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시에 다시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규칙이 생긴다.
첫 방문에서는 길을 잃지 말 것.
두 번째 방문에서는 이름을 기억할 것.
세 번째 방문에서는 남의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말 것.
이번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누군가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해도, 먼저 그 사람이 어디로 돌아가려는지 물을 것.
“전하께서 정하신 규칙입니까?”
바르톨이 물었다.
“그래.”
“그렇다면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뭐지?”
“문 안의 상대가 아예 대답하지 않으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때는 기다려야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 군단도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군요.”
“전쟁보다 어렵다는 걸 알게 될 거다.”
***
미발송된 귀환실의 문은 일곱 개였다.
가장 오른쪽 문에만 루멜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 여섯 개는 글자가 지워진 채였다. 그러나 세브가 가져온 원본 배송 대장을 바닥에 펼치자 문 위에 희미한 무늬가 떠올랐다.
한 곳에는 물방울.
다른 곳에는 끊어진 다리.
또 다른 곳에는 노란 실뭉치.
“주소라기보다는 받는 사람을 기억할 실마리군.”
내가 말하자 세브가 대답했다.
“이곳은 우편을 배달할 장소를 찾지 못해서 보관한 곳이에요. 장소를 잃었다면 소리나 물건, 마지막으로 들은 말을 주소로 삼기도 합니다.”
나는 세브를 바라보았다.
“그런 주소로 사람이 찾아지나?”
“가끔요. 하지만 본인이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으면 배달은 완료되지 않습니다.”
마렌이 수정판을 들었다.
“그 규칙이 진짜인지 시험부터 해 보죠.”
우리는 각자 돌아갈 수 있는 현실의 경로를 확보했다. 실험 중단 신호는 세 번의 짧은 불빛으로 정했다. 강제 귀환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우선하지 않았다.
라기스는 출입 기록을 남기며 중얼거렸다.
“예전에는 문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열 수 있으면 열라고 했어요.”
“그 결과는?”
“많은 사람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살아서 돌아오자.”
***
첫 번째 문 안에는 길이 없었다.
작은 집 한 채가 멀리 보였지만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대신 발밑에는 아이 신발들이 놓여 있었다. 큰 신발, 작은 신발, 짝이 없는 신발. 일부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나는 신발 하나를 들었다.
‘에데.’
세브가 대장을 넘겼다.
“홍수 당일 다리 아래에서 아이 신발을 주워 구조소로 가져온 노인의 이름이 에데입니다. 실종자라기보다는 당시 목격자였던 것 같아요.”
“그분은 살아 있나?”
“지금 생존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신발을 제자리에 놓았다.
아이가 신던 것을 함부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흔적을 기록하고 나중에 주인이나 가족을 찾기로 했다.
집의 창문에서 작은 손이 흔들리는 듯했다.
나는 한 걸음 다가가려다 멈췄다.
“누구냐?”
아무 대답도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네가 있는 곳을 알려 줘라. 무턱대고 끌어내지 않겠다.”
창문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신발 한 짝이 스스로 뒤집혔다. 안쪽에 짧은 글씨가 떠올랐다.
‘높은 곳으로.’
나는 숨을 삼켰다.
세라크가 루멜에게 보낸 편지에도 같은 말이 있었다.
***
두 번째 문에서는 빗소리가 들렸다.
무너진 다리 아래서 사람들이 서로를 불렀다. 그들의 목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질문이 되었다.
‘누가 마지막으로 남았나?’
나는 답을 알지 못했다.
영웅담을 만들고 싶다면 마왕이 마지막까지 버텼다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그날 나는 거기에 없었다.
“모른다.”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날 있었던 사람들을 찾으러 왔다. 그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러 온 게 아니다.”
빗소리가 약해졌다.
뒤쪽에서 라기스가 내 팔을 붙잡았다.
“전하, 바닥이 가라앉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후퇴했다. 약속해 둔 불빛을 세 번 보내자 마렌이 출입구의 안전줄을 당겨 우리를 끌어냈다.
문이 닫힌 뒤에도 손에 빗방울이 남아 있었다. 실제 물이었다.
“환상만은 아니군.”
마렌이 그것을 작은 병에 담았다.
“확인된 건 물이 나왔다는 사실뿐입니다. 그 물이 과거에서 왔는지는 나중에 봐야 해요.”
“그 조심성은 참 믿음직하군.”
***
세 번째 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너무 비어 있어서 불안할 정도였다. 들어가려는 순간 나는 레온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아빠!”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때 미아가 미리 녹음해 준 짧은 소리가 수정석에서 흘러나왔다.
“전하. 이건 오늘 아침 레온이 웃던 소리예요.”
나는 멈췄다.
실제 레온은 마왕성의 보호 아래 있었다. 이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그를 걱정하는 내 마음을 이용하는 것일 수 있었다.
“정말로 내가 없으면 울 수도 있지.”
나는 혼잣말했다.
“하지만 그 울음이 여기서 나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후 가짜 울음은 끊어졌고, 문 표면에 네모난 틈이 나타났다.
그 안에 배송표가 끼워져 있었다.
[배달 실패 사유: 수신인이 보호자의 목소리와 안내 신호를 구분하지 못함.]
나는 이를 악물었다.
누군가 아이들의 목소리를 미끼로 사용하고 있었다.
***
네 번째 문은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운동장이었다.
운동장에는 발자국이 일곱 줄로 나 있었다. 다섯 줄은 건물 안으로 이어졌고, 한 줄은 중간에서 방향을 바꾸었다. 마지막 한 줄은 아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마렌은 발자국을 직접 밟지 말라고 했다. 문 안의 길이 마력에 반응할 수도 있어서였다.
나는 출입구 바깥에서 모양을 기록했다.
“발자국 수는 사람 수와 같지 않을 수 있어요.”
마렌이 덧붙였다.
“같은 사람이 여러 번 걸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나는 마왕군 신병들에게 발자국을 숨기는 훈련을 시켰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도 한 명이 여럿처럼 보이거나, 여럿이 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기록만 남기고 나왔다.
다섯 번째 문에는 정원에서 쓰는 작은 물뿌리개가 있었다. 여섯 번째 문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물건이 없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맡을 수 있는 모든 냄새를 누군가 지워 놓은 듯했다.
세브가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하, 혹시 저희가 정말 중요한 흔적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왜 돌아갑니까?”
“오늘은 출입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수상한 게 보일 때마다 뛰어들었다면 우리는 벌써 여기서 길을 잃었을 거다.”
나는 돌아본 뒤 문마다 조사한 사실과 아직 모르는 사실을 적었다. 한 번 찾아온 것으로 무언가를 구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바르톨이 마지막에 따라 나오며 말했다.
“전하. 그래도 빈 문들이 이렇게 많으니 답답합니다.”
“나도 그렇다.”
“예전의 전하라면 이 문을 모두 부쉈을 텐데요.”
“그래서 예전의 나는 늘 부서진 문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몰랐던 거겠지.”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문에 섰다.
‘루멜.’
문 앞에는 다른 곳보다 작은 손잡이가 붙어 있었다. 어린아이 손 크기였다.
나는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루멜. 네가 여기 있다면, 난 네 아버지가 아니다.”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네 이름을 찾아 주고 싶지만, 네가 나오기 싫다면 억지로 끌어내지 않겠다.”
잠시 뒤 문 안에서 톡, 톡, 톡 하는 소리가 났다.
세 번.
우리가 정한 중단 신호와 같았다.
문 아래로 낡은 종이 한 장이 밀려 나왔다.
거기에는 떨리는 글씨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돌아갈 곳을 잃은 게 아니라, 돌아가면 안 되는 이유를 알고 있어.’
나는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마지막 줄에는 조그만 서명이 있었다.
루멜.
글씨가 정말 그녀의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누군가가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걸고 있었다.
제6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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