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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마왕의 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971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스무 해 뒤의 내 죽음을 기억한다. 레온의 검이 가슴을 꿰뚫었고, 불타는 왕좌가 무너졌으며, 나는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때의 나는 다시 태어나면 꼭 복수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내 손에는 검이 아니라 작은 태엽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리오나가 나를 위해 남긴 것이었다. 누군가의 미래를 대신 정하기 위한 쇠사슬이 아니라, 길을 잃은 사람이 돌아올 수 있도록 남겨 둔 작은 장치. “마렌. 원문을 읽어라.” 내가 말했다. 마렌은 첫 번째 시계의 유리 안쪽에 나타난 글씨를 또박또박 읽었다. '비상 복귀 경로. 보호 대상은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요구 때문에 다른 보호 대상의 시간을 빼앗지 않는다.' 나는 눈을 감았다. 리오나는 내게 빚을 준 것이 아니었다.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 세라크의 그림자가 다시 나타났다. “그 문장을 읽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가 말했다. “첫 번째 시계는 이미 세계의 중심축이 되었다. 네가 자기 이름을 되찾으려고 봉인을 풀면 다른 시계들이 흔들린다.” “그러니 이대로 두라는 건가?” “어쩔 수 없다.” 나는 마렌을 돌아보았다. “정말 그런가?” 그녀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대신 도면을 펼치고 남은 연결부를 하나씩 확인했다. “첫 번째 시계가 전체 연결망의 기준점인 건 맞아요. 하지만 세라크가 말하는 것처럼 유일한 중심축인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각 지역 시계가 독립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얼마나 걸리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어요.” 나는 웃었다. “좋다. 확실하지 않다면 확실한 만큼만 움직이자.” *** 우리는 먼저 번호 0의 개인 계약을 분리하기로 했다. 내 출생 기록이었다. 내 이름으로 된 봉인. 내 권리에 관한 절차였다. “이건 내가 직접 선택하겠다.” 내 말에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가 무엇을 선택하시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독립된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나는 태엽을 수정판 위에 올렸다. 붉은 글씨가 빛났다. [보호 대상 0.] [해제 시 보호자 체계 불안정 가능성.] [장치가 제시하는 대안: 기존 계약 유지.] 나는 한참 그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를 지키겠다는 계약이 내 삶을 네게 맡기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정판이 잠깐 흔들렸다. “나는 카르딘이다. 이 계약의 원래 목적을 확인했고, 내가 서명하지 않은 영구 위임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내 손목에 오래도록 남아 있던 검은 자국이 희미하게 빛났다. 무명탑에서 아르헨이 나를 돌보던 날부터 이어져 온 연결이었다. 빛은 조금씩 풀려 나갔다. [보호 대상 0의 부당 위임 조항 분리.] [개인 복귀 경로 복원.]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누군가 내 귀에 아주 오래된 자장가를 불러 주는 듯했다. 어린아이였던 내가 무명탑의 방에서 잠들던 밤. 나이라가 밥그릇을 주워 주고, 아르헨이 이름을 불러 주던 장면. 그리고 낯선 여인의 손이 내 이마를 쓰다듬던 느낌. 그것이 실제 기억인지 장치가 만든 환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기록판에 그 사실을 그대로 적었다. '감각은 떠올랐으나 사실 여부 미확인.'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거짓 확신을 주고 싶지 않았다. *** 연결이 풀리는 순간 나는 바닥에 무릎을 짚었다. 내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조여 있던 갑옷 끈 하나가 느슨해진 듯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 속의 소리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무명탑의 식탁 위에서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나이라가 깨진 밥그릇을 치우며 한숨 쉬던 소리. 아르헨이 아주 먼 곳에서 내 이름을 부르던 소리.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전하!” 마렌이 달려왔다. “괜찮다. 잠깐 어지러웠을 뿐이다.” 그녀는 내 손목의 맥을 확인하고 쉬라고 말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기록해라.” “예. 장치가 다른 사람에게 같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태엽의 아주 작은 틈에서 종이 한 장이 미끄러져 나왔다. 리오나의 글씨였다. '네가 언젠가 돌아갈 길을 찾는다면, 그 길 끝에서 나를 꼭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네가 태어난 날 누군가는 기뻤다는 사실을 알아주렴.' 나는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 그 사람이 살아 있는지, 어떤 곳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존재를 기뻐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은 내 손에 남았다. “마렌.” “네?” “내가 오늘 배운 것을 일기에 적어야겠군.” “어떤 건가요?” 나는 종이를 조심스럽게 접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찾는 일은 그 사람을 내 곁에 붙잡는 일과 다르다는 것.” *** 그때 관측실 바깥에서 함성이 들렸다. 성벽으로 올라가 보니 하늘의 붉은 바늘이 둘로 갈라지고 있었다. 한쪽은 마왕성을, 다른 쪽은 성왕국의 신전을 가리켰다. 로잘린의 통신이 들어왔다. “저희 신전에서도 첫 번째 시계의 연결이 변했습니다! 강제 동의 문장이 사라지고 있어요.” “확인한 것만 보고하시오.” “예. 아직 모든 아이의 계약이 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던 기능은 멈췄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다렌도, 엘라의 손자도 돌아오지 못했다. 아르헨은 여전히 시각시의 방에 앉아 있었다. 리오나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한 가지를 바꾸었다. 누군가의 동의가 없으면 그 사람의 미래를 영원히 묶어 둘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을 장치 자체가 인정하기 시작했다. *** 세라크는 마지막으로 나를 불렀다. “카르딘.”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에는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군.” 그의 그림자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네가 무엇을 했는지 아느냐? 예언은 이제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내가 계산할 수 없는 가능성이 늘어났다.” “축하할 일이지.” “무지한 것. 예측이 사라지면 위험도 커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 세라크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나는 내 아이가 어떤 아침을 맞을지 모르는 세계를 택하겠다. 위험을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함께 살피면서.” 그는 한동안 나를 노려보다가 말했다. “너희는 결국 다시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때도 물어볼 거다.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세라크의 그림자가 흩어졌다. 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기록위원회는 아직 움직이고 있었고, 붉은 별의 일부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그가 내 선택을 대신 확정할 수는 없었다. *** 마왕성에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제빵사가 구워 온 빵은 여전히 조금 탔다. 미아가 끓인 수프는 뜨거웠고, 바르톨은 앞치마 매듭을 또 거꾸로 묶었다. 나는 식탁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브는 잃어버린 편지의 수취인을 찾는 일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라는 손자가 돌아오면 자신이 직접 빵을 구워 주겠다고 했다. 마렌은 복구된 계약 조항을 여러 곳에 보관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내일 할 일을 적어 두자. 오늘 끝난 일과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을 나누어서.” 미아가 웃었다. “전하가 일정표를 직접 쓰시겠다고요?” “왜, 이상하냐?” “아니요. 다만 예전에는 전하가 바쁘시면 다른 사람들이 잠을 못 잤거든요.”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건 고쳐야겠군.” 바르톨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부터 모두 여덟 시간 취침을 목표로…….” “자네부터 지켜라.” “예.” 모두가 웃었다. *** 식사 뒤 나는 레온의 방으로 갔다. 아이는 붉은 공과 푸른 헝겊 곰을 번갈아 만지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두 손을 벌렸다. “안아 달라는 거냐?” 나는 아이를 품에 들었다. 레온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작은 입술이 움직였다. “아…….” 나는 웃었다. “그래. 오늘도 그 말이군.” 그런데 다음 소리가 조금 달랐다. “빠.” 나는 숨을 멈췄다. 미아가 옆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전하, 왜 그러세요?” “방금…….” “옹알이일 거예요.” “그렇겠지.” 나는 레온의 눈을 보았다. 아이는 내 얼굴을 만지며 또 소리를 냈다. “아빠.” 이번에는 분명하게 들렸다. 내 손이 떨렸다. 나는 산맥을 가르고, 왕국을 무너뜨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군단과 싸워 왔다. 그 어떤 승리도 지금 이 두 음절만큼 나를 움직이게 한 적은 없었다. “……그래.” 나는 겨우 대답했다. “여기 있다.” 레온이 웃었다. “아빠.” 나는 아이를 더 꼭 안았다. 너무 세게 안지 않도록 힘을 조절하면서. 그날 밤, 나는 일기장에 문장을 적었다. '레온이 처음으로 나를 아빠라고 불렀다.' 잠시 후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보탰다. '미아는 아직 정확한 뜻을 알고 부른 말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나로서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누군가 내게 미래를 보여 주지 않아도, 오늘의 소리를 적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기를 덮으려던 순간, 수정석이 한 번 더 빛났다. 시각시에서 온 연락이었다. 아르헨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딘. 첫 번째 시계의 바늘이 움직였어.” “알고 있다. 우리 쪽에서도 확인했다.” “그런데 시계가 열리자 다른 문 하나가 나타났단다.” 나는 일기장을 내려놓았다. “어디로 통하는 문이지?” 아르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네가 돌아온 시간보다 더 이전. 기록위원회가 처음으로 미래를 고치려 했던 날이야.” 나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스무 해 전으로 돌아온 줄 알았던 내 이야기가, 그보다 훨씬 오래된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잠든 레온의 이마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내일은 또 바쁘겠군.” 그 말을 끝으로 일기장을 덮었다. 나는 마왕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빠다. 복수하려고 시작한 두 번째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끝내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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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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