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으로 죽었을 때, 다시 살게 되면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용사가 언제 나타나는지, 어느 성벽이 무너지는지, 누가 배신하는지. 실패한 원인을 알고 있으니 다음에는 틀리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두 번째 삶에서 내가 배운 것은 정반대였다.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가장 위험할 때가 있다.
그래서 시각시의 마지막 방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먼저 물었다.
“우리가 실제로 확인한 건 어디까지지?”
마렌이 자료를 펼쳤다.
첫째, 아주 오래전 홍수의 구조 경로는 적어도 둘이었다. 둘째, 공식 계산서에는 하나만 남았다. 셋째, 세라크와 루멜의 보호 관계가 기록되어 있다. 넷째, 첫 번째 미래 수정 승인과 루멜의 실종 시각이 일치한다.
그 다음부터는 아직 가설이었다.
세라크가 딸을 살리려고 장치를 켰는지, 장치가 먼저 고장 나 아이를 사라지게 했는지, 다른 누가 기록을 고쳤는지.
“좋다. 오늘은 모르는 부분을 보러 가는 거다.”
나는 검 대신 기록판을 집었다.
***
미발송된 귀환의 방은 좁았다.
벽에는 시계가 없었다. 대신 문이 일곱 개 나란히 서 있었다. 문마다 작은 이름표가 있었고, 여섯 개는 글씨가 지워져 있었다.
마지막 문에만 이름 하나가 남아 있었다.
'루멜.'
나는 그대로 멈췄다.
아르헨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조심하렴. 이 방은 보는 사람이 돌아가고 싶은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해.”
“그렇다면 더더욱 확인해야겠군.”
마렌이 기록판에 현재 시각과 세 사람의 이름을 남겼다. 세이라가 밖에서 연결을 유지했고 라기스는 중단 장치를 손에 쥐었다.
“원본을 확인할 수 없으면 나옵니다.”
마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리자 젊은 세라크가 보였다.
그는 물에 젖은 채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루멜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뒤편으로 무너진 다리의 돌덩이가 떠내려갔다.
“조금만 버텨.”
세라크가 말했다.
“곧 집으로 가자.”
아이의 입술이 움직였다.
“아빠,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이 아니다.”
“우리 집은 이미 물에 잠겼잖아.”
세라크가 눈을 감았다.
“그럼 다른 집을 찾자.”
그는 아이를 더 꼭 안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손이 굳어 버렸다. 오래전 내가 숲에서 레온을 들어 올리던 날이 떠올랐다. 작은 몸, 젖은 천, 울음소리.
아주 다른 두 사람이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를 안고 있었다.
***
다음 장면에서는 세라크가 최초 회의실로 달려왔다.
젖은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손목에는 아이를 안다 생긴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예상 밖의 붕괴가 발생했소. 제2대피소로 가는 길이 닫혔어.”
한 여자가 대답했다.
“그러면 원본 경보를 수정하면 안 돼요. 실제 피해를 먼저 기록해야 합니다.”
“그럴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도 사람 수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세라크는 탁자 위에 두 손을 짚었다.
“내가 방금 본 결과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 회의실의 시계에 낯선 글자가 나타났다.
'국소적 복귀 경로 생성 가능.'
'조건: 사고 직전의 상태를 다시 불러올 것.'
세라크가 떨리는 손으로 장치를 가리켰다.
“이걸 사용하겠소.”
“누가 책임을 질 겁니까?”
“내가.”
그는 서명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첫 번째 수정 지시서의 서명이 드러났다.
세라크.
하지만 그 아래에 두 번째 칸이 있었다. 누군가 그것을 덮어 놓은 듯 검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복귀 이후 확인되지 않은 인원: 기록 대기.]
그것이 다음 장면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복귀 이후 확인되지 않은 인원: 0.]
“멈춰라.”
나는 영상에 대고 말했다. 당연히 과거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마렌이 원본을 다시 확대했다.
“여기요. '기록 대기'가 '0'으로 바뀌는 사이에 승인 절차가 하나 더 있어요.”
“서명은?”
“확인 불가. 의도적으로 가려졌는지도 아직 알 수 없어요.”
그러니까 세라크가 첫 번째 장치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름을 영으로 만든 손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이어서 세라크가 복귀 경로를 작동했다.
우리는 장면이 거꾸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물결이 다리 아래로 돌아가고, 무너진 돌덩이가 제자리로 올라갔다. 재난이 없던 상태로 복원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시계가 세 번 울린 뒤, 세라크는 빈 품을 내려다보았다.
루멜이 사라져 있었다.
그의 손에는 젖은 천 조각 하나만 남았다.
“루멜?”
그가 불렀다.
“루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크는 회의실 밖으로 달려갔다. 다리 위의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았지만 루멜이 누구인지 묻자 서로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수많은 장부를 뒤졌다. 주민 명단에도 구조 요청 명단에도 딸의 이름이 없었다.
나는 그가 마침내 빈칸 앞에 앉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처음으로 펜을 부러뜨렸다.
***
영상이 끝나자 방 안에는 물 떨어지는 소리만 남았다.
나는 천천히 숨을 쉬었다.
“첫 복귀가 실패했군.”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루멜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죽었을 수도 있고, 경로 밖으로 분리됐을 수도 있습니다.”
아르헨은 문 밖에 새겨진 글씨를 읽었다.
“여기에는 '미발송된 귀환'이라고 쓰여 있구나. 돌아올 수 있는 경로가 생성됐지만 수신처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어.”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스무 해 전으로 회귀했을 때에도 내 기억은 온전했지만 세상은 옛날로 돌아갔다. 그리고 기록위원회는 나를 예언의 예외로 취급했다.
혹시 나의 회귀도 아주 오래된 복귀 경로와 연결되어 있을까.
그것은 아직 추측이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따로 있었다.
세라크가 처음 장치를 돌린 이유는 적어도 세계 지배만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돌아가게 하고 싶은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선택 이후, 아이의 이름은 기록에서 사라졌다.
그가 그 죄책감으로 모든 미래를 한 줄에 묶으려 했는지, 다른 누군가 그를 이용했는지는 더 알아봐야 했다.
***
나는 마왕성으로 돌아와 레온의 방에 앉았다.
아이는 푸른 곰을 내 무릎에 올려놓았다. 나는 곰을 받아 들었다.
“네가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궁금하구나.”
레온은 내 목소리보다 곰의 귀에 관심이 많았다. 손가락으로 꼬집다가 내 손으로 다시 넘겼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던 숲. 그날 다른 길로 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후 말을 고쳤다.
“아니지. 이미 만났는데 그러지 않은 미래를 헤아려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나는 곰을 흔들었다.
레온이 웃었다.
그날 밤, 내 일기에는 두 줄이 추가되었다.
'첫 번째 복귀 경로의 사용자는 세라크였다.'
'복귀 직후 루멜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문장을 적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만이 사람을 구하는 방법은 아니다.'
나는 펜을 놓으려다 통신석의 빛을 보았다.
시각시에서 온 짧은 보고였다.
[최초 복귀 경로 재열람 후 새로운 기록 활성화.]
[발신 시각: 현재보다 약 20년 후.]
[발신 대상: 보호자 카르딘.]
마렌의 주석이 붙어 있었다.
'발신 시각과 작성자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미래 기록을 위장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첫 문장을 읽었다.
'아버지. 성검을 들었던 날, 제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그 아래가 지워져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스무 해 뒤의 레온이 무슨 말을 남기려 했는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군가 보여 주는 결말을 그대로 믿지 않을 생각이다.
내게는 확인해야 할 기록이 남았고, 지켜야 할 오늘이 남아 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아직도 푸른 곰을 입에 넣으려는 아기가 있었다.
“레온. 그건 먹는 게 아니다.”
녀석이 푸른 곰을 내려놓더니 내 손가락을 잡았다.
그래.
어쩌면 세상의 운명이라는 것은, 내 손가락을 잡은 이 아이가 다음에 무엇을 선택할지 기다려 주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6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