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정 회의를 싫어한다.
전장에서는 검을 들면 분명한 적이 나타난다. 하지만 회의장에서는 아무도 검을 들지 않으면서 서로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다. 반대 의견이 여섯 개 나오면 나는 예전 같았으면 일곱 번째 의견을 내는 자를 지하 감옥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회의를 열어 달라는 요청을 내가 먼저 했다.
회색다리 시장에서 발견한 두 번째 복귀 경로 때문이었다.
“이것을 마왕국 소유로 등록하면 빠르게 수리할 수 있습니다.”
바르톨이 말했다.
“국고에서 예산을 내고 병력을 붙이면 됩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계속 쓰게 될 장치잖아.”
미아가 지적했다.
“전하가 바쁘거나 마음이 바뀌어도 문을 열 수 있어야 해요.”
나는 책상에 턱을 괴었다.
내 마음이 바뀐다는 가정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럼 누가 관리하지?”
세브가 손을 들었다.
“시장의 조합원, 인근 마을 대표, 독립된 기술자, 대피소 이용자가 함께 규칙을 정하면 어떻겠습니까?”
“적이 끼어들면?”
“참여자 신원을 확인하되 누구도 혼자 장치를 잠글 수 없게 하죠.”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힘 있는 자가 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없는 문이라.
마왕이 아니라도 세상은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
첫 회의는 시장 회관에서 열렸다.
나는 의자 맨 끝에 앉았다. 가운데 자리는 비워 두었다. 열세 번째 자리처럼 신성한 의미를 붙인 것은 아니다. 누구 하나가 모든 사람 위에 앉지 않도록 하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회의 시작과 동시에 대립이 생겼다.
“마족 병사를 절대로 믿을 수 없습니다!”
인간 상인이 말했다.
“우리 집은 예전에 마왕군이 불태웠어요.”
그러자 마족 장인이 받아쳤다.
“성왕국 기사들이 우리 조합원의 손목을 묶어 끌고 간 적은 없습니까?”
고함이 커졌다.
나는 무심코 책상을 두드렸다. 방안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한 행동이 바로 내가 없애겠다고 약속한 방식이었다.
“계속하시오.”
내가 말했다.
“나 때문에 말을 멈추지 말고.”
인간 상인은 한참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희는 장치 관리자가 마음만 먹으면 통로를 막아 버릴까 걱정됩니다.”
마족 장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이상한 일이었다. 서로 가장 싫어하는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먼저 적었다.
'어느 쪽도 일방적인 폐쇄를 원하지 않는다.'
***
마렌은 임시 설계를 설명했다.
지역 시계는 중앙 붉은 별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짧은 비상 복귀 경로를 열 수 있도록 만들되, 상시 가동해서는 안 된다. 기술 검증, 현장 안전 확인, 공개된 사용 기록이 필요하다. 누구나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으며, 멈추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그러면 적이 일부러 중지 버튼을 누를 수도 있잖아요!”
누군가 말했다.
“맞습니다.”
마렌이 답했다.
“그래서 긴급 중지의 경우 모두가 대피할 수 있는 독립적인 수동 경로를 먼저 만들어야 해요. 제도만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흐뭇해졌다. 예전의 마왕군 기술자라면 내게 완벽하다고 장담했을 것이다. 마렌은 가장 먼저 불완전하다고 말했다.
시장 조합장은 천천히 질문했다.
“그렇다면 고장 난 날, 누구 책임입니까?”
회의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이름 하나를 적으면 쉬운 문제였다. 그러나 그 이름이 곧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져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었다.
로잘린이 수정통신으로 말했다.
“책임을 지우는 절차와, 잘못을 고치는 절차를 나누어야 합니다. 누가 기록을 공개하고 누구에게 이의를 제기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몇몇 주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는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러나 그동안 아무도 실종되지 않았다. 단지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었다.
***
점심 무렵 미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하, 레온이 처음으로 혼자 세 걸음 걸으려고 했어요!”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공했느냐?”
“두 걸음 걷고 엉덩방아를 찧었죠.”
“괜찮나?”
“웃고 있어요.”
나는 웃었다.
“그럼 성공한 거지.”
옆에 있던 조합장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두 걸음인데요?”
“세 걸음을 걸으려 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자신의 종이에 적었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권리.'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육아 현장의 아주 작은 일이 회의 규칙으로 옮겨 갔다.
***
회의가 잠시 쉬는 동안 인간 상인이 내게 다가왔다.
“전하. 제가 너무 거칠게 말했습니까?”
“무슨 말?”
“옛 마왕군이 우리 집을 불태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건 사실인가?”
“제 할아버지가 남긴 기록에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이라면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자네다. 내 앞에서 목소리를 낮출 필요가 없지.”
상인은 오랫동안 내 얼굴을 보았다.
“마왕이 그런 말을 하면 좀 곤란합니다.”
“왜?”
“화가 나 있었는데, 계속 화를 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계속 화를 내도 된다. 내가 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순 없으니까.”
그는 한참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음 회의에도 나오겠습니다. 제 가게 앞 대피로만큼은 안전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하시오.”
그가 돌아간 뒤 마족 장인이 다가왔다.
“그 인간이 또 나오면 저도 나와야겠습니다.”
“그 사람이 싫어서?”
“아니요. 다리의 철근은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한때 서로를 미워하는 이유만 말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자기가 맡을 일을 하나씩 찾고 있었다. 물론 화해가 한 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책임도 오래 따져야 했다.
하지만 같은 길을 수리하겠다는 마음만큼은 오늘 확인됐다.
오후에는 직접 시계를 설치할 장소를 찾았다.
옛 돌기둥 아래에는 수백 년 묵은 물길이 있었다. 대피용 통로는 아직 일부만 열려 있었다. 기술자들은 땅이 더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 지지대를 세우고, 주민들이 돌아갈 수 있는 새 계단을 만들었다.
마렌은 관측판으로 짧은 신호를 흘려보냈다.
“중앙 연결을 끊은 상태에서도 이곳에서 출입 신호가 돌아옵니다. 다만 에너지 공급이 끊길 경우 얼마 동안 유지되는지는 더 시험해야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알도록 써 두자.”
시장 아이들이 계단 바깥에 모여 있었다. 그중 내게 빵을 주던 여자아이가 물었다.
“이제 홍수가 오면 여기로 도망가면 돼요?”
“지금은 안 된다. 수리를 마치고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언제요?”
“모르겠다.”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마왕님은 모르는 게 많네요.”
나는 웃었다.
“요즘 들어 나도 그걸 많이 알게 됐다.”
***
해가 질 무렵 첫 합의문이 완성되었다.
모두가 동의한 부분만 적었다. 아직 의견이 갈리는 문제는 빈칸으로 남겼다. 빈칸이 많아서 마치 미완성된 보고서 같았다.
바르톨이 문서를 보며 중얼거렸다.
“전하, 이대로면 결재가 끝난 게 아닙니다.”
“맞다.”
“그런데도 기뻐하십니까?”
“빈칸에 마음대로 남의 이름을 넣지 않았으니까.”
그때 새 시계의 바늘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아무도 조작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안전 확인 절차가 모두 기록되자 지역 연결부가 응답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으로 열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직 기계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조사해야 했다.
그러나 화면에는 분명한 글자가 떠올랐다.
[지역 관리 권한 분산: 시험 가능.]
[제2복귀 경로: 예비 활성화.]
나는 이마를 짚었다.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었다.
이번 적은 세라크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모든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버릇.
그것부터 이겨야 했다.
제5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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