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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3화
PAYLUA ORIGINAL · 제63화

63화. 마왕성에 배달된 빈 요람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005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먼저 독부터 검사한다. 그다음 폭발 마법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저주가 있는지 확인한다. 그 정도는 마왕으로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기본 예절이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선물은 그 어떤 독보다 불길했다. 빈 요람이었다. 마왕성 동문 앞에 작은 나무 요람 하나가 놓여 있었다. 누가 가져왔는지 문지기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감시석에는 하룻밤 내내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기록만 남았다. 바르톨은 군대를 두 줄로 세운 채 내 도착을 기다렸다. “전하. 적의 공세로 판단됩니다.” “아기 침대 한 개가 공세라고?” “지난번에 요람 하나를 들여놓으신 뒤 성 전체의 규칙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요람 안에는 얇은 천과 작은 나무패가 들어 있었다. ‘루멜에게. 돌아올 자리를 남겨 두었다.’ 글씨는 아이에게 주는 선물치고 지나치게 단정했다. 구석에는 일곱 갈래로 갈라진 시계바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손대지 마라.” 내 말에 바르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격리해 두었습니다.” “잘했다.” “다만 격리실에 넣었더니 요람의 크기가 달라졌습니다.” “뭐?” “처음에는 유아용이었는데 지금은 열 살짜리 아이가 누울 정도입니다.” 나는 요람을 바라보았다. 나무결이 천천히 길어졌다 줄었다 하고 있었다. 물체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성장 기록을 흉내 내는 듯했다. 나는 손을 거두었다. “실물인지부터 확인하자.” *** 마렌이 찾아오자 요람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창고에서 같은 크기의 평범한 요람을 가져오게 했다. 두 물체 옆에 시간을 재는 작은 초시계를 놓았다. “주변 물건이 변하는지 보려고요.” 평범한 요람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나 낯선 요람에 가까운 초시계는 바늘을 거꾸로 움직였다. “가까이 있던 사람이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 수도 있어요.” “내 어린 시절 같은 것을 보여 주겠다는 건가?” “모릅니다. 하지만 당장 레온 님 근처에는 두면 안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 밖에 독립 격리실을 세우고, 조사 동의한 사람만 출입하게 해라.” 바르톨이 손을 들었다. “전하,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의무가 아니다. 들어갈 이유가 있나?” 그는 망설이다 말했다. “과거 전쟁에서 제 부하 여럿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 요람이 실종된 사람과 연결된다면, 그들에게도 돌아갈 자리가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보다 오래 같이 싸운 부하였다. 그런데 그의 마음속에 이런 질문이 남아 있다는 걸 이제야 들었다. “좋다. 하지만 혼자 들어가지는 마라.” *** 요람을 옮기는 동안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문지기 중 한 명이 정문을 빠져나가지 않은 채 성 안에 있었다가 갑자기 자신의 딸 이름을 잊었다. 딸은 바로 옆에서 그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 문지기는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멍한 표정이었다. “내 딸인 건 아는데…… 이름이…….” 나는 즉시 구역을 봉쇄했다. 그러나 문지기나 그의 가족을 격리 대상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우선 의료진에게 상태를 확인하게 하고, 아이에게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했다. “이름은 나중에 떠오를 수 있다.” 내가 말하자 딸이 소매를 붙잡았다. “아버지가 저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죠?” 나는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 잊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네 아버지가 너를 알아볼 수 있도록 다른 방법도 찾아보자.” 아이는 자기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리네.’ 문지기는 그 글씨를 손에 쥐고 반복해서 읽었다. “리네. 리네. 내 딸.” 그 순간 요람 안쪽에서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렌이 소리쳤다. “전하! 요람이 사람의 기억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그 기억을 요람으로 연결하고 있어요!” 우리는 연결 마법을 끊었다. 문지기는 잠시 뒤 딸 이름을 스스로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끊긴 기억이 전부 돌아왔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나는 화가 났다. 누구든 이 요람을 가져다 놓은 자는 죄 없는 가족을 실험 도구로 삼았다. *** 격리실 주변을 조사하던 마렌은 마왕성의 경비 기록과 실제 사람들의 증언을 대조했다. 놀랍게도 이상한 요람을 운반한 사람은 없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고, 땅에는 바퀴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대신 정문 경비병 세 명이 같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 “작은 아이가 요람을 끌고 왔습니다.” 첫 번째 경비병은 말했다. “아뇨, 여자가 놓고 갔습니다.” 두 번째 경비병이 대답했다. 세 번째 병사는 머뭇거리다 말했다. “전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아침이 되니 제가 그 요람을 놓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는 세 사람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서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런데 세 개의 기억은 함께 참일 수 없었다. “꿈을 꿨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벌을 내리지 않겠다. 하지만 그 꿈이 시작된 시각을 적어 둬라.” 세 사람의 수면 시간을 대조하자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경비 교대가 이루어지던 정확히 같은 순간, 모두가 짧게 잠든 듯한 공백이 있었다. “마법의 영향일 수 있겠군.”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마렌이 말했다. “하지만 요람의 물질 자체가 이동해 온 것인지, 여기서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창밖의 성문을 바라보았다. 내 성벽을 뛰어넘는 적보다 두려운 건, 내 부하에게 남이 만든 기억을 자기 것처럼 믿게 하는 적이었다. 마침 바르톨이 다가왔다. “전하, 경비 근무 인원을 늘리겠습니다.” “좋다. 하지만 수면 시간도 보장해라. 지친 병사는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더 의심하게 된다.” 바르톨은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근무 시간을 늘리면서 쉬게 하라니, 저희에게는 어려운 명령입니다.” “아니. 교대 인원을 더 두라는 뜻이다.” “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만 잘하던 부하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는 것도 육아만큼 쉽지 않았다. 밤에는 로잘린이 직접 왔다. 그녀는 성왕국 수도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아이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불태우면 종이의 글씨는 없어졌지만, 사람들은 그 이름을 더 자주 잊었다는 것이다. “기억을 잃을까 두려운 사람들이 종이를 숨기기 시작했습니다.” 로잘린은 말했다. “그런데 숨기는 동안 서로 이름을 확인하는 일을 줄였어요.” “두려워서 입을 다문 결과 오히려 더 쉽게 잊은 거군.”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마법의 영향도 구분해서 조사해야 해요.” 나는 리네와 그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럼 저 요람을 공개하지 않은 채 처리할 게 아니라, 위험을 정확히 알려야겠군.” 우리는 주민들에게 소문 대신 사실을 전했다. 신원 확인용 종이와 함께 서로 이름을 불러도 좋다고 알렸다. 마법의 연결을 막는 기술자들이 성문을 순찰하게 했다. 바르톨은 문지기들에게 자신이 붙여 준 별명까지 외우고 다녔다. “삼번 초소, 검은 콧수염!” “제 이름은 브란입니다, 장군님.” “그래, 브란! 기록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정도면 실수로라도 이름을 잊기 어렵겠군. *** 모든 검사 끝에 요람 안쪽의 비밀 서랍이 열렸다. 그 안에는 낡은 배송표가 있었다. [반송 사유: 수신인의 현재 위치가 확인되지 않음.] [재배달 주소: 미발송된 귀환실, 일곱 번째 문.] [첨부 조건: 이름을 빌린 자를 따라가지 말 것.] 나는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이름을 빌린 자. 보낸 사람을 속이기 위해 루멜의 이름을 사용한 누군가가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루멜이라는 이름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졌다는 말인가? 그때 레온이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녀석은 격리실 앞에서 미아에게 안겨 있었다. 완전히 떨어진 곳이었고 차폐벽 너머라 위험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내 쪽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빠.” 나는 걸어가 작은 손을 잡았다. “안다. 너는 네 이름으로 남아야지.” 그리고 결정했다. 누가 보냈든 이 요람은 쓰지 않겠다. 돌아올 자리를 남긴다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빼앗는 물건이라면, 그건 요람이 아니라 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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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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