 발을 내밀었다. 나는 깜짝 놀라 멈췄다. 미아가 말했다. “이제 손을 잡고 같이 걸으면 되겠네요.” 그게 답인지도 몰랐다. 내 발 위에 올려놓으면 방향도 속도도 내가 정한다. 그러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면 아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볼 수 있다. 나는 레온을 내 발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쪽 손을 내밀었다.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 레온은 잠시 내 손을 보다가 푸른 곰이 놓인 탁자로 걸어갔다. 물론이었다. 천하의 마왕보다 푸른 곰을 선택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날 밤 마렌이 미래 영상의 마지막 부분을 복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화면에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을 든 자가 내가 아니었다. 레온이 검을 들고 있었고, 나는 두 손을 비운 채 그 앞에 서 있었다. 관측판 아래에는 작은 표제가 적혀 있었다. [동일 시각, 상충하는 두 결과.]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 미래를 보느냐가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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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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