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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52화
PAYLUA ORIGINAL · 제52화

52화. 아빠의 외출 허가서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145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에서 외출 허가서를 쓰는 사람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성 밖에 나갈 수 없었다. 그런 제도를 수백 년 유지해 온 내가 이제는 아기와 헤어질 때마다 일정표를 만들어 놓는다고 하면 과거의 내 부하들은 웃지 못할 것이다. 나도 웃지 못하겠다. 일정표를 너무 늦게 배웠으니까. 시각시에서 돌아온 다음 날, 미아가 내 방 책상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 '외출 예정 시각. 예상 귀환 시각. 부재 중 보호 담당자. 긴급 연락 수단.' “이게 무엇이냐?” “전하의 외출 계획이에요.” “나는 마왕이다. 내가 나가겠다는데 허락이 필요한가?” “허락이 아니라 공유예요. 전하께서 돌아오지 못하면 저희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야 하니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오래전의 나는 돌아올 생각이 없는 출정을 자주 했다. 부하가 얼마나 걱정할지 생각하는 것은 지휘관의 일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예상 귀환 시각은 아직 모른다.” “그럼 연락이 없을 때 다음 행동을 할 시각부터 정하세요.” 그녀는 잉크병을 내 쪽으로 밀었다. *** 레온은 내가 펜을 쥐자 기어 와 종이 가장자리를 잡았다. 녀석은 요즘 발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 두 손으로 탁자를 붙잡고 일어나려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속상해서 울다가도 내가 다가가면 다시 일어선다. 미래에 성검을 들 녀석이 의자 다리와 싸우는 꼴이라니. 나는 이것도 분명히 육아 일기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네가 서명하는 문서가 아니다.” 내가 말하자 레온은 종이 위에 침을 흘렸다. 바르톨이 다급하게 천을 들고 왔다. “전하! 결재 도장이 찍혔습니다!” “무슨 도장이란 말이냐.” “입술 도장입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미아가 웃음을 참으며 종이를 바꿔 주었다. “레온이 아빠가 언제 돌아오는지 몰라도 괜찮을 만큼 편안한 하루를 만들면 되는 거예요.” 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나는 녀석에게 고작 몇 달밖에 없었다. 한때 스무 해 뒤의 결말을 바꾸려고 아이를 데려왔지만, 정작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누가 밥을 주고, 울 때 누가 달려오는가 하는 일이었다. “돌아오마.” 레온은 대답 대신 내 소매를 잡았다. “그래. 벌써 붙잡을 줄 아는군.” 나는 녀석이 손을 놓을 때까지 기다렸다. *** 회의실에서는 시각시의 새 자료가 펼쳐져 있었다. 전날 우리가 본 최초 수정 기록. 홍수 경보, 다리 폐쇄, 사망 예상 인원 영. 그리고 계산에서 제외된 이름 하나. 루멜. 세브는 성왕국과 마계의 오래된 배달 기록을 대조했다. 놀랍게도 루멜이라는 이름은 두 문서에 동시에 나타났다. 하나는 다리가 무너진 다음 날 배달되지 못한 식량 영수증, 다른 하나는 구조 요청 명단이었다. “둘 중 하나는 가짜입니까?” 바르톨이 묻자 세브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구조 요청은 했는데, 행정 장부에서는 존재를 빼 버렸을 수도 있죠.” “그러면 구호품을 받지 못했겠군.” “맞아요. 숫자에서 빠진 사람은 물자 배분에서도 빠졌습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젊었을 때 정복한 도시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집을 잃은 이들이 성문 밖에 줄을 섰고, 관리들은 세금 명부에 없는 자를 돌려보냈다. 나는 질서 유지를 이유로 그들을 막지 않았다. 그때도 누군가는 장부에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바르톨. 구호소의 신규 등록 기준을 확인해라.” “그것은 시계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습니까?” “내가 과거에 같은 짓을 했는지 알고 싶다.” 그는 정색하고 경례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 마렌이 회의실 한가운데 얇은 수정 원판을 놓았다. “문 너머로 들어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기록 영상뿐입니다. 현재의 우리는 옛 사건을 보지만, 그 속의 사람은 우리를 볼 수 없습니다. 다만 관찰자가 기억을 잃거나 장치와 동기화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어요.” “그럼 정보만 가져올 방법을 찾는 게 낫겠군.” “그래서 기억 고정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내 손목에 실 세 가닥을 묶었다. 하나에는 내가 직접 쓴 이름, 하나에는 오늘의 날짜, 나머지 하나에는 '돌아갈 곳: 마왕성 놀이방'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건 어린아이에게 쓰는 실이잖아.” “어른도 길을 잃습니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이전 시각시 원정에서 기억을 빼앗는 방을 지나며 정말로 그랬으니까. 로잘린은 성왕국 신전에서 수정통신으로 합류했다. “루멜에 관한 공식 세례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고아 구호 명부에 비슷한 이름이 있어요. 원본을 대조할 때까지는 동일 인물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좋소. 사실과 추측을 섞지 맙시다.” “그 말이 마왕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렇소.” *** 회의를 마친 뒤 나는 외출 기록에 적힌 시간들을 다시 살폈다. 마왕성에서는 내가 자리를 비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바르톨은 경비를 정비했고 미아는 레온의 하루를 책임졌으며, 마렌은 쉬기로 한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가 오히려 꾸중을 들었다. 나는 바르톨을 불러 물었다. “내가 이틀간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첫날에는 지정된 연락 절차를 확인하고, 둘째 날에는 세브가 남긴 안전 경로로 구조대를 보내겠습니다.” “내 명령이 없어도?” “이 일정표에 이미 전하께서 승인하셨습니다.” 그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예전의 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내 결단이 필요하도록 궁정을 만들었다. 내가 강해야 국가는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내가 잠시 사라져도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 때 안심이 되었다. “구조대는 자원자를 모집해라. 위험 설명을 빼먹지 말고.” “예. 그리고 전하.” “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만 적지 말고 돌아오실 예정도 적으십시오.” 나는 바르톨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희도 기다립니다.” 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오래전 부하의 기다림은 충성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그것이 누군가의 하루를 쓰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빈칸에 적었다. '다음 날 일몰 전. 지연되면 먼저 연락.' 그 문장은 어째서인지 어떠한 군사 명령보다도 어렵게 써졌다. 오후가 되자 아르헨의 음성이 도착했다. “카르딘, 문에서 또 다른 문장이 나왔어.” “무엇이라고?” “첫 번째 수정 기록에 접근하려면 수정 전날 구조 활동을 한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대.”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 사람은 수백 년 전에 죽었을 텐데.” “그래서 편법으로 들어가려는 이들도 있었지. 이름을 대신 적거나, 후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 “이번에는 그러지 않는다.” 아르헨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럴 줄 알았어. 그런데 그날 구조한 사람이 남긴 편지를 찾았단다. 본인 이름과 조건이 적혀 있어.” “조건은?” “당시의 모든 구조 대상자를 함께 기록해 달라는 거야. 살아남았든 그렇지 못했든.” 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적이 감춘 것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닐 수 있었다. 기록에서 사라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직 아무도 세어 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세브에게 연락하겠다. 배달되지 못한 편지를 전부 찾아야겠군.” 그때 놀이방에서 소리가 났다. “아빠!”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 쪽으로 걸었다. 마렌이 나를 쳐다보았다. “전하, 회의를…….” “오늘 외출 허가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나는 웃었다. “그 전에는 안아 줄 수 있겠지.” 방에 들어가자 레온이 두 손을 들었다. 녀석이 내게 기대는 무게가, 어느 장부보다도 분명한 현실이었다. 레온은 내 턱을 만지다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작은 몸이 순간 움찔하는 바람에 나는 놀라 아이를 더 단단히 받쳤다. “감기인가?” 미아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한 번 재채기했다고 다 아픈 건 아니에요. 상태를 조금 더 보죠.” “마왕이라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럼 전하도 물을 좀 드세요. 오늘 아침부터 한 잔도 안 마셨잖아요.” 나는 얼떨결에 잔을 받았다. 이 성에서 사람들은 이제 내게 쉬라고 하고 밥을 먹으라고 한다. 모두가 내 명령을 기다리던 시절보다 다소 소란스러워졌지만, 이상하게 덜 외로웠다.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네 이름을 남기는 일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도록 만드는 일도 하겠다고. 그때까지는, 서류에 내 손도장을 찍는 대신 너의 침 자국을 견디는 게 먼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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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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